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지 우승 시나리오…‘주인공은 바로 나’


64개 팀이 도전한 왕중왕의 자리에 단 4개 팀만이 살아남았다. 다크호스로 불리던 창원기공과 삼일공고의 돌풍도 잠잠해졌다.

네 팀의 강자만이 살아남은 왕중왕전은 오는 22일 천안축구센터에서 준결승을 치러 마지막 남을 두 팀을 가리게 되며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승컵의 주인공을 가려내게 된다.

신 갈 고 - 남들보다 좋은 대진운에 웃던 신갈고, 이제 힘 좀 써 볼까?

 16강 대진 추첨에서 추첨 운이 좋았던 팀을 꼽자면 단연 신갈고일 것이다.
신갈고는 16강에서 통영고를 만나 한 수위의 전력으로 우세한 경기 끝에 전·후반 각각 1골씩을 터트리며 순조롭게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서도 신갈고의 행운은 계속됐다.
챌린지리그 우승팀 동북고를 승부차기 끝에 잡은 삼일공고가 그 상대. 풍생고가 중동고를 만나 고생하고 장훈고가 언남고와 전력을 다해 싸우는 상황에서 신갈고는 다소 여유로운 8강을 치른 셈이다.

 복병 삼일공고에 한때 맹추격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신갈고는 아약스행이 확정된 석현준과 김영승, 김혁진의 공격력을 앞세워 3：1의 여유로운 승리로 4강 진출에 어려움 없이 안착했다.

 16강, 8강에서 다소 여유를 부리며 경기력을 점검한 신갈고는 4강에서 풍생고라는 적수다운 적수를 만나 이제 제대로 힘을 써보겠다는 심산이다.

 신갈고의 왕중왕전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힘을 비축한 신갈고가 준결승을 넘어 우승까지 돌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풍 생 고 - ‘천신만고’ 풍생고, 고생 끝에 낙(落)이 온다. 

 풍생고의 행보는 그야말로 천신만고(千辛萬苦)였다.
예선 첫 경기부터 피 말리는 승부 끝에 경기 막판에 가서 결승골이 터져 2：1의 힘겨운 승리를 거두고, 동래고와의 16강전에서도 쉽게 승부를 결정짓지 못하고 힘겹게 꺾고 올라왔다.

 풍생고 고생길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바로 8강 중동고와의 경기였다.
지난 15일 천안축구센터에서 펼쳐진 중동고와의 경기에서 풍생고는 세 골씩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인 것도 모자라 승부를 가리지 못해 승부차기에 운명을 맡기기 까지 고생이란 고생은 다하며 5：4로 승리해 4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풍생고는 힘들었지만 오뚝이처럼 넘어지지 않고 4강까지 진출하며 우승후보 다운 저력을 보였다. 

 계속되는 힘든 경기 속에서도 승리를 챙겨가며 정신력을 무장한 풍생고는 이제 남은 두 경기에서도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축구 역사에서도 우승까지 순탄하게 이어진 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003년 리버풀이 이스탄불에서 AC밀란을 상대로 0：3까지 뒤지다 3：3 동률을 이룬 뒤 승부차기 끝에 승리한‘이스탄불의 기적’ 처럼 어렵게 어렵게 올라온 왕중왕전 4강 무대에서 ‘풍생의 기적’을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광양제철고 - ‘막강 화력’ 광양제철고, 두려운 건 오로지 ‘나 자신’

 U-17 대표 이종호, U-18 대표 지동원 등 최강투톱에 김용욱, 이호석 등 내로라하는 멤버로 중무장한 광양제철고는 이번 왕중왕전 우승후보 0순위다.

 16강전부터 복귀한 주축 선수들의 합류로 천군만마를 얻은 광양제철고는 16강전에서 학성고와 난타전을 벌인 끝에 4：3으로 승리하며 힘겹게 8강에 올랐지만, 그 공격력만큼은 가히 최강임을 입증한 경기였다.

 8강에서도 광양제철고는 이종호와 이호석, 이대명 등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키며 8강에 진출한 다크호스 창원기공을 4：1로 가볍게 제압하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광양제철고의 힘은 막강 공격력에 있다.
이종호, 지동원이라는 최강투톱을 보유한 것과 동시에 그에 못지않은 쟁쟁한 선수들이 뒤를 바치고 있어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우승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광양제철고는 올 시즌 챌린지리그와 전국체전 결승에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마지막 집중력 부족으로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에 그치는 불운을 맛본 팀.

 이번 왕중왕전에서도 광양제철고의 적(適)은 상대가 아니라 자기 자신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장 훈 고 - 라이벌 언남고는 넘었지만, 골키퍼 퇴장은 어떡하나?

 라이벌 언남고를 꺾은 기쁨을 채 느끼기도 전에 장훈고는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경기종료 후 골키퍼 김형록이 퇴장을 당해 다음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장훈고 이규준 감독은 “왜 퇴장시켰는지 설명은 해줘야 하지 않느냐. 우리 팀은 골키퍼 하나인데, 퇴장을 시키면 다음 경기를 하지 말라는 것과 똑같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장훈고는 지난 15일 서울 라이벌전 언남고와의 8강전에서 치열한 명승부 끝에 1：0의 신승을 거두고 4강행에 올랐다.

 시작부터 치열한 몸싸움을 서슴지 않으며 오로지 승리를 위해 전·후반 90분을 소화한 장훈고는 후반 중반에 터진 김영민의 결승골로 1：0으로 승리했다.

 하지만 종료휘슬 직후 주심은 갑자기 장훈고 김형록 골키퍼에게 퇴장명령을 내렸다. 경기장 밖에서는 무슨 이유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기에 더욱 황당한 상황이었다.

 청천벽력 같은 통보로 졸지에 초상집 분위기가 된 장훈고는 일단 큰 산 언남고를 넘기며 4강에 진출했지만, 그들의 행보는 어둡기만 하다.

 바로 더 큰 산인 광양제철고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전 골키퍼의 퇴장이라는 철퇴까지 맞은 장훈고는 드라마틱한 기적을 바라고 있다.

 원래 위기의 순간에 찾아오는 극적인 반전드라마가 장훈고를 통해 펼쳐질지 기대해 본다.

신석주 기자 (vision007@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