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가 정관 재개정의 강경 카드를 뽑아들었다. 지난 10월 총회에서 ‘유보’ 라는 완곡한 표현을 썼지만 좌절됐던 대의원 증원을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조중연 회장은 대의원 수 증원을 재시도하는 동시에 대의원 총회 무력화까지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어 대의원들과의 첨예한 대립 전선이 조성되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0월 21일 총회에서 “대의원들이 반대한다면 개정안을 철회 하겠다”면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2개월 만에 이 발언을 스스로 백지화 하는 동시에 대의원회 무력화라는 강경책을 들고 나온 배경이 무엇인지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이 의도하고 있는 대의원회 무력화의 밑바탕에는 차기 선거를 의식한 다양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대축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대의원 수를 최소한 10여명 정도를 늘릴 계획이며 심판연맹을 만드는 동시에 지도자 다수와 선수 대표 2~3명 등도 대의원에 포함 시킬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대의원을 소위원회 위원으로 끌어들이는 편법을 시도하는 동시에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7명의 대의원을 소위원회 위원 등으로 위촉하고, 대의원 증원에 대한 결론을 1월 초순까지 내도록 추진하고 있으며 입맛에 맞는 대의원들 위주로 소위원회 구성을 마쳤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다.
대축은 2011년 1월 17일 열리는 대축 이사회를 거쳐 2011년 1월 22일 개최될 대의원총회에 ‘대의원 수 증원에 대한 안건’ 을 상정하겠다는 일정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1월 말 대의원 총회에서 안건을 꼭 통과시키고 말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조중연 회장의 무리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미지수이나 이번 사태로 인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대의원회 위상에 결정적인 손상을 가져 올 것이 분명하며 자칫하면 선출직과 대축이 임명한 대의원들이 혼합 된 잡탕 대의원회가 출범할 가능성도 높다.
기존의 대의원 상당수는 대축 공문을 받고 분노를 나타내고 있으며 백현식 부산시 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조 회장은 쿠데타적인 발상을 거두라”며 첫 포문을 열었다.
백현식 회장을 비롯한 상당수 대의원들은 소위원회 참여를 보이콧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벌써 일부 대축 부회장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맨투맨 식으로 전국의 대의원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사태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대축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게 될 소위원회에 시·도 회장들과 연맹 회장들이 참여한다는 명분 자체가 취약하고 소위원회에 참여 할 경우 대의원들 스스로 위상 추락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정체성을 스스로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짙어 지면서 참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더구나 명분 없는 소위원회 참여가 시·도 협회와 연맹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을 자초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의원들의 행보는 매우 신중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축이 급조한 소위원회의 성격을 규정하기조차 애매하기 짝이 없다. 특히 소위원회는 결론을 이사회에 보고를 해야 할 것이고, 이사회는 소위원회의 결론을 토대로 대의원 총회에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갖가지 절차상의 하자와 문제점 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총회에 안건을 상정할 권한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며 더구나 이사회는 집행기구에 불과하다는 원천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대축의 최고 의결기구의 구성원인 대의원들이 이사회의 하위 기구에 불과한 소위원회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투성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논란과 법적 다툼도 예상되며 상급단체인 대한체육회의 인준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 짙어진다.
대축이 소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도 협회장과 연맹 회장들을 소위원회에 차출, 참여시켜 자신들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백일하에 드러난 마당에 대의원들의 참여도는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의원은 “조 회장이 대의원회를 이사회의 하위 기구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리면서 “프로 승강제를 놓고 공청회를 개최했던 대축이 차기 회장 선거의 골격을 흔드는 대의원 수 증원에 대한 문제를 이렇게 조급하게 날치기로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매우 의심스럽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모 대의원은 “대축은 소위원회의 활동 시한을 1월 17일로 한정하고 있다”면서 “어떤 대의원이 자신의 위상과 정치성에 먹칠을 하는 소위원회에 허수아비로 참여하는지 두 눈 크게 뜨고 분명하게 지켜보겠다”고 말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결국 오는 1월 27일에 개최될 정기 대의원 총회는 한국 축구 사상 최대의 격전의 현장이 될 것이며 역사의 현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 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