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제51대 회장에 당선... 경기인 출신 '첫 영광'


조중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16년간 자리를 지켜온 정몽준 회장에 이은 새로운 축구협회의 수장으로써 4년간 협회를 이끌게 됐다.
 
  ‘포용을 통한 화합, 발전을 향한 변화’라는 케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선 조중연 부회장은 22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09년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28명의 대의원들의 투표 결과 18표를 얻어 10표를 얻는데 그친 허승표 축구연구소 이사장을 제치고 제51대 협회 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중동고와 고려대, 해병대, 산업은행 등에서 선수 생활을 한데 이어 1975년부터 모교인 고려대 코치를 시작으로 1994년까지 프로팀 울산과 모교인 중동고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지낸 바 있는 조 신임회장은 그동안 정치인과 기업인들만의 전유물과 다름없었던 축구협회 회장 자리에 최초로 등정에 성공한 축구인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지난 1992년 이사로 협회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면서 굵직굵직한 업무들을 수행해 온 조 신임회장은 1998년부터 2003년까지 6년간 전무를 맡은데 이어 2004년부터 현재까지 부회장을 거쳐 16년 만에 축구협회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됐다.
 
  축구협회 역대 26번째 회장이 된 조 신임회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부족한 회장으로 저를 뽑아주신 대의원과 많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언론사와 팬들의 성원에 감사한다. 한국축구가 당면한 통합과 지속적인 발전이라는 과제를 마음 속 깊이 새기겠다. 축구인 출신으로 4년간 임무를 잘 수행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조 신임회장은 “공약으로 내세웠던 10가지의 약속을 빠른 시일 안에 심도있게 추진하겠다. 비록 경선이라는 과정을 밟았지만 한국축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나를 지지했던 이나 반대했던 이 모두를 끌어안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 말했다.
 
  조 신임회장은 또 “지금 변화라는 단어가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 좌우되어왔던 축구계도 오늘 이 순간 이후부터는 변화라는 틀 속에서 발전하고 변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 후 “앞으로 4년동안 매일 협회에 출근하는 첫 회장이 되겠다. 내 사무실은 항상 열려있을 것이고 선배 분들과 동료, 후배들의 얘기에 나의 귀를 넓힐 것이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실천하는 회장이 되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조 신임회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 16년간 계속되어왔던 정몽준 회장 시대와 비교할 때 무엇이 달라지는가? 
 - 지난 16년 동안에는 우리가 월드컵을 유치하고 개최하면서 대외적인 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모든 면에서 내실을 기해야한다.
  올해부터 초, 중, 고 주말 리그제가 실시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도 협회가 강화되어야하고 예산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한다. 시·도 협회와 관계를 더욱 긴밀히 가지면서 초, 중, 고 리그제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시·도 협회에서 표를 많이 얻지 못했다는 분석인데 시·도 협회와 어떻게 관계를 긴밀히 할 생각인가?
- 시·도 협회는 그동안 회장 개인의 돈으로 운영되어왔다. 리그제 운영을 위해서는 행정능력을 갖춘 인재를 교육시켜 시·도 협회에 배치하고 예산도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100억 정도의 예산을 책정할 생각이다.

Q. 초, 중, 고 리그제 실시 외 내실을 기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 프로연맹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상호간의 이사 숫자를 늘려 소통이 되도록 할 것이다.
  리그제를 실시하다보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데 16개 시·도에 상비군 제도를 실시해 소질있는 선수를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하여, 우리 선수들이 세계무대에 진출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Q. 허승표 이사장이 경선 제도의 불공정성과 화합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 경선 후 화합은 내가 하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인적 통합과 정책적 통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협회 내에서 사무총장이라는 자리는 중요한 직책인데, 사무총장을 빠른 시일 안에 상대측 인사가 됐든, 누가 됐든 공개 채용을 통해 채용하겠다.
 
