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람 챙기기 인사' 리그제 혼선등 불협화음


조중연 신임 집행부가 출범 초기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전 집행부에서 넘어온 현안에 발목을 잡혀 있는 양상이다. 신임 집행부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고교 리그제의 혼선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신임 집행부에 대한 축구인들의 여론도 하루가 다르게 험악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조중연 회장의 ‘내 사람 챙기기 인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STC라이프 주식을 매입한 인사들에 대한 보은성 퍼레이드 인사에 불과하다’는 극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조중연 회장은 고교 리그제 실시를 배후에서 주도한 핵심인사다. 후보라는 미묘한 처지이었지만 동력을 지원했고 강경 드라이브도 주도했다. 결국 시작부터가 잘못되다보니 여론도 축구인들의 정서도 부정적으로 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조 회장에게 있어서 절대적 우군인 정몽준 회장(당시)까지 나서 ‘리그제를 한다면서 공청회가 없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거센 질책을 내릴 정도였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조중연 부회장(당시)을 주축으로 한 수뇌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청회 개최를 약속하고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여론을 충분하게 수렴 하겠다’며 사태의 해결을 회장 선거 이후로 지연시키는 꼼수를 썼다.

  그러나 정수가 아닌 꼼수는 오래가지 못했다. 곧 ‘페인팅 모션’이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만 다. ‘여론 수렴를 하겠다며 공청회를 열겠다’고 해놓고 슬그머니 ‘토론회’로 바꾸는 꼼수를 썼다.

  리그제 논란에 ‘전가의 보도’처럼 들고 나왔던 ‘2월 전국대회 개최, 5월에 전국대회를 개최해주겠다’는 약속도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나’ 하는 식으로 슬그머니 거둬들이고 있는  협회 고위인사들이 수두룩하다. 

  김재한 실무 부회장(당시)은 로비에서 농성하는 학부모들과의 공개 면담에서 5월에 전국대회를 개최해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 30일의 공청회 이후 5월 전국 대회는 거의 없었던 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협회가 의도적으로 여론의 공론화와 위상을 부여하며 ‘공청회를 하겠다’고 해놓고 고의로 토론회로 격하시킨 것에서도 숨겨진 의도를 어느 정도 의도를 읽을 수 있다.

  30일의 토론회도 말 그대로 구색을 맞추기 위한 이벤트로 끝났다. 급조된 토론회이기에 부실을 당연하게 잉태할 수밖에 없었다.

  토론회는 리그제를 앞둔 시점에서 벌어질 갖가지 사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담론은 아예 찾아볼 수 없었고 피차간의 책임 떠넘기기에 난무했다.

  당연하게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의문과 궁금증에 대한 답도 없었다. 귀에 담을 만한 정보는 아예 없었으며 피차간의 일방통행식의 주장과 막말,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야유의 퍼레이드로 그 막을 내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수준도 동일선상을 달렸다. 리그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성향의 패널들이 5명씩 동수로 마주 앉긴 했으나 양 측의 패널은 리그제의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방향과 문제점들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문제점 등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상태로 출현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을 정도로 원론에서 단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토론장 분위기도 엉망. 협회는 회의장 입구에서부터 경비원들을 총총하게 배치하여 분위기를 경직시켰다. 토론회 시작 10분 만에 일부 고교 지도자들이 송기룡 부장의 발언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패널들은 좌고우면 할 수밖에 없었고 지도자와 학부모들이 집단으로 퇴장하면서 회의장은 몹시 소란스러워졌다. 거센 야유를 보내며 퇴장하는 학부모와 지도자들의 아우성으로 순식간에 파장 분위기로 변해버렸다.

  특히 찬성 쪽에 앉은 패널들은 학부모들로부터 심각한 야유에 시달렸으며 진지한 토론은 기대와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협회 기획실 송기룡 부장도 소란에 한 몫 단단히 거들었으며 수차례 빈말을 남겼다. 리그제에 대해 가졌던 대학 체육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내용을 아전인수식으로 호도했고, ‘월드컵 4강은 경기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는 발언을 쏟아내 방청객들의 거센 야유를 받기도 했다.

  이날 토론장에는 학부모 자격으로 민주당 모 고위 당직자의 모습도 보였다. 이 당직자는 ‘송 부장의 발언은 정치적으로 파문이 크게 일어날 사안 같다’며 ‘4강 신화가 경기력이 아닌 것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냐’는 반문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여 당에 보고하고 좀 더 파고 들어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송기룡 부장의 폭탄발언은 정몽준 전회장과 조중연 회장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내세우는 월드컵 4강 신화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며 월드컵 신화에 노골적으로 흠집을 내고 먹칠을 하는 것으로 사회적 파문과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발언이었다.

  리그제 찬성 쪽의 패널로 참석한 모 대학 교수는 리그제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는 자신의 업적과 소속 학교 축구부를 광고하는 것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면서 학부모들의 거센 야유와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리그제 반대 측의 논리도 빈약하기는 동일했다. 패널 대부분은 맹목적인 반대 논리에 치중하고 있었으며 별다른 대안도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특히 일부 패널은 관중석을 자극하는 인기 발언으로 일관하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리그제를 반대하는 패널로 나선 고교 지도자들은 연단에 올라가기 직전 고교 지도자들의  회합에서 ‘이 토론회가 여론수렴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리그제 시행을 결정해놓고 구색만을 맞추기 위한 것이냐’의 답변을 듣고 집단행동하기로 결정해놓은 상황이었다.

  실제로 오희천 통진종고 감독이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협회의 답변은 슬그머니 넘어갔고 토론은 계속됐다. 약 40여명의 고교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엉뚱한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자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고 곧 집단적인 퇴장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연단의 패널들은 자리를 계속 지켰다. 토론회 이후에 확인된 것은 최건욱 감독이 극구 퇴장을 만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패널들과 토론회를 관전하던 고교 지도자들과의 사전 약속이 틀어지면서 지도자들 간의 불신은 더욱 깊어졌고 그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최건욱 안동고 감독이 조중연 회장으로부터 전출에 대한 협박을 받은 것이 세간에 파다하게 퍼져나가면서 고교 감독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후 토론회는 이후 50여 분간이나 더 진행됐으나 아우성이 판치고 고함이 계속 난무하면서 토론다운 토론은 찾아볼 수없는 아우성의 현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협회가 당초 약속했던 공청회는 토론회로 변질됐고, 다시 피차간의 아귀다툼으로 변질된 30일의 행사는 축구계에 두고두고 불씨를 남길 것이라는 추측이 비등하다.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