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인 출신 회장이 이뤄낸 신 역사에 감동…
아시아의 전설, 이세연(전 국가대표GK)씨가 암을 뿌리치고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워낙 천부적으로 타고난 건강 체질이라고는 하나 세브란스병원에서 전립선 암수술을 받은지 6일 만에 집으로 되돌아와 일상에 복귀, 주변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세연씨는 현재 평소의 건강한 모습 그대로였으나 극도로 외출을 삼가고 있으며 주말에 인근 교회에 나가는 정도가 고작이라는 후문이다.
조중연 회장과 이세연씨는 고교 시절부터 절친한 친구. 그러나 그라운드에서는 치열한 라이벌 관계. 두 인사는 고교 시절부터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조중연 회장이 중동고 주장이었다면 이세연씨는 한양공고 주장을 맡아 당시 전국 고교무대에서 불꽃 튀기는 맞수로 성장했고, 치열한 라이벌 관계는 공교롭게도 대학으로 까지 이어졌다. 조중연 회장이 고려대로 진학했고 이세연씨는 경희대로 진학하면서 숙명적인 경쟁은 끝이 없어보였다.
두 인사는 현역 은퇴 이후 국내 축구계의 중추 세력인 65회를 선두에서 이끌면서도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느 모임에서든 경쟁은 계속됐으며 심지어 65회의 경비를 추렴하는 경우에서까지 동일 액수를 기부해야 직성이 풀리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세연씨는 조중연 회장이 차기 회장에 출마하자 음으로 양으로 지원하며 당선에 일익을 담당하는 뜨거운 우정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1월 조중연씨가 차기 회장에 당선되면서 두 사람의 역사 깊은 라이벌 관계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고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경쟁 관계가 말끔하게 청산된 것이다.
그러나 이세연씨가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조중연 회장의 강력한 지지자 중 한 명이며 자신이 필요 하다 싶으면 바람처럼 나타나 해결사 역을 자임하고 있다.
이세연씨의 깊은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사례 한가지. 이세연씨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받던 날, 조중연 회장이 보낸 화환이 가장 먼저 병실에 도착했고 이세연씨는 6시간의 수술을 받고 병실로 되돌아 와 의식이 비몽사몽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이 보낸 화환을 발견 하고서는 ‘그래도 친구 밖에 없다’면서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세연씨는 2월5일 신임 회장에 취임한 조중연 회장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이제 취임 6개월에 불과한 친구에게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기자가 자택을 찾아가 끈질기게 재촉을 하자 아주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Q 조중연 회장 취임 6개월이 지났다. 평가를 한다면…
-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월드컵 7회 연속 출전이라는 대 역사를 동기생이자 친구가 이뤄냈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도 뿌듯하고 영광스럽다.
그것도 최초의 경기인 출신 회장과 국내 감독이 이뤄낸 자랑스런 역사 아니냐. 축구를 했다는 것이 지금처럼 자랑스러운 적이 별로 없었다.
Q 조중연 회장에게 쓴 소리도 해줘야 친구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꼭 집어 해 줄 쓴 소리가 있다면…
- 친구의 도리가 꼭 그렇다면 해야지(웃음). 조 회장에게 전 축구인은 선·후배이자 자산이다. 때로는 흠집도 있고 보기 싫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회장은 눈앞의 현상에 취하지 말고 미래를 봐야 한다. 회장 스스로의 판단에만 치중하거나 매달리지 말고 모든 축구인들을 향해 귀도 열고 마음도 열어야 한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지난 봄 느닷없이 암 선고를 받고 많은 생각을 했다. 저승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니 모든 사람들이 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느껴진다.
조중연 회장도 그 치열했던 경선의 와중에서 승자로 살아 돌아 온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수리고 미운 놈, 고운 놈 가리지 말고 축구발전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폭넓은 탕평, 포용 인사를 해주길 기대한다.
Q 집행부에 참여한 후배들에게도 한마디‥
- 회장이기 이전에 조중연이라는 사람은 매우 어려운 선배인 것이 사실이다. 축구인 중 그만큼 공부를 하며 공을 찬 입지적인 인사도 없지만 카리스마가 유독 강한 면도 없지 않다.
조중연을 성공한 회장으로 만드는 것은 집행부에 참여한 후배들의 몫이다. 후배들이 회장에게 ‘지당대신(至當大臣)’ 노릇만 하려 한다면 결국 회장도 망하게 만들고 전체 축구인들을 욕보이는 것과 다름없다.
축구계의 목소리와 쓴 소리를 전하는 것이 집행부에 참여한 진정한 도리이자 전체 축구인을 대리하여 집행부에 참여한 자신들의 책임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내가 지켜봤고 알고 있는 조중연 회장은 어떤 쓴 소리도 경청 할 줄 아는 포용력을 지니고 있다.
혹시 조 회장에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날 불러 달라. 경기인 출신이 최초로 회장이 됐다는 대목의 의미와 그 무게를 후배들이 성찰해주길 다시 한 번 당부한다.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