Q. K리그와 N리그의 승강제는 언제쯤 이루어지는가?
- 내셔널리그에서 먼저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프로팀이 강등되어 내려왔는데 입장료도 없이 경기를 한다면 팀을 해체하라는 말밖에는 되지 않는다. 내셔널리그 체질을 개선하고 입장료를 받는 등 기본적인 토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승강제를 실시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

Q. 투표 결과 18표를 얻었는데 나머지 10표가 지방협회의 소외와 반발 심리가 많이 반영된 듯하다. 중앙 위주의 행정을 지방 분권화 할 수 있는 방안은?
- 전체 28표 중에 18표를 받으면 60% 이상 득표한 것인데 이에 대해 만족한다.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오바마도 50%대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방 대의원이든 연맹이든 백지상태에서 새로 출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시·도 협회 행정요원을 2~3명씩 뽑아 행정 업무도 맡고 리그도 관장하도록 하는 식의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Q. 그동안 업무를 추진해오면서 소통이 없고 독단적이었다는 평가에 대해?
- 전무와 실무 부회장을 하는 동안 나는 세컨드맨이었다. 일을 추진하다보면 무리할 때도 있고 과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세컨드맨이 숙명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욕이라도 달게 받아야하는 자리였다.
  내가 회장이 되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일에 있어서 흑묘와 백묘를 가리지 않고 한국축구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반대하는 측도 동반해서 가겠다.
  난 협회를 독단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조직이 의견을 통일해 결정하면 그 의견에 따를 것이다.

Q. 일본과 중국이 월드컵을 유치하려고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언제쯤 유치할 수 있는가?
- 일본은 2016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전제하에 2022년 월드컵 단독 개최를 노리고 있는데 이는 2002년 우리에게 단독 개최권을 빼앗겼기 때문이고, 올림픽을 위한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서로 보인다.
  중국은 아시아에서 다시 월드컵이 열리게 된다면 유치할 수 있는 유력한 후보임에 틀림없다. 이제 막 취임을 해서 언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기는 힘들고 지금부터 연구하도록 하겠다.

Q. 첫 상근 회장인데 위상이 달라지지 않겠나?
- 그동안 정치인과 기업인 출신의 훌륭한 분들이 회장직을 맡아주셨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기업인도 아니다. 상근직 회장으로서 CEO형 회장이다.

Q. 공약 중 하나인 한국축구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 국제적인 문제는 명예회장으로 추대된 정몽준 회장이 FIFA 부회장을 맡고 있어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이사를 맡을 때 집행부가 바뀌게 되면서 국제 분야의 직원들도 대부분 보직이 바뀌어 후임자들이 FIFA나 AFC 등에서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어려웠다.
  전무를 맡을 때 국제부 직원들을 공개 채용했다. 김주성 국제부 부장을 협회에서 어학연수를 시키고 FIFA 행정코스도 이수하게 하면서 국제적인 인맥이 많이 넓어졌다. 현재 FIFA나 AFC 등에 지인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많은 국제부 직원들도 FIFA 행정 코스를 다녀왔는데 이 사람들을 적극 활용해서 한국축구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도록 하겠다.

Q.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방안은?
- 그동안 대표팀의 발전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번에는 프로 구단들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열흘이 넘게 제주도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프로 구단들과 협의해 계속해서 훈련 시간을 점차 늘리고, 프로와 협회가 상시 훈련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것이다.
  대표팀이 강해지기 위해선 연령별 상비군과 각급 청소년 팀이 강해져야 한다. 기성용과 이청용도 세계 청소년 대회를 통해 올림픽 팀과 대표팀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는 만큼 청소년을 조기 발굴해 강하게 만들 것이다.
  다행히도 전임 집행부에서 U-17세와 U-20세 대표팀이 올해 열리는 세계 대회 진출권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 선수들이 대표팀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현재 U-20세 대표팀이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나서야 하는데 청소년 팀이 조기에 올림픽 팀으로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Q. 청소년 대표팀을 올림픽 대표팀으로 조기에 연결시키겠다고 했는데 코칭스테프도 그대로 승계가 되나?
- 기술위원회와 논의를 해야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올림픽에 나가고 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팀과 올림픽 팀이 세계 무대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서 팬과 국민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는 것이 협회의 임무다.

Q. 정 회장 재임 당시 미디어에 대한 환경이 열악해졌다는 평가가 있는데 미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축구협회는 언론과 동반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여러분이 도와 주지 않으면 각급 대표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질 수가 없다. 이는 곧 협회의 사업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나 또한 언론과의 관계를 활짝 열고 도움을 구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질타도 받을 것이다. 그 것이 축구 발전을 위해서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이날 대의원 총회에서는 정몽준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었으며 이사회에서 제출한 현물 포함 657억원에 달하는 2008년 결산액이 승인되었다.
  760여 억원에 이르는 2009년 예산안과 사업계획은 오는 2월 초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