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세리머니… 관중들 폭소 만발


홍명보 장학재단(이사장 홍명보)이 주관하는 가운데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은 홍명보 자선축구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구랍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공리에 개최되어 따뜻한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케 했다.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축구 선수의 꿈을 잃지 않고 열심히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변수호(알로이시오초)군을 돕기 위해 ‘수호천사 프로젝트’라는 부제로 열린 이번 자선 경기는 양 팀이 총 8골을 주고받는 가운데 다양한 골세리머니를 펼치며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즐겁게 했다.

 이동국(전북), 이근호(이와타), 김남일(톰 톰스크) 등 올스타 팀으로 구성된 사랑팀과 구자철(제주), 김민우(연세대) 등을 비롯한 올림픽대표팀으로 구성된 희망팀이 맞붙은 가운데 전, 후반 각각 30분씩 치러진 이 날 경기는 양 팀이 4 : 4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승부자체는 큰 의미가 없었고 모든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밝은 미소가 넘쳐났다.

 전반 3분 김영후(강원)가 밀어준 패스를 받은 김두현(수원)이 오른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뽑아내며 사랑팀이 앞서나가자 5분 뒤 박희성의 패스를 김민우가 문전 중앙에서 왼발 슛으로 연결하며 동점골을 만들었다.

 희망팀 선수들이 골 세리머니를 펼치는 가운데 홍명보 감독도 제자들 앞에서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노래에 맞춰 ‘제기차기 춤’을 추며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후에도 골과 함께 세리머니 퍼레이드는 계속 이어졌다. 전반 19분 이동국의 패스를 받은 개그맨 서경석이 골을 성공시킨 후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노래에 맞춰 ‘시건방 춤’을 선보이자 좀처럼 세리머니를 하지 않던 이동국도 어설픈 몸짓으로 따라했다.

 전반 24분 조영철(니가타)의 동점골이 터진 직후 홍명보 감독에게 몰려든 희망팀 선수들은 홍명보 감독을 들어 그라운드 밖으로 내보내며 강제로 장석원(단국대)과 교체시키는 하극상(?)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기가수 김태우의 축하공연과 캐럴 합창 기네스 도전이 끝난 후 이어진 후반전에서도 선수들은 다양한 이벤트를 연출하며 폭소를 유발했다.

 후반 2분 이근호의 패스를 받은 김승용(서울)이 골을 성공시킨 후 김연아 세리머니를 펼쳤고, 후반 17분에는 골문을 지키던 이운재(수원)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는 대신 염기훈(울산)이 골문을 지키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했다.

 후반 21분 김보경(홍익대)의 골로 다시 동점을 만들자 변수호는 지휘자로 분해 올림픽대표팀 형들을 지휘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사랑팀의 김형일(포항)이 후반 28분 다시 한 골을 추가하며 앞선 가운데 이 날의 주인공인 변수호가 후반 29분 마지막 골을 뽑아냈다.

 변수호가 비로소 골을 터트리자 희망팀 선수들은 특별 초청선수 자격으로 함께 뛴 개그맨 이수근을 위해 유니폼 속에 미리 써둔 ‘무한도전? 1박2일 짱’이라는 문구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경고를 받아 또다시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상 할수록 어렵지만 날씨가 좋지 않고 바쁜 데도 경기에 참가해준 선수들과 경기장을 찾아준 관중에게 고맙다”며 소감을 전한 뒤 “수호가 서울 대신중학교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하게 됐다. 이 선수가 잘할 수 있도록 관심을 두는 게 우리들의 몫이다. 수호가 국가대표를 목표 삼아 열심히 한다면 꿈을 이룰 것이다. 앞으로도 어려운 환경의 선수들이 마음이나 물질적으로 편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며 변수호에 대한 격려와 앞으로의 후원 계획을 밝혔다.

 후원 대상 어린이로 선정되어 TV를 통해서 봐오던 스타플레이어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변수호는 “훌륭한 선수들과 경기를 뛰어 즐겁고 좋은 추억이 됐다”며 소감을 밝힌 뒤 “덩치를 길렀으면 좋겠고 경기할 때 투지 있고 성실하며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앞으로의 의지를 다졌다.

 특별 초청 선수로서 사랑팀의 일원으로 경기에 나선 개그맨 서경석은 “이동국 선수와 투톱으로 발을 맞춘 건 내 축구 인생에서 영광이다. 캐럴 부르기에서 기네스 기록을 깨지 못해 아쉽지만 기록 수립을 떠나 좋은 일에 동참하려는 시민의 열의가 느껴져 좋았다. 앞으로도 홍명보 감독이 주최하는 행사에 열심히 참여하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한편, 양 팀 선수들과 구세군 보라스밴드 단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하프타임에 진행된 ‘캐럴 부르기 세계 기네스북 도전’에는 13,785명이 참가해 지난해 미국 시카고에서 달성된 14,750명의 세계 기록을 넘어서는데 아쉽게 실패했지만 한국 기네스북 기록을 수립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