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야인으로 돌아가지만 장학 사업 펼칠 것…


조중연 협회 부회장에게 패배하며 뜻을 이루지 못한 허승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이었지만 깨끗하게 경선 결과에 승복할 뜻을 밝혔지만 경선과정에서 절감한 선거 규정의 갖가지 문제점과 특히 후보와 중앙대의원들의 접촉이 완전 차단된 점 등에서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 이사장은 비록 선거 결과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될 수도 있는 경선에서 ‘조중연 부회장의 압승으로 끝 날 것이다’는 언론과 축구팬들의 예상을 뒤엎고 10표를 얻어내는 등 나름대로 선전을 펼쳤다.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상기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허 이사장은 예상과는 달리 의연한 표정을 보였으며 간간히 미소를 깔고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허 이사장은 회견 첫 서두를 “그동안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지난 3개월 동안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최선을 다해서 선거운동을 해온 만큼 창피하지도 않다. 경선 결과에 대해 깨끗하게 승복하겠다. 앞으로 조중연 신임회장이 한국축구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해주시기를 바란다”는 낙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내 진심을 알아주실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대로 설득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선거 결과에 충분히 납득을 하는 만큼 큰 불만은 없다”며 “치열한 선거전이 펼쳐졌고, 일말의 성과도 거뒀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 10표를 얻었으므로 협회에서도 외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허 이사장은 이어 “당분간 쉬면서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만큼 축구계를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 운동을 위해 각 시·도를 돌아다니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운동을 하는 어린 선수들을 많이 만나 볼 수 있었다. 이들을 위한 장학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향후 활동 계획도 밝혔다.

 허 이사장은 장학 사업에 대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재능 있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각 시·도별로 연간 2천 만원에서 3천 만원 정도로 해서 연간 4~5억을 출자해 장학 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선수들을 도울 생각이다. 작은 돈이 될 수도 있지만 월 20~30만원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각지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학금을 받을 선수들을 추천하는 것은 내가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관여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몇 명이 됐든 각 시·도 협회장들에게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허 이사장은 이번 선거 규정에 대해 “각 연맹과 시·도 협회의 선거 규정이 다 달랐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밖에서 노력한다고 해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협회가 추천한 5명의 중앙대의원들에게는 내 소견조차 전달하거나 말조차 건네지 못했다. 개인이 아닌 거대한 바위, 조직과 싸운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다시 이런 도전을 하겠으나  쉽지 않을 것”이라며 꼬집은 뒤 “조중연 신임회장이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고쳐질 수 있을 것이다”는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허 이사장은 ‘차후에도 축구협회장에 도전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축구계 대부분의 의견을 모아 회장을 맡는 경우가 아니라면 할 생각이 없다. 이런 선거 제도에서 E 나선다고 해도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기자들이 ‘조중연 신임회장이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현실적으로 내가 협회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회장 선거에서 경쟁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답한 허 이사장은 하두로 떠오른 축구계의 화합에 대해 “화합을 쉽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당장 악수했다고 다음날부터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힘을 가지고 있는 협회가 먼저 옳은 방향으로 가면서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인정해 줄 때 화합이 이루어지는 것이다”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으며 축구연구소의 존폐 여부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 연구원들이 논의를 통해 운영방향 등을 결정할 것”이라 대답했다.

 허 이사장은 “축구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만큼 축구계를 떠나지 않겠다. 선거를 치르느라 3개월 간 축구를 하지 못했는데, 당장 이번 일요일부터 다시 운동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한 후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