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리그 강호 우수수 탈락. 미포조선, 교통공사 등 16강 고배


지난 16일부터 남해에서 펼쳐지는 제57회 대통령배 전국 축구대회 16강 토너먼트가 마무리되면서 8강이 모두 가려졌다.
 이번 대회는 특히 내셔널리그 강팀들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며 탈락하는 등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후반에만 3골 폭발… 짜릿한 3대2 역전승

 대전 한국수력원자력이 5년 만에 강호 울산 현대미포조선을 잡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대전 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지난 23일 남해 스포츠 파크 치자구장에서 펼쳐진 울산 현대 미포조선(이하 미포)와의 경기에서 축구에서 가장 재밌다던 펠레 스코어 3:2를 기록하며 감격스런 승리를 거뒀다.
 경기는 미포가 우세하게 끌고나갔다. 최전방 최철우의 높이와 한욱과 김호유의 측면이 살아나면서 편하게 경기하던 미포는 전반 28분 김지성의 발끝에서 첫 골이 나왔다. 왼쪽 골에어리어 부근에서 김호유가 올려준 공을 김지성이 그대로 집어넣으면서 앞서 나갔다.

 리드를 잡은 미포는 이후 주도권을 확실히 잡으면서 슈팅 수 7:2의 압도적인 경기를 펼쳤다. 전반에 추가 골을 넣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 들면서 경기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포가 조금 방심한 탓도 있겠지만, 수자력이 완전 다른 팀인 것처럼 보였다.

 강력한 압박을 선보이던 한수원은 후반 8분 만에 동점골에 성공했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조주영이 밀어줬고, 홍덕종이 득점에 성공하며 동점을 만들어냈다. 미포 측에서 오프사이드라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황한 미포를 상대로 한수원은 또다시 비수를 꽂았다.

 후반 21분 김영남이 중앙부터 단독돌파로 수비를 흔들고서 때린 슈팅이 골문 오른쪽에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완벽한 타이밍에 때린 기가 막힌 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미포는 곧바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김철배가 올려준 패스를 최종한이 머리로 밀어 넣으며 동점에 성공했다.

 역전을 허용하고 2분 만에 따라가는 강호의 면모를 보이며, 승리의 자신감에 차있던 미포였지만 골키퍼의 한순간의 방심이 패배를 자초했다. 동점을 허용한 지 불과 1분 후 한수원은 롱패스로 미포 문전으로 패스했지만, 볼은 골키퍼에게 전달됐다. 너무 쉬운 상황이었는지 골키퍼는 편안하게 볼을 잡아 처리하려는 순간 수자력의 이수민이 달려들어 골을 가로채 골을 기록했다. 미포의 골키퍼 양지원은 파울이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주심은 단호하게 골을 선언했다. 불과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 골이나 주고받는 상황이어서 선수는 물론 관중들도 어안이벙벙한 모습이었다.

 한 점을 앞서 가게 된 한수원은 수비를 더욱 강화하고 거세질 미포의 공격에 대비했다.
 예상대로 미포의 공격은 대단했고, 한수원은 온 힘을 다해 방어했다. 결국 한수원은 창단 이후 처음으로 미포 조선을 물리치는 기쁨을 누렸다.

 대전 한수원의 배종우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5년 만에 처음으로 미포를 꺾었다"고 "감독으로 우승에 욕심이 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경기에만 임하겠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반면, 미포 조선은 강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1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학돌풍의 힘! 숭실대, 호남대, 동아대

 이번 대통령배는 대학팀의 돌풍이 거세다. 숭실대는 16강전에서 내셔널리그의 부산 교통공사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은 기세로 전반에만 두 골을 먼저 기록하며 압도하는 플레이를 펼치며 2:1의 승리로 8강에 올랐다.

 같은 날 펼쳐진 숭실대와 부산교통공사 경기서 숭실대는 초반부터 교통공사를 상대로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확실한 대비책을 들고 나왔다. 반면, 교통공사는 숭실대의 작전에 철저하게 막히며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숭실대는 공격에서 배천석과 고무열이 교통공사를 뒤흔들며 수비를 혼란케 했고, 전반 33분에 선제골을 넣으며 작전의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윤영노가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단독 드리블을 하며 때린 슛이 골망을 그대로 흔들었다.

