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도 협회 지원책 시급하게 마련해야…
지 령 100호 기념 인터뷰 부산시축구협회 | 백현식 회장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치고 축구를 아끼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애정의 온도 차이는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루만 못 봐도 곧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연인들의 짙은 속삭임에도 분명 농도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부산시축구협회 백현식 회장은 축구계에서 ‘기인과’에 속하는 인물이다. 백 회장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정말 축구에 미쳤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백 회장은 때로는 모교에 대한 애정 표현의 농도가 무모하다 싶을 정도이여서 갖가지 구설수가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순수성과 애정, 축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다.
기자는 한국축구신문 지령 100호를 맞아 백현식 회장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백현식 회장을 인터뷰 한 모티브는 한국축구신문이 지령 100호를 맞는 것과 백 씨라는 성(姓) 씨가 잘 어울리지 않겠는가 하는 아이디어도 큰 영향을 끼쳤다. 백현식 회장을 23일 오후 부경고 시청각 교육실에서 만났다. 부경고 소강당에는 백 회장이 초청한 가수 정은이가 작은 음악회를 열고 있었다. 백 회장의 성향은 럭비공 같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한 면이 많다는 것이고, 그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놀라울 상황은 아니었다.
그러나 부경고 선수 30여명과 일부 학부모 20여명을 소강당에 모아 놓고 펼치는 공연을 참관하면서 한편으로는 황당하고, 또 한편으로는 백 회장의 명성(?)에 딱 어울리는 공연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왔다.
이광수 협회 전무이사는 ‘백 회장께서 정서적으로 메마르기 십상인 선수들을 위해 가수를 초청하여 가끔 소 음악회를 연다’고 거들었다. 설명을 듣고 이해는 깊어졌으나 황당함과 이해됨이 교차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백 회장과 40분에 걸쳐 회견을 가졌다.
Q 지난 선거에서 허승표 후보를 도운 것으로 알고 있다. 조중연 회장 체제가 출범한 이후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조중연 회장 체제가 출범한지 이제 5개월이 막 지났으나 현재 까지는 조 회장이 매사에 의욕을 갖고 열심히 노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어떤 집행부라도 최소한 1년은 지켜 본 이후에 잘한다 못한다를 판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먼저 조중연 회장이 협회를 잘 이끌어 주시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허승표 후보를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선거는 끝났다. 조중연 회장이 당선된 만큼 부산시협회장으로서 조 회장을 지지하고 또 도와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 다만 선거가 큰 무리 없이 끝난 이 마당에 조중연 회장과 허승표 후보도 내편, 네 편을 가르지 않고 전 축구인들을 따듯하게 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승자와 패자, 두 분 다 한국축구발전을 위한 영원한 동력이다.
Q부산시협회를 이끌면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 역시 재원 확보가 큰 난제다. 16개 시·도 협회들은 현 상태에서 재원을 확보할 언덕이 거의 없다.
부산의 경우 회장이 연 간 약10억 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해야 협회가 그런대로 돌아간다. 시중 경기가 좋으면 모를까 현재 경제사정에서 누가 10억 원을 선뜻 출연할 수 있겠는가.
각 시·도 협회의 사정은 더욱 난감하다는 것이 실제 상황이다. 협회가 전면 리그제를 시행하면서 매월 약700만 원 정도의 지원금을 보태주고 있으나 리그제를 진행하기 위해 팀장의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거의 없다.
좀 더 솔직한 현실을 털어놓으면 협회가 리그제를 각 시·도 협회에 맡겨놓고 약간의 당근을 던져주고 그 후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주말 리그를 시행하면서 긍정적인 측면도 상당하다. 실직 상태의 축구인 2-3명을 구제한 것은 조중연 회장이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각 시·도의 임원들이나 구성원들은 진짜 죽을 맛이다. 휴일이 없는 것은 두말 할 필요가 없고 가정까지 파탄 난 인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각 시·도 협회는 리그제 시행으로 인해 재정 고갈이 심각하다. 각 시·도의 유일한 수입원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 대회 등의 손발을 다 묶어 놓아 살림살이가 더 어려워졌다.
