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리그 5패, 챔스DNA도 사라져…총제적 난국 봉착
시즌 우승후보 0순위에 리버풀의 이름을 거론하는 전문가들이 상당수였다.
지난해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우승경쟁에서 아깝게 실패하며 2위에 그친 선수들 대부분이 건재했고, 그에 비해 맨유와 첼시는 선수들의 이탈로 전력 약화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리버풀은 리그의 1/3을 소화한 현재 7위(6승 2무 5패)를 기록 중이다.
최근 컵대회를 포함 10경기에서 1승 3무 6패라는 참담한 결과로 철옹성 같던 프리미어리그 ‘빅4’에서 탈락의 희생양 가능성이 커진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DNA 마저 없어진 듯 16강 탈락의 아픔까지 겪고 있어 이를 바라보는 리버풀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암(暗)
우승후보에서 이제는 빅4 탈락의 선봉(?)이 된 리버풀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리버풀이 올 시즌 추락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된다.
♠ 알론소가 떠난 자리, 생각보다 크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처럼, 사비 알론소의 공백이 리버풀에게 생각보다 너무나 크게 나타나고 있다.
사비 알론소는 올 시즌 3,000만 파운드(한화 약 627억 원)의 이적료를 리버풀에 안기고 지구방위대(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비 알론소는 리버풀의 중원에서 전방으로 찔러주는 날카로운 킬패스와 대포알같은 중거리 슛으로 리버풀 공격의 한 축을 담당했었다.
리버풀 베니테즈 감독은 “알론소의 공백은 루카스가 충분히 메워줄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했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실패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레즈(리버풀 애칭)의 중원은 현재 마스체라노와 루카스가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지만, 이 둘의 성향은 너무나 흡사하다. 우선 수비에 능한 두 선수는 종적인 패스보다는 횡적인 패스로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는 적절하지만, 공격의 템포마저 죽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제라드가 막히면 알론소 풀어주며 무리 없는 공격을 펼쳤지만, 올시즌은 제라드가 봉쇄당하면 레즈의 공격은 끝이 되고 말았다. 사비 알론소의 공백이 느껴지는 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 ‘세트피스’가 무서워
올시즌 리버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점이 급격히 늘었다는 것이다.
그 대부분을 코너킥, 프리킥 등 세트피스에 의한 실점이라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 세트피스에서 단 2실점만을 했었다. 하지만 시즌의 1/3이 지난 현재 실점의 70% 이상을 세트피스에서 내주면서 수비의 허점을 드러냈다.
스크르텔의 집중력 부족과 캐러거의 잦은 실수, ‘유리몸’ 아게르의 부상이 겹치면서 중앙수비의 힘이 떨어진 점이 수비불안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다행히 레이나 골키퍼의 선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리버풀은 앞으로 세트피스에서의 실점을 줄여야만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개점휴업’ 제-토라인…부상 속출
리버풀을 우승후보로 꼽은 첫 번째 이유는 확실한 득점루트 제-토(제라드-토레스)라인이 건재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시작과 동시에 두 선수는 번갈아 부상 퍼레이드를 벌이며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경기를 손에 꼽을 정도다.
‘리버풀의 공격은 제라드-토레스 뿐이다’는 말이 나올 만큼 이 둘의 비중은 리버풀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이 둘의 공백은 뼈아프다.
현재 베냐윤이 창조적인 플레이로 공격을 이끌지만, 카이트가 예전만 못하고,
은고그는 경험이 미천해 공격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리버풀의 고민은 속출하는 부상에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를 제외하고도 가장 잘 나가던 글렌 존슨, 리에라, 아게르 등 주전선수의 부상 공백도 리버풀의 앞길에 발목을 잡고 있다.
명(明)
아무리 어두운 터널도 끝이 있기 마련이고, 새벽 미명이 넘어서면 태양이 떠오르듯이 리버풀에게도 희망은 있다.
♠ “You'll Never Walk Alone (YNWA)
위기의 순간, 앤필드에는 더 콥(리버풀의 서포터)의 우렁찬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구관이 명관이란 말처럼 레즈는 언제나 위기 상황에서 기적같은 드라마를 연출하며 꿋꿋이 버텨냈다.
최근 10경기에서 단 1승만을 거뒀지만, 그 1승이 맨유와의 라이벌 전에서 2:0의 완승을 거뒀다는 점은 리버풀이 위기에서 강하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리버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다. 그리고 리버풀의 팬들 역시 그렇게 믿고 있다는 것.
이것이 앤필드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로마의 ‘공주’ 아퀼라니의 복귀
사비 알론소를 레알 마드리드로 보내고 그 자리를 메울 선수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알베르토 아퀼라니를 선택했다.
하지만 아퀼라니는 입단 당시 발목 부상으로 3개월여 동안 재활훈련에만 몰두했고 그 사이 리버풀은 추락에 추락을 거듭했다.
부상에서 회복하며 몸을 만들고 있는 아퀼라니는 위기의 리버풀을 구할 구세주로 꼽힌다.
로마의 공주(로마의 왕자는 토티가 차지하고 있고, 공주처럼 외모가 곱상해서 붙여진 별명)로 불릴 만큼 중원에서 깔끔하고 세련된 플레이로 공격을 이끄는 그의 스타일은 알론소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아퀼라니의 효과가 빠르게 나타난다면, 제라드로 국한된 미드필더 라인에 숨통을 트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련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리버풀에‘공주’아퀼라니의 복귀는 분명 희(喜)소식이다.
♠ 부상선수 복귀한다면…아직 시즌은 길다.
리버풀의 부진은 분명 부상선수가 많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글렌 존슨, 베냐윤, 제라드, 토레스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선수를 부상으로 잃은 채 경기에 임했다.
시즌 1/3이 흐른 지금, 리버풀은 리그에서 5패를 당했다. 최근 역대우승팀 중 5패 이상을 당한 팀이 우승한 역사가 없다. 그 말은 리버풀은 더 이상의 패배는 곧 우승의 꿈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과 같다.
하지만 리버풀의 부상선수가 복귀한다면 분명히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리버풀은 제-토라인이 제대로 돌아가고, 아퀼라니와 마스체라노의 중원이 든든해지며, 카이트와 리에라의 측면이 살아난다면, 진정한 리버풀의 축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하고 있다.
결국 이 선수들이 복귀한다면, 리버풀에도 희망은 있다는 뜻이다.
신석주 기자(vision007@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