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축 상벌위가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광양제철고와 포항제철고에 중징계를 내렸다. 진상조사위(위원장 오세권)를 거쳐 상벌위에 회부된 박형주, 손형선 감독에게는 ‘무기한 자격 정지와 포철공고와 광양제철고 등 팀에게는 챌린저 리그 잔여경기 출전정지와 왕중왕전 출전정지를 각각 내렸다.
상벌위가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감독과 팀에게 이례적으로 철퇴는 가한 셈이다. 사실 현역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정지를 내린 것은 사실상 지도자 생명을 끊은 것이나 다름없으며, 팀에게도 잔여경기 출전 정지를 빼어든 조치도 초강경수로 해석된다.
그러나 대축 상벌위가 감독과 팀에게 기세 좋게 철퇴를 가하긴 했으나 확실한 물증도 없이 중징계를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찝찝한 기분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상벌위가 중징계의 근거로 삼은 근거 등이 특정 팀의 선수들 간에 주고받은 문자였고 심판들의 증언이었다는 대목에 도달하면 찝찝함의 무게는 더 무겁다.
사실 팀을 이끄는 감독들이 경기 직전이거나 경기 중 피차가 문자를 주고받았다면 상황은 또 다르다. 그러나 어린선수들이 피차간에 잡담 수준의 문자를 주고받은 것을 상벌위가 징계의 근거로 삼았다는 대목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며 징계의 당위성도 수준 미달이다.
일부 지도자들은 ‘대축이 급격한 여론을 의식하여 서둘러 여론 재판을 한 것 아니냐’는 거센 불만을 토로하고 있으며 상당수 지도자들도 이 견해에 동감을 나타내고 있다.
또 다른 지도자 계층은 ‘승부 조작이 어제 오늘의 일이냐’고 반문하면서 ‘대축이 좀 더 시간을 두고 철저하게 조사를 하거나 만약 여의치 않다면 검찰에 사건을 의뢰해서라도 본질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사실 상벌위의 조사 역량과 권한은 한계적이며 한시적이다. 축구인이 아니라면 출두를 요구할 수 없으며 축구인도 상벌위에 출석하지 않아도 강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상벌위가 의심은 가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추정이 가능한 자료 등을 근거로 서둘러 중징계를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승부조작 파문의 당사자인 박형주, 손형선 감독은 17일 오후 상벌위에 출석하기 직전에 기자와 만나 착잡한 심경을 털어 놓으면서도 ‘승부사전 담합이나 조작설’ 등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부인하면서도 ‘물의를 일으켜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광양제철 팀 관계자는 ‘사태의 본말을 떠나 매우 곤혹스럽다’면서 ‘프로 팀의 이미지에 먹칠을 한 것 같아 몸들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협회에는 두 팀의 고위 관계자들과 관계자들이 어제 오늘 연달아 모습을 드러냈으며 프로 관계자들은 구단 이미지에 손상을 입히는 우려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번 사건의 조사위원장의 악역을 맡았던 오세권 씨도 난감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서둘러 협회를 떠났다.
- 김영근 기자
사진 : 오세권 상벌위 부위원장이 상벌위 조사를 마친 후 기자 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