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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소득 없이 끝난 ‘고교 리그제 토론회’
기사 작성일 : 09-02-05 16:30




대다수 학부모 거센 반발… 협회에 대한 불만만 커져


올해부터 초·중·고등부의 주말 리그제 실시를 앞두고 일선 고교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힌 협회가 리그제 실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개최한 토론회가 결국 별다른 소득을 남기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협회는 리그제가 올해부터 실시되는데 반대하고 있는 리그제 도입에 대한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이해를 돕고자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토론를 개최했지만 어떠한 합의점과 방도를 찾지 못했다.
 
  또한 객석을 가득 메웠던 대부분의 지도자와 학부모들이 토론이 한 시간 남짓 진행된 시점에서 ‘토론 진행 내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등 이해를 얻는데 실패함과 동시에 오히려 더욱 거센 반발에 직면하게 되었다.

    또한 이날 토론은 촉박한 시간문제로 인해 리그제 실시에 따른 지도자들의 대한 처우 개선 문제 등 논의가 이루어져야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이 전혀 진행되지 못한 채 황급하게 마무리 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장에는 평일 오후에도 불구하고 협회가 사전에 마련한 300여 석의 객석이 다 찬 것도 모자라 수십 명의 사람들이 서서 토론을 지켜볼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려 고교 리그제 문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를 증명했다.
 
  전 협회 자문위원과 기술위원을 역임한 숭실대 장원재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은 시작부터 ‘올해부터 당장 실시해야 한다’는 쪽과 ‘유예기간을 두고 실시해야 한다’는 쪽이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올해부터 당장 고교 리그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으로는 박희곤 교육과학기술부 학생체육담당 과장과, 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 담당 과장, 박정균 호서대 체육학과 교수, 김대길 협회 이사, 송기룡 협회 기획실 부장 등 5명이 패널로써 토론에 참여했다.

  반대 의견인 ‘유예 기간을 두고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 측 역시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건욱 안동고 감독을 비롯, 오희천 통진종고 감독, 곽경근 여의도고 감독, 김대은 전북축구협회 전무 겸 16개 시·도 협회 전무이사 협의회 회장, 통진종고 학부모 정현숙 씨 등 5명이 패널로 토론에 나섰다.

  양 측 모두 ‘축구선수도 공부하는 풍토를 조성해주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결국 도입 시기에 대한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올해부터 당장 고교 리그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 측은 반대 의견으로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과 객석을 가득 메운 지도자, 학부모들을 이해, 설득시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토론 중에 지도자나 학부모들과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리그제 실시를 추진했던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가장 쟁점인 대학 입시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해결안을 내지 못한 채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객석의 학부모들에게 야유와 고성을 듣는 등 곤욕을 치뤄야했다.

  “학교 운동부들이 학업을 경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대두된 얘기였다. 11월 11일 정책을 발표하기 전부터 T/F팀을 중심으로 공식적인 회의만 15회 이상 진행해왔다. 리그제 실시로 축구발전의 궁극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추진하게 됐다”며 정책 추진 배경에 대한 설명을 마친 우상일 과장은 이어 리그제 실시의 유예 가능 여부를 묻는 오희천 감독의 질문에 대해 “11월 11일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 정몽준 전 회장이 발표를 할 당시 내용을 큰 골격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말한 후 “그날 발표할 때 유예에 대한 내용은 없었으므로 그대로 진행하고, 부분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오늘 나오는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송기룡 부장은 “현재 축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 중 5%만이 선수나 지도자 등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나머지 95%의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학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실시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하자 오 감독은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반대할 지도자나 학부모는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다. 여의도고에 경우 전원이 정규 수업에 참여하고 있고, 우리학교(통진종고)의 경우에도 오전에는 무조건 수업을 듣고 필요에 따라 보강을 하고 있다. 축구 선수 출신 중 관련 분야로 진출하는 5%만이 잘되는 것은 아니다. 나와 함께 운동을 했던 친구들도 지금 각자 나름의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축구를 통해 잘 통제된 학생들은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다. 고교에 진학한 이상 직업 선택의 길로 들어섰다고 봐야한다. 지도자들조차 리그제 운영방식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굳이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강조하며 송 부장의 의견에 반박했다.

