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원인 팀 외부에서 찾아야 …”


대학축구의 맹주를 자처하던 호남대(이사장 박기인)가 언제인가 부터 동네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벌써 올해에만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것이 3번이나 된다.

 ‘또 돌아온 맹장’ 서현옥 씨가 지난 8월부터 지휘봉을 잡으며 공식적으로 참가한 대회는 이번이 처음. 서 감독은 제자인 이평제 감독의 뒤를 이어 지난 11월6일부터 안산에서 열리고 있는 대학선수권대회에서 모처럼 16강을 통과하며 기세를 올리는 듯 했으나 8강 문턱에서 다시 관동대에게 패배하며 내·외부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호남대는 8강 문턱에서 관동대에 전반에 2골 차로 뒤지다가 후반에 기세를 올리긴 했으나 3 : 2로 패배하며 다시 본선 무대를 뒤로 하는 민망한 처지로 전락하며 ‘또 돌아온 맹장’ 서현옥 감독의 지도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호남대의 연이은 예선 탈락을 지켜보던 축구인들은 ‘올 것이 온 것 아니냐’는 기색들이 역력하다. 일부 축구인들은 듣기조차 민망한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호남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별명 중 하나는 ‘지도자들의 무덤’.

 그도 그럴 것이 호남대가 지난 82년 축구부를 창단한 이후 거쳐갔던 지도자의 숫자가 연필 한 다스를 거뜬히 넘어선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호남대를 거친 지도자 중에서 기자의 뇌리에 떠오르는 지도자가 워낙 많아 순서를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해서 취임 연도와 순서에 상관없이 거명해보면 이평제, 이태엽, 신연호, 서현옥, 문영래, 박복준, 정동복, 이부열, 이장수, 김형두, 김상호 그리고 또 다시 서현옥 감독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호남대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지도자들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악평이라기보다는 사실에 기초한 별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호남대의 올해 참패의 행적을 상세하게 살펴보자. 지난 7월 영광에서 열린 전국대학축구대회에서 치욕적인 예선 탈락을 맛봤고, 지난 8월 전주에서 열린 추계연맹전에서도 예선 탈락의 늪으로 다시 빠져들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호남대는 줄곧 광주시 대표로 나섰던 전국체전에서 조선대에게 출전 티켓을 넘겨주며 ‘체전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말았고, 지난 9월 안동에서 열린 추계 1, 2학년 대회에서도 예선 탈락의 치욕에 또다시 몸을 떨어야 했다.

 박기인 이사장은 사석에서 “좋은 시절이 다 간 것 같다”고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면 호남대가 좋은 시절을 다 보낸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대학 축구계에서는 호남대의 연이은 패배의 원인을 ‘팀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팀 내부에서 찾아야 한다’는 분석이 유력하게 나돌고 있다.

 경기도의 모 대학 감독은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겠다” 면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팀 외부 즉, 팀을 이끄는 지도층의 복합적인 문제가 팀을 패배로 이끌고 있다”면서 “호남대는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패배를 잉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모 대학 감독은 “대학 팀 상당수가 호남대만 만나면 만사 제처 놓고 죽기 살기로 ‘맞짱’을 뜨겠다고 덤벼드는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해보라”면서 “왜 호남대를 ‘지도자들의 무덤’으로 부르게 됐는지에 힌트가 숨어 있다”며 “박 이사장이 대학 축구계의 정서를 너무 깔보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남대가 올해 들어 각종 대회에서 연패를 기록하면서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해진 측면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호남대를 거쳐간 일선 지도자 대부분은 박기인 이사장에 대해 ‘매우 싸늘한 평가를 하고 있다’는 공통성을 지니고 있었다.

 서울과 지방을 통틀어 가장 좋은 경기 인프라와 풍부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호남대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험악하다는 대목은 관심을 끄는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의 한결같은 증언의 핵심은 ‘박 이사장이 후원자의 선에 머무르기 보다는 감독, 그 이상으로 사사건건 팀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감독의 고유권한 까지도 수시로 월권하고 있으며 결국 박 이사장의 지나친 간섭 등이 호남대를 서서히 침몰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서현옥 감독의 재입성도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붓고 있다.

 서 감독이 팀에 돌아온 개인적 이유가 어떠하든 제자들의 성장과 진로에 커다란 걸림돌로 비쳐지면서 박 이사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평가를 씻어내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시키고 있으며 호남대를 바라보는 축구인들의 정서는 냉랭 일변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영근 기자 (ceo@weeklysoccer.co.kr)
사진 = 안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