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직원 심판 등이 만장 소화하며 관중 유도
가나전이 펼쳐진 전주 월드컵경기장. 약4만 5천명의 대 관중이 꽉 들어찼다.
서울을 제외한 어느 도시에서도 없던 일이다. 본부석 오른쪽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지만 그 공간은 의자가 망가진 빈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관중 폭발이며 대 만원이다.
전주 월드컵경기장의 만원 관중들이 쏟아내는 열광과 환호성을 귀로 듣고 눈으로 지켜보면서 눈시울을 붉히는 인사들이 다수가 있었다. 바로 전북축구협회(회장대행 김대은) 임직원들이다.
대축이 전주에서 가나전을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난 5월 초. 전주는 신흥 축구 친화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제경기는 지난 2005년 8월 동아시아대회 이후 6년만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전주에서는 3경기가 개최됐고 구장 건설비는 약600억원이 투입됐다. 월드컵 이후 지역 여론은 월드컵경기장을 애물단지로 취급하는 경향이 강했다.
특히 ‘겨우 3경기를 치루겠다고 천문학전인 건설비를 쏟아 붙었느냐’는 지적이 비등했고 전북협회 임직원들은 그런 여론이 불거질 때 마다 죄인 같은 심경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김대은 회장은 “그런 의미의 여론이 대두 될 때 마다 몸들 바를 몰랐다”면서 “국제경기를 유치하고 싶은 마음은 많았으나 환경이 좋지 않아 망설였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전북협회는 가나전이 결정되자 긴급 이사회를 소집하여 대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관람석을 채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대은 회장은 3가지 원칙을 선언했다.
즉 공짜 표는 지휘 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장도 없으며, 모든 직원들이 발로 뛰어 표를 팔 것이며 협회 외 어떤 행정관서 등에도 매표를 부탁하는 등의 행위를 금한다는 것 등이다.
김 회장은 전북협회를 구성하고 있는 14개 시·군·구 협회장들을 초청하여 머리를 맞댔다.
3일 간 꼬박 회의를 갖고 대안을 모색하면서 김 회장은 “지역에서 10,000장 정도를 소화할 수 있다면 월드컵 구장을 꽉 채울 수 있다”면서 독려에 팔을 걷어붙였다.
김대은 회장의 야심찬 구상은 곧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전주시 인구가 65만명이고 전북을 다 합쳐봐야 총185만명이다. 그런 현실에서 어떻게 5만 명을 그것도 유료로 동원할 수 있겠느냐’는 현실론이었다.
그러나 김대은 회장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김 회장은 “우리가 모범을 보인다면 인근 도시 등에서 큰 도움을 줄 것이다”며 “우리는 축구인이다. 우리가 먼저 표를 스스로 구매하고 또 관련 단체와 시민들을 설득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면서 설득작업에 나섰다.
결국 김 회장의 설득이 힘을 발휘하면서 협회 직원들이 먼저 현찰 구매에 나섰다.
전북협회 구성원은 총34명. 이중에서 임원들은 200만원. 이사들은 100만원의 표를 현금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김정섭 부회장이 500만원을 구매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유창희 전 전북회장도 팔을 걷어붙였다. 유창희 도의원은 “모처럼 유치한 A매치를 위해 협회 직원들이 이렇게 헌신하는데 의회도 뭔가 지원해줘야 할 것 아니냐”면서 지원금을 기탁하고 여론조성에 앞장섰다.
곧이어 전북협회(심판위원장 송동수) 소속 심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현재 소속 심판은 35명. 35명 심판이 스스로 100만원을 구매 한도로 정하고 거리 홍보에 열중했다.
시민들 다수가 드나드는 길목에 판매대를 설치하고 시민들과 접촉하면서 표를 팔았다. 전북협회는 대축의 티켓 고정 판매체인 인터파크 직원 1명을 지원받아 현장에서 즉석으로 발매도 했다.
지역 언론에도 매일 드나들며 보도를 요청하는 등 홍보에 팔을 걷어붙이자 여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북협회 임직원과 심판들의 열성을 바탕으로 한 가두홍보는 서서히 표 판매로 연결되기 시작했고 지역에서는 ‘이미 표가 다 팔렸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표를 어디에서 구매할 수 있느냐’는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전북협회는 실제적으로 모든 업무를 판매에 다 쏟아 붙었고 전화통은 불이 날 정도로 빗발쳤고 관중동원의 성공 가능성의 서광이 비치기 시작한 것이다.
전북협회 임직원 심판들이 이번 경기를 앞두고 노심초사 좌충우돌 하면서 판매한 표는 약 10,000여장. 액수로 치면 약 2억원에 달한다.
이들이 땀을 흘리며 지역을 누비고 시민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창출한 관중 10,000명이 이렇게 저렇게 대 관중을 동원하는 매개체로 활약했고 결국 월드컵 이후 최대 관중 동원이라는 기분 좋은 대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승화된 것이다.
전북협회의 A매치 대박 사례는 하늘이 준 것이 아니라 전북협회 임직원들 스스로가 발품을 팔고 땀을 흘려 창조한 것이라는 사실도 의미심장하지만 ‘축구장은 썰렁하다’는 현실을 초월한 쾌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축은 물론이고 각 시·도 협회장들에게 이번 사례가 안겨준 의미는 매우 각별하다.
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