광양제철고 승부차기로 제압


동북고(이하 서울)가 고교 클럽의 최강자에 등극했다. 
서울은 지난 17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펼쳐진 2009 SBS 고교 클럽 챌린지 리그 1, 2위 결정전 광양제철고(이하 전남)와의 경기에서 두 골을 먼저 내주고도 후반 집중력을 발휘, 연이어 2골을 뽑아내며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기적같은 역전 우승으로 우승컵에 입맞춤했다.

 경기 초반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서울은 전열을 가다듬지 못한 전남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하지만 10분여가 넘어서면서 몸이 풀린 전남은 공격력의 우위를 앞세워 서울을 압박했고, 전반 17분, 볼을 잡은 지동원이 지체없이 왼쪽 공간으로 열어준 공이 크게 바운드 되자 높이의 우위에 있던 이대명이 볼을 차지한 뒤 연결한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달려들던 김영욱이 가볍게 밀어넣어 귀중한 선제골을 터트렸다.

 이후 전남은 가파른 상승모드를 탈 무렵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전반 30분 공격의 구심점이었던 주장 김영욱이 발목부상으로 교체아웃되면서 경기장 안에 미묘한 변화의 기운이 느껴졌다.

 한 골차 앞서며 불안한 리드로 시작한 전남은 후반 10분 만에 이호석이 추가골을 기록하며 한 시름을 덜게 됐다.

 후반 10분 지동원의 강력한 슈팅을 골키퍼 유재근이 몸으로 힘겹게 막아냈지만, 이어진 이호석의 슈팅은 손 쓸 수가 없었다. 서울의 패배가 눈 앞에 온 듯 했다.

 하지만 영웅은 언제나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기 마련, 서울에는 정승용이 있었다.

 서울은 곧바로 6분 뒤 정승용이 골 에어리어 중앙에서 시도한 중거리 슛이 수비 시야에 가린 골키퍼의 타이밍을 뺏으며 골대 왼쪽 구석으로 정확히 흘러들어가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패배 직전에서 희망을 찾은 서울은 이후 전남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한 번 살아난 기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쉴 세 없는 공방전을 벌이던 두 팀이었지만, 점차 분위기는 서울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후반 35분 서울은 홍진혁이 날린 슈팅이 골키퍼와 골대를 연이어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정승용이 골문 상대에 차 넣으면서 귀중한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연장으로 몰고 갔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친 전남은 허탈한 듯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고. 기세가 오른 서울은 금방이라도 승부를 뒤집을 태세였다.

 연장에 돌입한 양 팀은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별다른 찬스를 만들지 못하고 승부차기를 준비하는 듯 보였고, 서울은 연장 막판 골키퍼를 유재근에서 강진구로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강진구 골키퍼는 감독의 믿음에 부응이라도 하듯 광양제철고 두번째 키커의 슛을 막아내며 5：3 승리의 이끌어냈다.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 서울은 지난해 이 대회 준결승전에서 전남에 패했던 것을 깨끗이 설욕하며 올시즌 고교 클럽의 최강자로 자리했다.

 반면, 전남은 지난해에 이어 올시즌에도 결승문턱에서 좌절하는 불운을 맛보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전남은 지난해도 승부차기에서 패했던 불운을 올시즌에도 이어가 ‘승부차기 징크스’에 시달리게 됐다.

 우승을 차지한 서울에는 트로피와 400만원 상당의 나이키 상품권이 주어졌다. 1, 2위 결정전에서 패색이 짙던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정승용은 대회 MVP를 차지했고, 최진한 감독이 지도자상을 수상했다.

 이밖에 14경기에서 17골을 터트린 지동원은 대회 득점상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3, 4위 순위결정전에서는 포철공고(포항)가 풍생고(성남)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고, 5, 6위 결정전에서는 매탄고(수원)가 동래고(부산)를 4：0으로 대파했다.

 K-리그 산하 유소년 클럽들이 참가하는 챌린지리그에서는 6개팀이 11월초에 열리는 고등부리그 왕중왕전 64강전에 출전한다.

신석주 기자 (vision007@weeklysoccer.co.kr)
사진=이기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