  이에 대해 송 부장은 “이미 기본적인 내용을 다 공개했고, 지난 11월 19일 해남에서 만났을 때도 기본적인 내용을 모두 말씀드렸다”면서 “고교팀의 경우 팀당 22경기를 치르며 왕중왕전에 진출하게 되면 몇 경기를 더 치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건욱 감독은 “현재 각 전국대회에서는 리그와 토너먼트를 병행해서 대회를 치르고 있다. 현재 체제로도 그동안 월드컵에 꾸준히 나갔고 2002년에는 4강에 들었다. 거기에는 물론 정몽준 전 회장과 히딩크 감독의 힘이 컸지만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지도자들과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신 학부모들이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재에도 한 팀이 1년에 나갈 수 있는 전국대회의 수가 세 개 대회로 한정되어 있어 참가하는 모든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다고 가정해도 수업을 빠지는 날은 30일 정도다. 학습에 있어 필요한 부분은 대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시간에 유동적으로 충분히 보강을 할 수 있다. 공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고교생 정도 되면 성인이 되는 단계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다. 박태환과 김연아의 경우에도 수업에 대한 결손을 감수하면서 훈련을 하고 대회에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후 “정책을 추진하는 분들이 현장에 얼마나 나왔는지, 협회 내 해당 부서인 경기국과는 충분히 얘기가 된 사항인지, 해남 간담회에서 유예 기간을 달라는 지도자들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현장 지도자들과 한 번의 상의도 없이 추진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현재 지도자들 중 90% 이상이 리그제 실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갑자기 시행한다는 것은 무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송 부장은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그 성과 자체에만 언제까지나 만족할 수 없고, 항상 4강에 들 수 있는 실력이 되지도 않는다. 항상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토너먼트보다 리그제를 실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든다. 해남에서의 간담회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고, 일부 언론을 통해 기사화 되었기 때문에 협회 간부들이 모두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교생도 교육의 틀 속에서 엄연한 학생인 만큼 정규 수업을 이수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명탑 설치 지원 등의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고 답했다.

  오 감독은 “현재 서울시에 있는 재현고와 보인고에 인조잔디 공사와 조명탑 설치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우리 학교(통진종고)에서도 저녁에 조명탑을 쓰고 연습경기라도 치르려고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일반 학부모들로부터 많은 항의를 받고 있는데 대다수 학생들이 대학 진학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일반 인문계고의 경우 더욱 심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 감독은 “전세계에서 축구가 학원 스포츠에 속해 있는 것은 우리와 일본 밖에 없는데 일본의 경우 4천여개가 넘는 팀이 한 장소에 모여서 대회를 치른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고 오후 2시 이후에는 특기나 적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면서 축구선수들은 그 시간에 운동을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정규수업 자체가 4시가 넘어야 끝나기 때문에 해가 짧은 겨울에는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현재 일본의 명문고들도 교장의 재량에 따라 운동을 하고 있다”고 한데 이어 “3월부터 7월까지 리그제를 실시하게 되면 지방에 있는 팀들의 선수들은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을 할 수가 없다. 11월 왕중왕전에 나간다 해도 대학들의 스카웃은 이미 5~6월 정도에 이미 끝나기 때문에 정작 진학 문제가 급한 3학년들은 출전할 이유가 없다. 또 대부분의 경기가 인조잔디에서 치러지게 되는데 맨땅보다도 선수들의 부상이 잦다”며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했다.

