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인생 마지막 승부수 불태운다”
‘아마축구 대부’로 불리는 정종덕 감독이 지난 2002년 건국대 명예감독 은퇴 후 10년 만에 현장 복귀 데뷔전에서 귀중한 승리를 낚았다. 유상철 감독이 떠난 춘천기공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정종덕 감독은 정식발령은 지난달 30일이지만 그보다 일주일여 빠른 24일부터 춘천기공의 어린 제자들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정종덕 감독이 사실상의 데뷔전을 치른 28일. 춘천기공은 홍천 화촌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고등부 강원리그 제8라운드 상지대관령고와 맞대결에서 전반을 득점 없이 마쳤지만 후반 내리 5골을 몰아치며 5 : 0 대승을 거뒀다.
정종덕 감독은 “아직 선수들을 지도한지 며칠이 되지 않아 상황판단이 힘들었다”면서 “그래도 새로운 감독이 보는 앞에서 선수들이 잘 해줬고 또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이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정종덕 감독은 “그동안 현장과 밖에서 지켜보며 많이 연구했다. 춘천기계공고에서 마지막 축구인생을 불태우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이번에 선임된 정종덕 감독은 지난 1968년 경신중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이후 경신고, 안양공고, 대구 계성고 감독을 역임하며 당시 전국대회에서 무려 14차례나 우승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이후 1980년부터 건국대 감독을 맡아 7차례의 전국대회 우승과 14차례 4강에 오르며 아마축구 최고의 지도자로 손꼽힌다. 황선홍, 윤상철, 고정운, 유상철, 이영표등 수많은 국가대표의 산실을 배출해내며 ‘스타제조기’로도 명성을 날렸다. 지난 27일 홍천 화촌공설운동장에서 사실상의 데뷔전을 치른 정종덕 감독을 만나봤다.
Q. 10년 만에 현장복귀 소감은?
- 먼저 이렇게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 있게 나를 믿어주신 춘천기계공고 관계자들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그동안의 경험을 우리 선수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Q. 밖에서 봤던 춘천기계공고 선수들은 어떤가?
- 아직 이 곳(춘천기계공고)에 온지는 며칠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잘 가르친 것 같다. 조금만 다듬으면 나중에 크게 될 선수들이 보인다. 우리 선수들 모두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 선수들을 더 좋은 선수로 길러내는 것이 내 목표다.
Q. 일부에서는 오랜만에 현장복귀라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데?
- 나는 축구는 원시적이라 생각한다. 곧 축구는 ‘유행’ 이라는 것이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유로2004 당시 그리스가 상황에 따라 5-4-1과 4-5-1 전술을 적절하게 사용해 가며 우승을 차지했다. 내가 보기엔 축구는 ‘성공한 팀이 모던’ 인 것 같다. 각자 자신의 팀에 맞는 최상의 전술과 상황에 따라 최선의 전술을 구축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Q. 그럼 춘천기공에 맞는 전술은?
- 아직 완벽히 선수파악이 되지는 않았다. 우선 선수들에 경기장에서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약간 수비에 비중을 두겠다. 무엇 보다 경기 당일 선수들의 필수 요건인 정신력, 체력, 컨디션, 개인전술, 팀 전술이 모두 고른 조화가 될 수 있도록 연구할 생각이다.
Q. 그동안 오랜 지도자 생활을 통해 생긴 노하우를 듣고 싶다
- 먼저 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 그리고 기술이다. 여기서 기술은 전략과 전술로 나뉜다. 전략은 운동장에서 하는 것이 아니고 유럽처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길러내야 한다. 특히 지도자들은 창의적인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철저한 실천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전술은 매일 훈련을 통해 이뤄진다. 고등학교 선수들은 아직 성장기인 만큼 훈련 뿐 아니라 몸의 밸런스와, 식단 등 전체적으로 고르게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Q. 지도자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건국대 감독 당시 연·고대의 제의를 뿌리치고 어렵게 데리고 왔던 제자가 있었다. 매우 유능한 친구였는데 부상으로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다. 가장 공을 들여 데리고 온 선수인 만큼 아쉬웠다. 반대로 현영민 같은 선수는 처음 입학당시 체격이 정말 왜소했다. 그래서 1년 동안 운동을 쉬게 하고 제일 먼저 식사를 시작해서 제일 마지막까지 남아서 식사를 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체중이 불었고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영표 같은 경우는 피나는 노력과 함께 내가 가장 중요시 하는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남들 보다 먼저 주전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었다.
Q. 마지막으로 지도자 후배들에 하고 싶은 말은?
- 지금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많은 후배들이 정말 선수들을 잘 지도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우리 후배들이 한 경기를 소화 할 수 있는 체력도 중요하지만 그에 맞는 기술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 그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반드시 체계적인 기본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홍천=한종훈 기자
사진=이기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