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축구협회(회장 백현식)의 위상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지역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벌어졌던 갖가지 파문과 논란을 특유의 뚝심으로 잠재우면서부터 백현식 회장의 위상은 누구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튼실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실 부산은 구도라는 찬란한 명성을 지녔던 도시. 그러나 그런 명성은 어느덧 퇴색한 역사가 되어 버렸고, 찬란한 명성의 최 일선에 섰던 경기인들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고 이리 저리 모래알처럼 흩어져버렸다.

 부산시협회는 송사의 단골로 전락했고, 그 앞장에는 어제의 그쪽 집 사람이 오늘은 이 쪽집 주축이 되어버리는 변신과 파행, 파문이 연달아 협회를 연달아 흔들어 대면서 송사가 끝나지 않고 벌어졌다.

 협회에 드나들던 관계자들이 변호사들에게 갖다 바친 수임료만 해도 협회 운영비를 초과하고도 남을 것이라는 후문이 유령처럼 협회 주변을 떠돌고 있다.
 특히 백현식 회장이 취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전.현직 고위간부들의 애매하고 엉뚱한 처신은 협회를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렸다.

 기나긴 법정 다툼은 지난 3월25일로 일단락이 됐다. 김한수 씨 등이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신청이 법원에 의해 ‘이유 없다’며 기각되면서 기나긴 송사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그러나 또 어떤 인사가 송사를 벌일 것일지 속단은 이르다는 것이 별난 인사들이 많은 지역 정서를 대변하는 평가이기도 하다.

 사실 협회는 특정 인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 다만 회장이 협회의 관리를 임시로 위탁을 받았을 뿐이다. 선거를 통해 4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것에 불과한 인사가 주인 행세를 하려 한다면 그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선거는 승복을 전제로 한 과정이라고 본다면 결과에 대해 지나친 문제 제기와 송사로만 해결하겠다는 인식은 제고돼야 마땅하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지난 4일 한터배 결승전이 벌어지는 부경고 운동장에서도 확 달라진 백현식 회장의 위상을 피부에 느낄 수 있는 장면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동호인들의 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낮선 손님이 찾아온 것이다. 바로 부산아이파크 안병모 단장이다.

 안 단장은 경기 중간에 동호인들에게 다가서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진지하 게 호소했다. ‘경기장을 좀 찾아와 주십시요. 프로가 살아야 한국 축구계가 살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며 동호인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한터배 시상식이 끝난 후 마련된 간담회에서는 더욱 진지한 호소를 펼치며 싸인 볼과 초청장을 배부했고 ‘축구선수들을 경기장에 보내주시면 정말 고맙겠다’ 고 하소연 했다.

 백현식 회장도 ‘동호인들이 프로를 열성으로 지원해줘야 아마추어가 더 잘 될 수 있다’며  거들었고 ‘협회 차원에서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화답했다.

 안병모 단장이 부산 아이파크 단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2006년. 벌써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 팀 단장으로 부임한 것이 3년이 넘어섰지만 부산시 축구의 수장인 백현식 회장을 이제 와서야 대면했다는 것은 아무리 후하게 생각해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안병모 단장이 백현식 회장에게 협조의 손을 내밀고 동호인들을 찾아 나서며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축구인들은 ‘좀 늦긴 했지만 퍽 다행스런 일이다’고  반색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저녁 부산 아이피크와 상무의 경기를 벌어진 부산 아시아드경기장에 약 500여명의 팬들이 입장해 초라함의 극치를 이뤘으며 초만원을 이룬 야구장과 극단적인 대조를 이뤘다.

 3일 저녁 아시아드구장을 찾은 축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구단의 홍보와 마케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동호인들과 엘리트 축구인들이 어느 정도만 경기장을 찾아와줘도 이렇게 썰렁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모 지역 축구인은 ‘구단 재정이 제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트레프드 등에서 지역 축구선수들을 1-2명이라도 선발해주는 등 최소한의 배려를 해야 할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부산시 백현식 회장은 이날 저녁 늦게 까지 안 단장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지역 축구의 활성화와 프로 팀과의 협력 관계 조성 등에 대한 고견을 주고받았다는 후문이다.
 백현식 회장은 지난 3월 중순 법원의 판결로 송사를 말끔하게 정리한 것으로 판단되며 한 차원 높아진 위상을 동력으로 지역 화합과 발전에 팔을 걷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구도 부산이 어떻게 축구인들의 화합을 이뤄내고 또 구도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부산에서 김성환 기자(scholes@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