  곽경근 감독도 “내가 감독으로 있는 여의도고의 경우 모든 선수들이 전 수업을 다 참가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잘 안다.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합숙을 없애고, 학업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모든 선수들로 하여금 전 수업에 참가하도록 했지만 학부모님들 생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유학을 떠났다. 모든 수업에 참가하고 나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해 야간에도 훈련을 하게 되어 선수들이 밤 11시 이후에나 집에 들어가고, 다음날 아침부터 또다시 수업에 참가하게 된다. 현실과 이상은 분명 차이가 있다. 외국의 경우 두 시면 정규수업이 끝난다. 시행착오를 없애기 위해서는 모든 환경을 만들어놓고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의 핵심 쟁점은 단연 대학 입시와 관련된 문제였다. 박희곤 과장은 “입시제도 자체가 97년부터 각 대학의 자율에 따라 결정되고 있어 각 대학이 특기생과 일반 학생 전형을 마련하고 있다. 77개 대학에서 축구부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12월 관계자들과 협의를 했다.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 대학들이 4월중에 입시요강을 발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한데 이어, 박정균 교수는 “대한축구협회에서 협조 공문을 발송하면 대부분 대학이 거기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고. 송 부장은 “대학과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현재 3개 기관 이름으로 공문을 전달했고,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데 이어 며칠 전 확인 전화까지 해봤다. 늦어도 4월까지는 입시요강이 발표될 것이다. 축구를 하던 학생이 축구실력으로 대학에 가는 것일 뿐”이라고 답하는 등 아직 확실하게 매듭지어지지 않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면서 입시 문제에 관련되어 예민해져 있는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학부모 대표로 토론에 참가한 정현숙 씨는 “일반 학생들이 치르는 입시제도가 바뀌게 되면 중학교부터 그에 대한 대비를 하게 되는데 작년 11월에 발표한 정책을 올해부터 당장 추진한다는 것은 무리다. 우리 아이가 정책의 실험 대상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이런 정책을 내면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윗선에서만 결정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오 감독은 “지방 팀의 감독들은 선수들을 ‘서울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시켜야 한다’라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으로 선수들을 진학시키는 것은 모든 지도자들의 목적인데 지방 선수들은 서울 소재 대학의 스카우터들에게 선을 보일 기회가 없어지는 것이다. 지방 협회에서는 모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데 이어 김대은 전무는 “전무이사협의회에서 ‘지도자와 학부모들과 먼저 공청회를 실시하라’고 건의했는데 ‘먼저 공청회를 열고 정책을 발표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16개 시·도 전무이사협의회에서는 지난 12월 9일 ‘초·중등부는 기존의 방식에서 약간 보강을 통해 리그제를 실시하되, 대학 입시 문제가 걸린 고등부는 유예 기간을 줄 것’을 협회에 건의했었다”며 오 감독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대길 협회 이사는 “워낙 양측의 이견이 크지만 축구의 발전을 위한 의견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나 역시 초등학교부터 대학을 거쳐 프로 선수 생활을 했지만 학습권을 박탈당했었다. 정책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는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중연 신임회장도 경기인 출신인 만큼 협회에서 학부모와 지도자들에게 불이익이 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 말하면서 “다소 시행착오가 있고, 추진 과정에서 문제가 있지만 언제라도 해야 할 것이라면 지도자와 학부모들도 함께 해야 할 것”이라며 리그제가 올해 실시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오 감독은 “왜 축구만 먼저 실시해야 하는가? 전국에 축구 129개교, 야구 60여개교, 농구 24개교가 있다. 농구 24팀 가지고 지역 리그제를 실시할 수 있는가? 또 설사 리그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어떡할 생각인가?”라며 따져 묻자 우 과장은 “잘못될 것이라 판단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은 없다. 현실적으로 54개의 모든 종목에 걸쳐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 축구가 가장 저명도가 있고 성공했을 경우 파급력이 큰 종목이기 때문에 축구를 우선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유명한 운동선수 출신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한결같이 ‘운동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고 대답했다.

  정현숙 씨는 “검증이 안 된 정책이므로 학부모들은 좋은 정책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충분히 사전에 이해시키려고 노력을 했다면 오늘 이러한 자리가 굳이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라 말한 후 “2년간 실시를 유예하면서 대학 입시문제에 대해 아직 여유가 있는 어린 선수들부터 시행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이후 토론은 장소의 대관 시간에 따른 제약으로 인해 황급히 마무리 되었다. 아직 리그제에 대한 다른 부분에 있어서 논의를 미처 해보지도 못한 채 이해를 구하기는커녕 도리어 지도자와 학부모들의 불신만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리그제 정착을 우선 과제로 삼아온 조중연 신임 회장 체제가 어떻게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 앞으로의 대응 방식이 궁금해지고 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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