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선발 의혹투성이, 프로 스카우터 입김…


대학연맹(회장 변석화)이 세르비아에서 개최되는 유니버시아드 대표감독 선임과 선수선발을 둘러싸고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먼저 상임이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모 이사는 ‘연맹이 언제까지 2-3명의 실세들에 의해서 운영돼야 하느냐’며 ‘대부분의 이사들을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격한 반응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대학연맹은 호치민시티컵 대회에 이어 또 다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U대회 대표선수 선발에 대한 반발의 강도는 예상보다 높다. 명단을 발표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으며 선수 명단이 발표되자 연맹 내·외부를 막론하고 심상치 않은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더구나 춘계연맹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광운대가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명단에서 확인되자 논란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두터워지고 있으며 일부 고위 인사들에게 공개적으로 퇴진을 강요하는 특이한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 논란을 부추기는 사실은 ‘연맹이 주최한 대회 성적을 토대로 대표선수 선발을 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심지어 ‘연맹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힘을 받고 있으며 ‘연맹 주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팀에서 단 한명의 선수도 선발하지 않는다면 연맹이 주최하는 대회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노골적으로 연맹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서기도 했다.

 서울의 모 감독도 ‘이번 대회는 엔트리도 적은 상황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특정 대학 등에서 2-3명의 선수를 무더기로 선발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처사냐’며 목청을 높였다. 

 중부권의 모 감독은 ‘집행부가 선수를 선발했다기 보다는 외부 입김이 더 깊숙하게 작용했다’면서 ‘특히 프로 스카우터들이 개입이 극심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집행부의 해명을 요구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대학연맹 모 고위 핵심 관계자의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뉘앙스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근거가 있음이 묻어나는 충격적인 발언이 터져 나왔다.

 모 고위 관계자는 ‘그런 소문을 흘려듣기는 했으나 감독이 프로 스카우터들에게 좋은 선수를 추천해달라는 의미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해 연맹 내부에서도 스카우터들의 개입에 대해 충분하게 인지하고 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됐다.

 사실 대학연맹이 대표 팀 감독 선임과 대표 선수 선발을 둘러싸고 강력한 내부 반발에 이은 대립과 홍역을 겪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호치민시티컵에 출전한 강영철 감독 선임에 대해 강력한 내부 반발이 일어났고, 선수단 구성을 둘러싸고 내홍이 끝없이 이어졌으며 결국 회장 선거에서 큰 변수와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변석화 회장의 리더쉽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명하는 일선 지도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변 회장이 현안으로 인해 논란이 일어날 때 마다 보여준 수세적인 리더쉽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시각이 비등하다.

 변 회장은 호치민시티컵 감독 선임을 놓고 내부 논란이 일어날 때도 ‘지도부에 권한을 일임했다’며 수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방관자적인 자세를 보였다.

일선 지도자 상당수가 변 회장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의 줄기는 두 가지로 대변된다. 먼저 핵심 참모에 대한 지나친 권한 집중과 특정 학연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풍토와 이사회 운영이 도를 한참이나 지나쳤다는 것이 핵심이다.

 연맹은 당초 전년 대회 성적을 근거로 해 김종필 감독으로 내정했다가 ‘전무가 대표감독을 맡는 것이 너무 모양세가 안 좋다’는 이사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감독 교체를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다.

 사실 변석화 회장이 그 같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정황은 이해되는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무를 맡아 지난해 회장 선거를 신승으로 이끌었으며 수시로 악역을 맡았던 인사를 결국 여론에 등 떠밀려 내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변 회장에게 큰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평소 과묵하기로 소문난 김종필 감독도 이번 사태를 매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기색이며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 피부에 느껴졌다.
대학연맹으로서는 가장 큰 국제행사로 볼 수 있는 유니버시아드 대회 감독이 김종필 감독에서 김상훈 감독으로 낙점되면서 설왕설래가 있었으나 다소 가라앉을 것 같던 분위기는 대표선수 명단이 발표되면서 다시 되살아나며 긴장 국면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변석화 회장을 비롯한 선수 선발에 관련된 인사들은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변 회장은 젊은 대학 감독들의 전화 항의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당수 일부 감독들은 분기탱천한 기색으로 대표선수 선발에 영향력을 행사한 이사들에게 퇴진을 강요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돈다.

 변석화 회장이 신승을 한 이후 구성한 집행부 인선도 이번 파문을 기화로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K대 출신이 전체 이사의 약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연맹이 특정 대학의 동문회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일부 대학에 이사를 집중 할애한 난감한 처사도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특정 대학 2-3곳에 이사를 2명씩이나 중복 임명한 처사는 집행부 인선의 순수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 집행부는 소수 대학에 2명의 이사를 임명했다. 결국 체육부장도 연맹 이사요, 현직 감독도 이사를 맡는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며 일선 지도자 중 이사를 맡지 못한 지도자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었다.

 사실 축구인 출신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낼 수도 있는 것이 대표팀 감독이다. 또 그런 의지가 비난을 받을 행위도 물론 아니다. 그러나 대표 감독과 대표선수 선발 등은 전 축구계가 주시하고 있는 중대 사안이며 더구나 대학은 엘리트 축구 최정상의 카르텔이기에 대학 대표선수 선발은 더더욱 철저한 공정성이 담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유니버시아드 감독 선임 일보직전에 낙마한 김종필 전무는 칩거를 계속하고 있었으나 초연한 기색이 분명했다. 김 감독은 오히려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듯 ‘연맹을 비롯한 경기 현장에서 이런저런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대학 축구인들이 합심하여 유니버시아드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주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치고 난 후 머리를 맞대고 잘못된 점이 있다면 시정해나갔으면 좋겠다’면서 대학 축구인들의 단합과 결속을 주문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

사진 설명 (상) 지난해 11월 열린 대학연맹 총회 장면 (하) 김종필 홍익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