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축구협회(회장 최철)가 비리 파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리그 팀장들의 수당을 정기적으로 가로채온 비리가 낱낱이 밝혀지면서 최철 회장은 협회 내외로부터 강력한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집행부 총사퇴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대한축구협회(회장 조중연)가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주말리그 현장에서 인천시협회 고위 인사들이 자신들이 임명한 리그팀장을 대상으로 상납액 까지 책정해주고 또 정기적으로 상납 받아왔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대축은 작년 초 16개 시·도 협회가 추천한 인사들을 지역 리그 팀장에 임명했고, 10개월 간 수당을 정기적으로 지급해왔다.

 인천시협회(이하 협회)의 비리가 밝혀지자 축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대축이 리그 운영진 전반에 걸쳐 철저한 점검과 감사를 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회 고위 인사들이 저지른 비리도 문제지만 그 사안 하나하나가 매우 충격적이다.

 완전한 가공인물이었던 초등리그 팀장 K씨는 지역 리그팀장이라면 당연하게 받아야 할 대축의 교육도 받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경기장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유령과 같은 존재로 확인됐다.

 고교 팀장 B씨의 경우는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B씨는 임명장을 수여받는 자리에서 조흥복 전무로부터 ‘수당 중 33%를 상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B씨가 1개월 만 상납하고 ‘자존심이 상해 더 이상 송금을 못하겠다’고 버티자 B씨를 압박했고,결국 3개월을 못 버티고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최철 회장은 이와 같은 비리를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까. 최 회장이 처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팀장들로부터 되돌려 받은 돈이 매월 정기적으로 협회 통장으로 흘러들어 갔고, 협회 2009년 결산 목록에도 ‘임원 찬조금’ 항목으로 그 돈이 버젓이 기재되어 있어 최 회장의 개입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그렇다면 협회와 수뇌부가 리그팀장 등 4인으로부터 매월 상납 받은 총액은 얼마나 될까.

 임효삼 사무국장은 ‘총액이 2650만원이 맞느냐’고 묻자 ‘액수가 거의 들어맞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고, 동석했던 최철 회장도 ‘비슷하다‘고 시인했다.

 임 국장의 실토는 생생하다. ‘누가 얼마를 사용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조 전무와 내가(임 국장) 모 팀장의 수당 150만원 중 50만원씩을 나눠썼으며 50만원은 매월 협회 계좌로 입금하도록 조치했다’고 구체적인 사실을 털어 놓았다.

 결국 대축이 초등리그 팀장수당으로 지급한 신성(?)한 자금이 3등분으로 분배되어 매월 또박또박 비리사슬의 사냥감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지난 2월 9일 협회에서 최철 회장을 만나 ‘팀장 수당을 정기적으로 가로채온 비리를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조 전무가 그렇게 해도 괜찮다고 해서 그렇게 처리했다’고 얼버무렸다.

 협회의 조직적인 비리가 밖으로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은 최철 회장이 지난 12월 초 조흥복 전무를 이사회 직전 전격적으로 퇴진시키면서부터. 최 회장은 조흥복 전무를 둘러싼 비리설이 난무하자 극약 처방을 쓴 것이었으나 막상 자신들이 저지른 비리가 백일하에 드러나며 벼랑 끝에 서게 됐고 중도 사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커졌다.

 최철 회장은 2월 초, 조정구(전부평고감독)씨를 전무이사로 선임하면서 내부 혼란을 잠재우려 했으나 오히려 상당수 이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협회 내부는 더욱 극심한 혼란에  휩싸여 있다.  조정구 신임 전무는 이사회에서 추인을 받으려 했으나 이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추인도 받지 못하는 궁색한 처지가 됐다.

 지난 12월 중순 7명의 대의원 중 4명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협회에 제출한 위임장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면서 총회는 무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당수 이사들이 최 회장에게 이사회 개최를 끈질기게 요구하고 나서 사태는 전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철 회장의 모 측근은 ‘최 회장이 자신의 거취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으며 대축이 감사를 나온다면 당당하게 받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다’면서 ‘리그팀장 수당을 가로챈 것은 큰 잘못이나 회장이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은 아니기에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축 모 고위 관계자는 ‘인천에 심각한 비리가 터졌다는 소문을 들었다’면서 ‘사안을 철저하게 파악, 신중하게 처리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근 기자 (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