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의 목소리 무시하는 헛발질 행정에 뿔이 난 대학 감독들의 아우성, 『23세에 이은 21세 규정 신설 입장 철회하라!』
대학축구에 비상이 걸렸다.
대한축구협회는 23세 의무 출전 규정을 22세로 낮추더니, 급기야 K3, K4리그를 21세로 낮추는 방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한국대학축구연맹 및 전국 대학축구 지도자들은 지난 수년간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최영일 부회장을 비롯한 조긍연 대회운영위원장, 황보관 본부장 등과 간담회를 여러 차례 가졌으나, 한국대학축구연맹 측의 요구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한국대학축구연맹은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에게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대한축구협회는 우수한 선수를 미리 발굴, 육성하여 각 연령별 대표팀에 합류시킴으로써 연령별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프로구단에 23세 규정을 두었고, 그 나이를 현재는 22세로 낮추어 놓았다.
우수선수 조기 발굴 및 육성이라는 목적에는 선수들과 지도자들 모두 공감하고 동의한다.
하지만, 이 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코 선수들에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 현직 대학지도자들의 지적이다.
23세 룰에 따르기 위해 선발한 어린 선수들은 규정에 정해진 바처럼 프로 경기에서 일정 시간 출전을 하기도 하지만, 그 이후 연령이 되면 제대로 경기에 투입되지 못하고 입지를 다지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프로로 직행한 선수들을 제외한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에 진학하여 경기를 뛰며 프로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먼저 프로에 올라간 선수들조차 팀 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대학교 2. 3학년까지 프로에서 부름을 받지 못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많은 대학선수들이 선수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난다.
현직 대학 감독인 A 감독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22세 규정으로 우수한 선수들이 프로로 일찍 뽑혀가지만, 실제 이들은 각 구단에서 의무적으로 출전시켜야 하는 인원과 시간을 충족시키는 데 이용될 뿐, 23세 이후에도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얻는 선수들은 몇 명 되지 않고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렇게 우수한 선수들은 미리 뽑혀간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대학 2.3년 차에 프로에서 콜을 받지 못한다면 프로 무대에 데뷔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가능성이 있는 많은 선수들이 조기에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대학을 떠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대학연맹전과 리그가 모두 마무리되면 당연히 다음 시즌에 대한 구상과 선수훈련에 매진해야 하는 지도자들이 축구를 포기하고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 선수들을 설득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수한 선수들을 확보해서 각 연령별 대표로 키우고, 대한민국 축구발전의 선봉에 세워 위상을 높이겠다는 대한축구협회의 의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연령별 대표 육성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인가?
또 다른 B 감독은 이렇게 되묻는다.
전체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축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선수 인프라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서, 성인 프로팀에 바로 올라간 일부 선수를 제외한 스무 살 남짓한 대다수 선수들은 대학에서 지키며 육성하고 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십대 초반의 선수들이기 때문에 성인팀으로 갈 수 있도록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학축구를 무시한 채 21세까지 연령을 낮추어 프로로 데려가겠다는 것은 선수 육성에 애쓰고 있는 대학축구를 고사(枯死)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주장하는 선진 유럽의 축구를 따라간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보다 100년 가까이 먼저 프로 역사를 가진 유럽도 7.8년 전에 시작한 21세 규정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그 효과 역시 미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대학리그를 가진 나라는 대한민국과 일본밖에 없다.
대학리그가 없는 유럽의 축구 규정을 따르겠다는 것은 환경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무시한 채 ‘선진 유럽축구 시스템’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에 불과하다.
대한축구협회의 이런 판단 착오는 한두 번이 아니다.
매번 정책을 결정할 때마다 나오는 말이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헛발질 행정에 화가 난다”라고 시도축구협회 및 연맹과 지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우수한 선수를 미리 확보해 프로에 진출시키겠다는 생각 이전에, 그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학지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한민국 축구 최상위 레벨인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 대학축구와 프로축구가 함께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의견을 나누려는 노력이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 한국대학축구연맹과 대학지도자들의 주장이다.
연령별 대표팀 역량 강화, 우수선수 조기 프로 데뷔를 위해서는 그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는 초·중·고 대학축구 환경에 대한 보살핌과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에 한국대학축구연맹은 지난 덴소컵 경기 후 현장에 참석한 대다수 대학지도자들을 상대로 회의를 열어 대한축구협회에서 추진하려는 21세 규정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이러한 움직임에 일각에서는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냐고 비판을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축구 인프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에 나오는 비판이라 할 수 있다.
대학축구 지도자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프로축구의 중간지점인 대학축구도 살리고 대한민국 축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상생 전략을 찾자는 것이며, 이러한 전체 대학축구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 한국대학축구연맹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에게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한 것이다.
최근 차범근 축구교실이 운동장 확보에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직접 나서서 운동장을 제공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개인 축구교실에도 도움을 주는 대한축구협회장이 성인 축구의 바탕인 대학축구를 외면한 채 잘못된 행정으로 고사 직전인 대학축구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대화에 응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축구신문 이기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