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팀 수준은 조 2∼3위 경계선, 조 추첨이 관건
이용수교수 단독 인터뷰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이 끝이 났다. 초반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은 세계 6번째이자 아시아 최초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이란 금자탑을 쌓으며 실의에 빠진 대한민국에 희망을 안겨줬다.
이제 1년여 남짓 남은 월드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상황.많은 축구 전문가들이 저마다 견해와 처방을 내놓으며 대표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사람은 바로 이용수 세종대 교수(KBS 해설위원)다.
서울대 축구부 출신이었던 이 교수는 서울대 체육교육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미국 오리건주립대에서 스포츠심리학 분야 박사 학위를 받으며 ‘축구계의 브레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을 역임하며 대표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이 교수의 대표팀에 대한 허심탄회한 충고를 들어봤다.
Q. 1년 남은 본선을 앞두고 우리 대표팀이 평가전을 계획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 어떤 부분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다. 1년 남짓 남았는데, 우리 대표팀 로드맵의 중심이 돼야 할 것은 첫 번째는 강팀과의 경기경험이다. 조 추첨을 예상해 보면 유럽이 14.5장인데 15장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8개 조로 나뉘니까 1개조만 제외하고 각 조마다 유럽팀이 두 팀이 포함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유럽 두 팀과 나머지 한 팀은 북중미나 아프리카 팀과 한 조가 될 것으로 본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내가 처음에 얘기했듯이 대표팀의 수준이 16위∼24위 사이니까 경기경험도 10∼20위 사이 유럽 스타일의 팀들과 경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강팀들과 경기하는 것은 그들이 북한이나 일본과 같은 조가 되지 않는 이상 그들과 경기하는 것은 쉽지 않고, 중위권 유럽 팀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경험을 쌓을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내년에 충분히 훈련할 수 있는 기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월드컵 전에 3주 정도의 기간을 주어지는데 유럽도 3주의 기간이 주어지긴 마찬가지다. 그들과 똑같이 훈련하면 우리의 결과를 만들 수 없는 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대표팀은 체력적인 부분 등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훈련기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Q. 세계에서 6번째이자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7회 연속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냈는데, 어떤 의미로 생각할 수 있는가?
- 대표팀이 7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것이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아르헨티나 등과 함께 세계에서 6번째라고 알고 있다.
횟수로는 잉글랜드, 멕시코가 더 많이 출전하긴 했지만, 7회 연속 진출한 것은 세계에서 6번째이자 아시아 국가로서는 처음이다.
연속해서 7회를 나간다는 것은 86년 이후에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정상권을 유지했다는 결과이고, 2002년 월드컵에서 4강에도 들었지만, 이제는 월드컵 본선무대에 계속해서 초청받아도 될 만한 경기력을 갖춘 결과대가 아니겠느냐는 생각이다.
Q. 조별예선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처음 B조에 편성됐을때 ‘죽음의 조’라고까지 불리며 일부에선 탈락할 것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는데, 의외로 쉽게 통과했다. 교수님의 평가는?
-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다. 대표팀이 북한은 상대하기는 비교적 괜찮았지만 특히 이란, 사우디, UAE 등 중동 세 팀과 같은 조에 있다는 것은 중동 원정을 세 차례나 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더욱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사우디, 이란이 가라앉는 분위기가 되면서 의외로 쉽게 풀린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사우디보다는 이란을 더 걱정했는데, 이란이 알리 다에이 감독과의 팀 내 불화가 우리에겐 도움이 됐고, 예상외로 북한이 사우디를 잡아주면서 우리에게 득이 된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19년 만에 사우디 원정 승리라던지 이란 원정도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우리의 경기력도 좋았지만, 사우디나 이란의 경기력 저하 등 외적인 부분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 것 같다.
Q. 최종예선 결과에도 알 수 있듯이 항상 주요 국제대회 발목을 잡아왔던 중동 국가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그 이유는 어떤 부분에서 찾을 수 있나?
