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축의 정관개정 재시도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반발의 첫 신호탄을 쏜 인사는 지난 대축 회장 선거 이후 조중연 회장과 ‘밀월 관계’ 라는 표현이 가능 할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백현식 회장. 강도 높은 발언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으나 사안과 시기 자체가 매우 민감하다는 점에서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본지와의 단독 기자회견에서 백현식 회장은 “대축 공문을 받아들고 눈을 의심했다”면서 “대의원들을 이렇게 폄하할 수 있느냐. 이건 쿠데타적인 발상이다”고 쏘아붙였다.
백 회장은 “오늘 모 부회장이 전화를 걸어와 협조를 당부하기에 하고 싶은 말을 다했다”면서 “대축 부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시·도 협회장들과 연맹 회장들을 소위원회에 참여시키려 한다는 것이 쿠데타적인 발상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어 “시·도 협회장들이 대의를 행사하는 대의원인데 어떻게 이사회 하위기구에 불과한 소위원회 구성원이 될 수 있느냐” 면서 “처음에는 시·도 전무를 시·도 회장들과 착각한 것 아닌가 해서 공문을 검토해보고 모 부회장에게 재차 물어봤다”며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 꼼수를 쓰는지 모르겠다”고 쏘아붙였다.
백현식 회장은 “조 회장은 지난 10월21일 열렸던 대원총회에서 정관개정에 대한 부정적인 민심을 파악해놓고도 재시도를 하려한다는 것이 쉽게 믿어지지 않는다” 면서 “조 회장을 보좌하는 대축 참모진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백 회장은 지난 총회 당시를 되돌아보면서 “모 시 도 협회장 단 한사람 만 ‘유보’ 라는 표현을 썼을 뿐 거의 대부분의 대의원들이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 사실 아니냐” 면서 “조 회장께서 지난 2년 동안 협회 경영을 다 잘해 놓고 왜 이토록 대의원 증원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백 회장은 “대의원 수를 대폭 늘려서 조 회장의 재선에 유리 할 것인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공청회를 열거나 여론 수렴이라는 절차를 생략한 것도 문제지만 선거의 골격을 흔드는 이런 중대사를 결정해놓고 누구보다 먼저 의논해야 할 대의원들을 면담하거나 견해를 듣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는 것도 큰 문제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대의원들이 소위원회에 얼마나 동참할지는 아직 알 수 없겠으나 축구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내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놓고 좌고우면 하지는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악수를 청했다.
- 다음은 단독 회견 일문일답
Q. 회견 초입에 조중연 회장의 정관개정 집착을 이해 할 수 없다고 했는데?
조 회장을 자주 만나면서 축구에 대한 열정과 큰 사랑을 절감했다. 대의원 수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당신이 일한 만큼 선거에서 평가받으면 되는 것이고 재신임은 아직 시간이 충분하다. 이렇게 곁가지에 집착해서 속을 보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Q. 조 회장의 측근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었는데 쓴 소리를 하는 이유는?
일부에 그런 시각이 있다는 것도 듣고 있다. 날 바라보는 인사들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으나 누군가 꼭 할 말을 해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고 생각해왔다.
내 주변에서 날 축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회사 직원 중 축구인 출신이 가장 많다. 내 돈 쓰면서 축구를 후원하는 것도 좋아서 하는 것이다. 시·도 협회장들은 거의 다 그런 사람들이며 그런 협회장들에게 대축 부회장 밑에서 소위원회의 위원을 시키겠다는 발상이 과연 이치와 도리에 맞는 것이냐.
시·도 협회장들은 자기 돈 쓰고 또 많은 시간을 뺏기면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축구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봉직하는 인사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제대로 대접은 못해주더라도 이렇게 하위 직급 인사들처럼 취급하는 처사는 절대 도리가 아니다.
시·도 협회장들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쿠데타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조 회장 스스로 철회하길 기대한다.
Q. 개정안 중 일부 대목은 피파의 권고사항이다.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먼저 대의원들의 위상을 손상시켰다는 것이 큰 문제다. 대의원들은 대축 최고 의결기구의 구성원이며 대의를 행사하는 신성한 임무를 갖고 있다.
시도 협회장들과 연맹 회장들을 소위원회 위원으로 위촉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귀 동냥으로 대축에서 심판연맹을 만들 것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그렇다면 지도자연맹과 선수 노조도 허용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피파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세계적인 추세를 봐도 다양한 구성원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런 시대적인 큰 변화를 받아들이겠다면서 대의원들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하수인쯤으로 취급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결국 조 회장의 숨겨진 의도는 대의원들을 소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시킨 후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만들고 대의원들의 권위와 위상에 먹칠을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생각 할 수 없다.
Q. 대의원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나온 일시적인 반발인가.
절대 아니다. 총회는 대한축구협회의 최고 의결기구다. 그 의결기구 구성원을 이사회의 하위 기구인 소위원회에 참여시키고, 소위원회는 이사회에 안건을 보고할 것이며 소위원회에 참여한 대의원들이 또 총회에 참석해서 그 안건들을 심의하고 의결하라는 것 아닌가
정말 이건 억지 논리이자 궤변에 불과하다. 논리의 비약이 너무 심하고 철저한 자기모순이며 자기부정 행위와 다름없다.
결국 대의원들의 권위와 위상이 추락하면 조 회장의 권위와 위상도 동시에 땅에 떨어진다는 사실을 왜 모르고 있나. 조 회장 입장에서 대의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대의원회를 무력화 시키고 대의원들을 다 바보를 만든다면 누구로부터 차기를 보장받을 수 있겠나.
조 회장은 길게 봐야한다. 어떤 처사가 과연 옳은 판단인지 다시 한 번 재고해보시길 간곡하게 호소한다.
- 부산에서 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