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술위, 독립성·자율성 유지 돼야”
Q.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게 됐는데.
-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섰다. 지난 1년6개월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갑작스러운 경질 통보로 황망한 마음이다.
무엇보다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께 혼란과 실망을 안겨 드린 부분 죄송스럽게 여긴다.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지만 앞으로 축구인으로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밀알이 된다는 심정으로 노력하겠다. 한국 축구 선진화를 목표로 과감한 시도를 했고 완성단계에 있었는데 중도하차하게 돼 아쉬움이 크지만 모든 게 내 불찰이다. 정당한 비판은 귀한 보약으로 삼겠다.
Q. 기술위원회의 독립성을 지적했는데.
- 후배인 황보관 기술위원장에게 조언하고 싶다. 기술위는 단순히 대표팀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표팀에 대한 기술적 조언을 하면서 한국 축구의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곳이다. 외부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번 해임 결정에 기술위가 얼마나 독자적으로 결정했는지 의문이다. 기술위원회가 협회 고위층이나 외부 영향력 있는 집단의 입김에 휘둘리는 집단이 된다면 한국 축구의 미래는 어둡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보다 강단 있게 독립적으로 기술위원회를 운영해주기를 바란다.
Q. 외부집단이란 어디를 말하는 것인가?
- 구체적으로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역시절 대표선수 10년 이상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느껴온 부분이다. 한국 축구가 강해지려면 기술 파트가 강해져야 한다. (기술위원장이) 다른 힘있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말고 자기가 갈 수 있는 강한 신념을 가져달라는 의미다. 황보 위원장이 아직 나이가 많지 않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기술위에서 도와주려고 했지만 대표팀 코치진이 거부했다는 주장이 있다.
- 그런 지적이 나올지는 몰랐다. 그 부분은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 기술위 회의에 들어갈 때마다 문제점을 세밀하게 지적해달라, 보완하겠다고 말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대표팀 경기 끝나고 기술위원회에서 경기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는데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런 내용을 받아보지 못했다. 그래서 조중연 회장께 앞으로 상근 기술위원 3명을 둬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Q. 대표팀 감독 해임이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 내가 거론할 부분이 아니다.
Q. 협회에 바라는 점은?
- 다른 부분보다 차기 감독이 와서 문제가 생긴다면 사전에 서로 얘기하면서 보완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장점을 살려나간다면 더 건강한 대표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앞으로 계획은?
-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이 내 축구인생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아직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지만 어디를 가더라도 한국 축구가 더 높은 수준의 경기를 팬들께 선사할 수 있도록 지도자로서 준비하겠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그동안 기술위에서 부족했던 부분에 대한 질타와 눈물이 날 정도의 날카로운 지적을 받으며 토의해 보고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후회가 없었을 텐데 아쉽다. 그동안 경기장에서 목소리 높여 성원해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홍은기 기자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