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 조중연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당선되면서 축구협회는 16년간의 ‘정몽준 시대’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됐다.
 
  ‘협회에 매일같이 출근하면서 중요한 업무들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CEO형 회장이 되겠다 ’며 포부를 밝힌 조 신임회장은 당선의 기쁨도 잠시, 당장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과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
 
  이 과제들에 대한 해결 능력은 경기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협회장 자리에 오른 조 신임회장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협회 내부에서 잔뼈가 굵은 조 신임회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2인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회장으로써의 리더쉽을 갖는 것이다. 조 신임회장은 1992년 이사로 협회에 발을 들여놓은 후 16년 넘게 전무와 부회장 등을 거치는 동안 본인의 표현대로 ‘세컨맨’으로써 탁월한 업무 능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칭을 얻어내며 협회 내부에서의 입지를 착실하게 다져왔다.
 
  업무를 과감히 추진하면서 성과를 이뤄낸 점도 분명히 있지만 독단적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주변과의 소통이 부족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업무를 추진하는 2인자가 아닌 협회의 사업 전면에 나서는 총책임자로써 여러 의견을 듣고 거기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조 신임회장은 당선 직후 “축구발전을 위한 선·후배와 동료들의 고견을 듣기 위해 귀를 열겠다”며 말한 데 이어 “독단적으로 협회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조 신임회장이 자신이 한 말에 대해 얼마나 책임을 지는가에 따라 이 과제에 대한 해결정도가 달려있다.
 
  또 정몽준 회장이 협회 업무를 돕기 위해 현대중공업에서 데려온 인사들이 정 회장의 퇴임과 함께 그룹으로 되돌아가면서 생길 행정 공백도 최소화해야 한다.
 
  가삼현 사무총장과 유영철 홍보국장이 행정 존속과 업무 인수인계 문제로 5월까지 협회에 잔류하게 되지만 대다수의 ‘현대맨’들이 협회 행정에서 빠지게 된 상황에서 생기게 될 공백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조 신임회장이 두 번째로 해결해야할 과제는 최근 들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축구계 화합 문제다.
 
  조 신임회장이 출마 공식기자회견에서 협회와 외부의 균열이 있음을 어느 정도 시인한 바 있듯이 축구계는 협회를 중심으로 한 여권과 허승표 후보를 중심으로 한 야권으로 양분되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고 이번 경선 과정을 통해서 양측 사이에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흑묘백묘론’을 들고 나선 조 신임회장이 화합을 위한 어떤 포용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몽준 회장 체제에서 협회는 바깥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경선에서 허승표 후보가 10표를 얻는 예상 밖의 선전을 펼치면서 외부의 의견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된 만큼 조 신임회장이 외부의 의견에 대해 어느 정도로 귀를 기울이는지가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또한 그동안 협회가 중앙집권적 행정만을 고집해오면서 쌓여온 지방 협회들의 상대적인 소외감과 협회에 대한 불신, 불만 등을 어떻게 어르고 달래서 이끌어 갈지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는 올해부터 실시되는 초, 중, 고 주말 리그제를 ‘어떻게 정착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과제이다. 조 신임회장도 “차기 집행부가 안정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과제는 주말 리그제 정착”이라고 말한 것처럼 주말 리그제의 정착은 실로 중요한 문제이다.
 
  주말 리그제는 한국 축구의 단계적 발전은 물론 유명무실해진 지방 협회에 비중을 키운다는 점에서 분명 실시되어야 할 제도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4월 초부터 리그제를 실시한다고 가정했을 때 불과 두 달 여 남긴 현 시점에서 그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되어있는지 의문이고, 30일 실시되는 공청회를 통해 리그제 실시에 대해 우려를 가지고 있는 고교 지도자와 학부모들을 얼마만큼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신필중 기자(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