각 시·도가 도대체 어느 곳에서 재원을 마련하여 협회 살림을 하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다.
Q 리그제를 시행하면서 각 시·도 협회는 취약한 재정과 과다한 업무로 휘청거리고 있는 반면 학원을 매개로 한 연맹은 돈이 넘쳐난다는 말이 나도는데…
# 맞는 말이다. 16개 시·도 협회장 대부분이 그 같은 지적에 동의할 것 같다. 특히 축구협회가 리그제를 시행하면서 4개 연맹에 대해 특혜를 주고 있다는 감정이 느껴진다.
이 부분은 리그가 끝나는 연 말에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의 극소수 시·도 협회장들은 ‘초·중·고·대학연맹 등을 하루빨리 해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극한 말까지 주장하는 지경이다.
협회 핵심부는 ‘도대체 4개 연맹의 정체성이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16개 시·도가 리그제 실시의 첨병으로서 곤욕을 치르는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4개 연맹은 축구 발전을 위해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16개 시·도 협회는 연 중 약 8개월간의 리그를 치르면서도 협회가 지원해주는 경비라고 해봐야 고작 1억 원 미만이다. 반면 4개 연맹의 사정은 어떤가. 춘·추계 대회 등 3-4회의 대회를 치르면서도 연 간 약10억원 대의 막대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가.
각 시·도 협회와 초·중·고·대학 연맹은 동일한 선수층을 중복.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그 선수들의 경기력을 육성시켜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어느 집단이 더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조중연 회장은 16개 시·도 협회가 느끼고 있는 괴리감을 적극적으로 조정해 줄 대안을 시급하게 모색해야 할 것이다.
Q 각 시·도 협회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16개 시·도 협회와 4개 연맹의 통·폐합을 주장하는 논리의 근거는 무엇인가?
#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고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원천적인 문제점은 동일한 선수들이 중복되는 조직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이다.
시·도 협회와 연맹의 차이점은 한 조직은 지역을 근거지로 삼고 있고, 연맹은 선수들의 카르텔을 모티베이션으로 삼고 있다는 점만 다를 뿐 무엇이 다른가. 이런 비효율성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마땅하다.
각 시·도 협회는 리그제를 최 일선에서 운영하면서 주말을 잊어버리고 노심초사하며 지내고 있다. 만약 전면 리그제가 성공하고, 선수들이 공부를 하는 풍토를 이룩하면서 그것에 덧붙여 선수들의 경기력까지 높아지게 된다면 논공행상의 첫 수혜자는 각 시·도 협회가 돼야 할 것 아닌가.
특정 조직은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에 매진하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반면 또 한 조직은 그 선수들 이용하여 돈벌이에 몰두하고 있다면 그 것이 말이 된단 말인가.
시·도 협회장들이 리그제 시행의 결과가 좋았을 때 그 과실을 공유 못하겠다는 이기적인 주장을 펴는 것이 아니다. 분명한 것은 모든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시행하고 있는 리그제에 4개 연맹이 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지원하면서 참여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도 각 시·도 협회에 쥐꼬리 같은 재원을 지원하고 있으면서 무거운 짐만 지우려 하지 말고 축구협회와 각 시·도 협회, 연맹 등이 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각 시·도 협회를 재정적으로 또는 행정적으로 대폭 지원해줄 수 있는 대안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백현식 회장에 대한 지명도가 매우 높아졌다. 일부 일선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차기 지도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중앙무대로 진출한 구상을 갖고 있다는 소문도 꼬리가 길다.
선거 얘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는데 (웃음)… 사실 축구는 11명이 하는 것 아닌가. 그런 특성을 감안하면 회장 선거에 다양한 성향의 후보자들이 많이 출마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도 든다. 현행 선거법도 흑백논리가 기승을 부리도록 오묘하게 판을 짠 것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으며 상당부분을 손질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만약 중앙무대에 진출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난 아직 젊다. 아직도 모자라는 부분이 많지만 더 노력하고 더 축구에 애정을 쏟다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겠는가 싶다.
부산에서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