- 이란은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감독과 선수들 사이의 불화. 또 한가지는 알리 다에이 감독이 맡았을 때 젊은 선수들을 활용하지 않고, 바게리와 같은 자신이 선수 시절 같이 활동했던 선수들을 중용하면서 세대교체에 실패한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사우디같은 경우는 주요 선수들이 부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알 카타니 선수도 초반에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하는 등으로 최종예선에서 고생했다.
사우디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이 전체적인 경기력 저하로 연결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Q. 이제 본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우리 팀의 전력을 어느 정도 보시는지?
- 내 생각은 17위에서 24위 정도로 보고 있다. 각 조에서 따지면 4위는 아니고, 2위와 3위의 경계선에 있다고 본다.
냉철하게 보면, 월드컵에서 우리 수준은 높게는 14∼16위에서 아래로 24∼25위 수준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결국 조 추첨의 결과에 따라 상당히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
Q. 이제 본선무대에 진출했는데 대표팀이 보완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 대표팀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중앙 수비수의 경기력과 다른 하나는 골 결정력이다.
사실 이 대목은 쉬운 부분이 아니다.
83년부터 프로리그를 치르면서 용병들을 활용했는데, 대부분 용병들이 스트라이커나 중앙 수비의 포지션을 차지했고, 현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때, 골키퍼 자리까지 용병이 차지하면서 ‘국내 골키퍼들의 장래가 어둡다’면서 골키퍼 용병 수입을 막은 적도 있었지만 그 이후 국내 좋은 골키퍼가 대거 양산되는 결과를 나았듯이외국인 선수를 활용 안 할 순 없지만, 용병을 스트라이커나 중앙 수비로 사용하면 국내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준다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그 포지션의 선수를 프로에 보내 키워야 하는데 프로에서는 그 포지션에는 외국인 선수를 쓸 테니까 다른 포지션의 선수를 추천해 달라고 이야기하니 중앙에서 커야 할 선수가 측면으로 자꾸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보면 대표팀에도 측면 수비에는 워낙 좋은 선수가 많고 경쟁도 이뤄지지만, 중앙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이 부분이 1∼2년의 문제가 아니고 20년 이상 계속 축적된 결과로 대표팀 경기력에도 나타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협회나 연맹 차원에서 ‘중앙수비 또는 스트라이커 육성 프로젝트’라고 해서 가능성이 있는 중학교 1.2학년 선수를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은 경기 있을 때만 잠시 모여서 훈련하고 있다.
워낙 짧은 시간을 모여서 훈련하니 경기력 향상은 쉽지 않다.
앞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Q. 44년 만에 북한도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북한 축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 북한은 최근 2004~2005년부터 베스트 일레븐에서 교체선수 명단 중 14∼15명은 거의 바뀌지 않고 몇 년간 집중적으로 육성된 선수들이다.
북한이 93년 미국 월드컵 예선 이후로 국제무대나 아시아 무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가 최근에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현재 선수들은 북한 입장에서 보면 동유럽이나 아시아 무대에서 국제 경기 경험을 많이 쌓는 등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열정을 쏟아 부은 팀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이 경기력으로 나타난 것이다.
특징을 보면 3-4-3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수비 때는 5-4-1로 바뀌고 역습을 활용하는데 역습 상황에서 패스 전개 되는게 상당히 좋다.
중앙에 안영학, 김영준 선수가 있고, 전방에 정대세, 홍영조, 문인국 등이 두세 번의 패스에 의해서 슈팅까지 연결하는 역습 패턴이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고 날카롭다.
월드컵 본선에서도 북한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면 세계를 놀라게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한다.
Q. 마지막으로 한국축구신문이 100호째 발간을 하게 됐다.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 한국축구신문이 빠르게 축구인들 사이에서 좋은 정보를 전달하고, 최근에는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또 다른 형태의 정보전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축구인들 뿐만 아니라 축구를 좋아하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신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미디어는 정도(正道)를 제시해주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축구신문이 축구에 대한 비전과 올바른 미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길을 계속 걸었으면 하는 바람을 전한다.
신석주 기자 (vision007@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