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기, 대회 일정 조정 절실, 변수 사라져 아쉬워


경주 화랑대기에 참석한 일선 초등학교 지도자들이 ‘유소년 선수들의 경기력이 한 단계 올라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끌고 있다.

본지가 경주 화랑대기에 참석한 지도자 30명을 상대로 면접, 설문 조사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대한축구협회가 올해부터 엘리트 축구를 대상으로 전면 리그제를 시행한 이후 나타난 일선 지도자들의 첫 공식적인 반응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끈다.
 
특히 한국 축구의 꿈나무들을 지도하는 유소년 지도자들이 리그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본지가 경주 화랑대기에 참석한 유소년 지도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면담 및 설문 조사에서 ‘리그 시행전과 시행 후 나타난 선수들의 경기력이 어떤 상태냐’는 질문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도자 30명 중 24명은 ‘리그 시행으로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며 ‘경기를 준비하거나 경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어려운 부분을 소화하는 능력 등이 크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리그 시행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지도자들도 있었으나 소수에 불과했다. 2명의 지도자는 ‘리그 시행전보다 별로 좋아진 것이 없다’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으며, 4명은 ‘경기력이 더 떨어진 것 같다’는 답변을 했다.
 
 전면 리그 시행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한 지도자 중 상당수는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을 표하면서도 선수들이 리그에서 쌓인 피로감을 회복할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대목에 거의 다 동감을 표시, 눈길을 끌었다.

 즉, ‘선수들이 리그전을 치르면서 쌓인 피로를 풀 시간적인 여유가 너무 없었으며 좀 더  충분한 여유를 갖고 전국 대회 등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대목을 강조한 것이다.

 초등학교 지도자협의회 이정식(황지 중앙초 감독) 회장은 ‘리그제에서 쌓인 피로를 풀고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기간을 갖고 전국대회에 참석했으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다’며 ‘성장하는 시기에 유소년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운동량이 많다는 것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대동초 강경수 감독은 ‘서울의 경우 3년전 부터 리그를 시행해 와 큰 문제가 없다’ 며 ‘리그제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문제점 등을 보완한다면 큰 무리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화랑대기 1. 2차 리그에서 각 팀들이 나타낸 전력을 분석해 볼 때 상당수 일선 지도자들의 주장인 ‘선수들이 너무 지쳐 있는 상황에서 이 대회에 참가했다’는 지적을 피부에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즉,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눈에 두드러 진다는 점이다. 지역 리그 상위권을 차지한 팀들이 화랑대기에서도 각 그룹 등에서 독주를 하게 되면서 이제 전국대회는 ‘선수들의 실력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느냐가 승리
의 절대적인 변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적으로 화랑대기에 참석한 팀들 중 각 지역 리그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들의 분전은 거의 사라졌으며 축구 경기의 특징이자 매력 중 한가지인 경기의 의외성 자체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랑대기는 매 대회 마다 ‘이변의 현장’이라는 명성과 평가를 들을 정도로 파란과 돌풍을 일으키는 도깨비 팀들이 상당수 나타나곤 했으나 이번 화랑대기에서는 돌풍과 파란을 거의 접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화랑대기가 열리는 8월의 경주는 날씨가 워낙 변덕스럽고 대회 기간 동안에도 비가 오는 기후가 많으며, 거의 모든 경기가 천연잔디구장에서 경기를 벌인다는 점에서 선수들이 갖가지 변수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에 따라 경기 결과의 명암이 크게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게 나타났다.

 결국 팀 전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해도 컨디션을 잘 조절하고 체력적인 우위만 제대로 지킨다면 하위 팀들로서도 대 반란을 충분하게 기대할 수도 있는 대회가 화랑대기였으나 그런 기대감이 거의 사라지면서 매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화랑대기는 6-7의 다수 그룹으로 구분되어 있고 ‘그룹별 우승’ 이라는 달콤한 과실이 어느 대회보다 풍족하다는 점에서 일선 지도자들에게는 매력 만점이었다.

 그러나 각 지역 리그 등에서 치열하고도 장기적인 일정을 거치게 되면서 선수들의 부상이 겹치고 또 쌓인 피로조차 극복할 시간적 여유를 제대로 갖지 못하면서 화랑대기에서도 다시 리그의 좌절과 실패의 전철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는 불만석인 하소연이 비등하게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화랑대기에서도 풍부한 선수층을 보유한 팀들이 지역 리그 등에서 선전을 벌이고 있는 것처럼 상위 그룹을 거의 독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면서 하위 팀들로 구분되는 팀의 지도자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을 접은 허탈한 표정들이며 ‘내년에는 이 대회 참가를 포기하고 리그에 만전을 기울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며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모 일선 지도자는 ‘지역 리그의 종료 시기와 화랑대기 개최 일정에 대해 유소년연맹의 재검토와 조정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면서 ‘리그제 시행으로 선수들의 경기력이 다소 향상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그 향상된 실력을 마음 놓고 펼칠 수 있도록 대회 일정을 조정해주고 배려해주는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 경주에서 김영근 기자 (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