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선수 구타! 협회 관계자는 수수방관! 학부모들은 취재방해, 폭언!


일부 일선 지도자들의 선수 폭행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일부 지도자들의 선수 폭행을 제지하고 앞장서서 선도해야 할 지역 축구계 고위 관계자들이 경기장 곳곳에서 자행되는 선수 폭행에 대해 수수방관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현실이다.

  지난 8일 오후 4시. 인천시축구협회가 (회장 전영태) 주관하는 전국체전 예선경기가 벌어지는 동구 구민구장에서 심각한 선수 폭행이 자행됐다.

  강화고와 인천남고의 전반전이 끝나는 순간, 인천남고 황정만(33) 감독은 선수들을 본부석 뒤쪽으로 불러 모았다. 그리고 선수들을 한명씩 불러 구타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했는지 황 감독이 선수들을 구타하는 장소에서 약70m 떨어진 화장실 내부까지도 생생하게 들릴 정도였다.

  인천남고 황정만 감독이 선수들을 구타하는 장소는 본부석과 약 8m 정도 떨어져 있었다.

  당시 본부석에는 인천시축구협회 이광호 사무국장. 김원배 경기위원장 등과 전반 경기를 마친 심판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인천남고 학부모 30여명이 불안한 표정으로 사태를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황정만 감독의 선수 구타는 약10여분간이나 계속됐고, 선수들의 뺨을 때리는 요란한 소리를 듣고 기자와 사진기자가 구타 현장에 다가서려고 하자 인천남고 학부모들이 순식간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일부 학부모들은 안상현 사진기자의 촬영을 방해했고, 취재하는 기자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학부모도 가만히 보고 있는 데 당신들이 왜 나서느냐”며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기자와 학부모들의 밀고 당기는 소란이 계속됐지만 황 감독의 선수 구타는 그 시간에도 아주 태연하게 계속됐다. 본부석에 앉아 있던 인천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 자세, 그 표정으로 황정만 감독의 선수 구타를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실 일부 학원 감독들의 선수구타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닌 아주 고질적인 악습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토록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것도 아주 태연하게, 그리고 지역 축구협회 고위 간부들이 지켜보는 공적인 장소에서 폭력사태가 공공연하게 자행 될 정도로 선수구타가 일상화됐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더구나 일부 학부모들의 인식은 감독의 선수구타에 대해 용인하는 것을 넘어 아주 자연스런 애정(?) 표현쯤으로 애써 자위하려 한다는 점이다.

  대축이나 지역 축구협회의 엉뚱한 정서도 선수구타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본보가 지난 4월 보도한 서울의 J중학교 감독의 선수구타에 대해 서울시축구협회는 6개월의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그것도 상벌위원들의 견해가 상치하며 끝내 표결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난상 토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인천남고 황정만 감독의 선수구타 그 자체도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지만 경기장 폭력 사태에 대해 1차적인 제지자가 되어야 할 지역 축구계의 고위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두 눈 뜨고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구타가 자행됐다는 것은 충격을 넘어 허탈감까지 주고 있다.

  이제 전국의 경기장에서 자행되는 이 같은 선수구타를 누가 제지 할 것이며, 또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을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축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을 되새겨 보면 더욱 안타까움을 떨칠 수가 없으며 그저 지역축구협회 관계자들의 투철한 재인식을 기대 할 뿐이다.

  인천시축구협회 전영태 회장은 8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면서 ‘불미한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일선 지도자들에 대한 소양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 고 덧붙였다.

김영근 -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