 1:0으로 앞서 나간 숭실대는 여세를 몰라 전반 42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창호가 올려준 패스를 김재민이 헤딩으로 골을 연결해 2골 차의 여유를 갖게 됐다.
 후반 들어 전열을 가다듬은 교통공사는 창 끝을 더 예리하게 했고, 여승원을 앞세워 더욱 맹공을 퍼부었지만, 좀처럼 숭실대의 골문은 열리질 않았다. 경기 막판 체력이 떨어진 숭실대의 엷어진 수비를 상대로 후반 41분 여승원이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교통공사는 전반의 두 골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무너졌다.

 부산 동아대와 울산대의 대학팀 간의 대결에선 박세영의 활약을 앞세워 동아대가 2:0으로 울산대를 눌렀다. 일방적인 경기를 보인 동아대는 전반 10분 만에 이진영이 왼쪽에서 올라온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해 득점에 성공하며 편안한 경기를 펼쳤고, 후반에 투입된 박세영이 울산대의 수비를 농락하며 오른쪽에서 올려준 공을 강민우가 머리로 밀어넣으면서 2:0의 승리를 가졌다. 

 호남대도 공설운동장에서 펼쳐진 경기에서 신영준의 결승골로 수원시청을 누르고 8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이로써 이번 8강전에서 대학팀은 숭실대, 동아대, 호남대 세 팀이 남아 우승에 도전하게 됐다.

승부차기의 묘미… 광주광산클럽, 천안시청

 토너먼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승부차기다. 이번 대회서 8강까지는 무승부시 연장전 없이 바로 승부차기에 들어간다. 이날 펼쳐진 16강전에서 8경기 중 2경기가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천안시청은 비자구장에서 펼쳐진 안산 할렐루야와의 경기서 1대1 무승부를 기록. 승부차기에서 짜릿한 승리를 기록해 창단 후 첫 8강에 올랐다.
 경기는 할렐루야가 다소 우세하게 진행됐고, 전반 24분 우세함에 대한 보답을 받았다.

 왼쪽 코너 부근에서 신재필이 패스한 공을 박스 중앙에서 임성호가 헤딩으로 골을 기록한 것이다. 한 골 앞서 나간 할렐루야는 전반 중반부터 점차 천안의 압박에 고전하기 시작했다.  전반 28분 천안은 천금 같은 동점골을 기록했다. 문순호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패스한 공이 중앙으로 연결됐고, 달려들던 이규철이 그대로 밀어 넣으면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후 팽팽하게 진행된 두 팀의 경기는 더 이상의 득점은 기록하지 못하고, 무승부를 기록 규정대로 승부차기에 돌입했고, 피 말리는 승부가 펼쳐졌다. 승부차기는 천안시청의 선축으로 시작됐다.  천안시청의 3번째 키커가 실패하며 4:4 상황에서 할렐루야의 마지막 키커 서수종이 준비하고 있었다. 성공하면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 하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천안시청 골키퍼 배관영의 손에 걸리면서 동점을 기록하며 6번째 키커를 준비하게 됐다 이후 계속해서 골을 기록하며 승부가 나지 않았고 11번째 골키퍼의 대결까지 왔다. 모든 선수가 한 번씩 다 찬 셈이다.

 먼저 선축한 천안시청 배관영 골키퍼가 가볍게 성공했고, 할렐루야 나경만 골키퍼가 때린 슛이 실패하면서 길었던 승부차기는 10:9로 천안시청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편 광주광산클럽도 승부차기에서 인천 코레일을 3:2로 제압했다. 전, 후반을 1:1로 마친 두 팀은 승부차기에서 운명이 갈렸다. 특히 광주광산클럽의 김정형 골키퍼는 5명의 키커 중 3명을 막아내는 놀라운 선방을 보이며 팀의 승리를 안겼다.

신석주 기자 (vision007@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