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김상훈 감독의 거취가 축구계 초미의 관심사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김 감독의 사임설이 파다하게 나돌았고 핵심 동문에 대한 음해설의 배후자로 지목되면서 사임이 거의 굳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김상훈 감독이 대학선수권대회를 11년 만에 제패하면서 상황은 반전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고려대 고위 체육 관계자가 “사임설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서면서 유임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17일 제64회 대학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우승 현장은 내우외환의 분위기가 선 듯 느껴질 정도로 살벌하기만 했다.

 대학 연맹 모 고위 관계자가 “우승 팀 치고는 분위기가 너무 이상하다”며 “큰 내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고개를 갸우뚱 할 정도였고 김상훈 감독을 제외하고서는 우승을 특별하게 좋아하는 안색을 보이는 인사가 별로 없었던 것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결승전에서 고려대가 ‘워낙 경기 초반부터 동국대를 크게 리드한 까닭에 그렇게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 아니냐’는 반문이 성립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우승 현장과는 확연하게 다른 묘한 분위기였다’는 것이 경기를 지켜본 축구인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우승 기념사진을 찍는 순간 자리를 뜬 서동원 코치의 행적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

 김상훈 감독은 “서 코치가 도핑 하러 간 것 같다”는 선수의 말을 듣고 “꼭 이럴 때 가야 하느냐”고 볼멘소리를 쏟아 놓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축구계의 대표적인 속설 중에 하나가 바로 ‘우승하는 순간 감독의 모든 허물은 봄날의 잔설처럼 싹 녹아버린다’ 는 것이지만 고려대에는 이런 속설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려대 출신이며 팀 내부 소식에 정통한 모 인사는 “우승 직후 학교에 학부모들이 몰려와 소동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드래프트에서 자녀들이 탈락한 것이 학부모들의 직접적인 불만 요인이었다”고 거들었다. (고려대는 이번 드래프트에 9명이 신청, 1순위가 2명 선발 됐으며 총 6명이 프로에 진출했다 - 편집자 주)

 사실 축구계에서 고려대 출신들의 응집력은 두려움의 대상. 그러나 요즈음 고려대 출신 인사들의 반목과 불화가 표면화되어 가고 있으며 특히 김상훈 감독 취임 이후 동문들과의 불화와 분열은 더욱 심각해졌으며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과 소문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스승 겪인 모 인사와 조민국 전임 감독과의 심각한 불화와 반목은 김상훈 감독의 운신의 폭에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거의 정설이다.

 18일 오전 김상훈 감독을 만나 단독 회견을 갖고 갖가지 소문에 대해 직격 인터뷰를 가졌다.

 Q. 팀 내 · 외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고 지난 5월부터 감독 사임설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는데?
 
 - 지난해 8월 감독에 취임한 이후 ‘고대 정신’을 훼손한 적이 없다. 팀을 맡아 최선을 다했을 뿐이다. 팀 밖에서 떠도는 말이 어떤 것이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노력하겠다.

 Q. 올 연말 재계약인데?

 - 맞다. 연말에 재계약을 해야 한다. 매년 경신을 하는 것이니 만큼 그 때 가봐야 하지만 감독을 맡아 모교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한다.

 Q.  조민국 전임 감독과 무슨 문제가 있나?
 
 - … …(침묵)

 Q. 혹시 진정서 파동을 알고 있나.

 - … …(침묵)

 Q. 올해 신입생 TO가 15명이었는데 13명의 선수만 선발한 것으로 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었다. 무슨 이유인가?

 - 모 고교 선수의 문제는 학교 측과 체육부 사이에 행정 착오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 올해 13명만 선발했다. 남은 선수 2명은 일반 체육과 학생으로 대체할 것 같다.

 Q. 이번 스카우트에서 눈길을 끈 선수가 많은데?

 - 고려대는 전통적으로 GK 양성에 좀 인색했다. 올해 고교 GK 중 1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노동건(통진고) 선수를 아주 어렵게 스카우트했다. 고려대에서 GK를 육성하는 새로운 전통을 꼭 만들고 싶다.

김영근 기자 (ceo@weeklysoccer.co.kr)
사진 = 안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