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선 감독 “올 시즌 한 단계 더 도약 할 것”


2005년 3월 11일. 강원도 화천군(군수 정갑철)에 구축되어 있는 축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한국여자축구를 빛낼 창의력 있는 인재를 발굴한다는 목표하에 여자축구계에 당찬 출사표를 던진 화천정보산업고등학교(교장 최규동, 이하 화천정산고) 여자축구부.

화천정산고는 창단 당시부터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역 사회 그리고 군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2006년 춘계연맹전 준우승을 시작으로 매년 전국무대에서 꾸준한 입상실적을 바탕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상승곡선을 그리며 여고 축구 신흥명문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2009년 까지 거둔 우승 1회(2009년 통일대기)와 준우승 8회의 성적을 토대로 ‘물의나라’ 화천군의 자랑으로 거듭남과 동시에 화천군을 ‘여자축구의 메카’로 이끌며 각종 전국대회와 WK리그 유치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화천정산고는 그동안 기록에서 준우승 숫자가 말해주듯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09년 통일대기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당시 대회 참가팀이 4개 팀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겹게 따라붙었던 ‘준우승 징크스’도 마침내 지난 2010년 추계연맹전에서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말끔히 풀어버렸다.

이에 대해 지난 2009년부터 화천정산고 여전사들을 이끌고 있는 김기선 감독은 “지난해까지 선수들이 심리적인 압박감 때문인지 유독 결승전에서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추계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나나 선수들이나 그 압박감을 떨쳐 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어 “올 시즌 물론 다시 우승을 차지하면 좋겠지만 우선 선수들이 내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한 단계 올라서는 것이 1차적인 목표”라고 운을 뗀 뒤 “선수들이 운동을 하던지 무엇을 하던지 그 시간만큼은 주어진 일에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2월 8일 강원도 화천에서 화천정산고 김기선 감독을 만나봤다.

다음은 김기선 감독과 일문일답


Q. 우선 늦었지만 지난해 추계연맹전 우승을 축하한다.

- 사실 지난해 우리 팀 멤버들의 전력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나름 전국대회에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는 창단 이래 정말 최고의 멤버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결승전에만 들어서면 선수들이 너무 위축됐다. 제 기량의 60%정도 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사실 추계연맹전 우승이 첫 우승이나 다름없다. 2009년에 통일대기에서 우승했지만 그때는 참가 팀이 4개 팀이었다. 추계연맹전에서 나나 선수들이나 우승하면서 부담감을 떨칠 수 있었고 이제는 선수들이 우승의 느낌을 이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정말 너무 좋았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봄에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부분이다. 그러면 약간은 판세가 달라 질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Q. 올 겨울은 어떻게 보냈나?

- 우리도 다른 팀처럼 전지훈련을 떠났다. 1월 16일부터 약 보름동안 전남 광양을 다녀왔다. 하지만 구제역 여파인지 운동장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원래 계획은 그 곳에서 선수들의 체력적인 보완에 힘 쓸 생각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게임 위주의 훈련을 펼쳤다. 그 부분이 조금 거슬린다. 그리고 2월 13일부터 제주도로 2차 전지훈련을 떠난다. 지난해 우리가 주로 4-4-2 시스템으로 경기에 나섰는데 올 해부터는 기존 전술 말고도 다른 시스템으로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 제주도 훈련은 전술을 완성시키는데 중점을 둘 생각이다.

Q. 평소 훈련 방식은?

- 선수들이 수업을 다 듣고 오후 3시 정도부터 5시까지 팀 훈련을 진행한다. 그리고 운동장에 야간 조명 시설이 잘 되어있어 야간 훈련도 진행한다. 야간 훈련 때는 거의 개인 훈련위주로 진행되며 각자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Q 선수 수급은 어떤가?

- 올 시즌 1학년으로 12명의 선수들이 보강됐다. 선수들의 기량이 다 좋다. 그 중 눈에 띄는 선수가 4~5명 정도 있는데 파워 부분에서 조금만 가다듬으면 바로 실전투입에 문제가 없을 정도다.

Q. 여자축구를 맡으며 애로사항은 없는가?

- 사실 선수 수급에 애로사항이 많다. 올해는 좋은 선수들이 들어와서 다행이지만…,  현재 강원도에 여자고교 팀은 두 팀(화천정산고, 강일여고)이 있는데 여자중학교 팀이 한 팀(경포여중)밖에 없다. 그래서 선수들을 데려오기가 정말 힘들다. 우리는 화천군과 학교 측의 지원이 좋아 인조잔디, 천연잔디등 운동장 시설과 선수단 숙소 그리고 웨이트 시설까지 갖춰있다. 또한 일체의 회비도 없는데도 도내 중학교 팀이 없으니까 선수 수급이 어렵다. 개인적인 욕심일 수 있지만 도내 여자중학교 팀의 창단이 시급하다고 본다.

Q. 화천정산고 감독을 맡게 된 계기는?

- 선수 생활을 마치고 원래는 운봉공고에서 코치로 3년간 지냈다. 이후 여자축구로 건너와 항도중학교에서 지도자생활을 거쳤고 타 팀에서 감독으로 제의가 들어왔지만 마지막에 일이 틀어졌다. 그러던 찰나에 창단 감독이던 김각선 감독님의 부름을 받았고 이곳에서 코치로 지내다가 2009년 전국체전부터 전임감독으로 나서게 됐다.

Q. 현장 지도자 생활을 하며 느낀 여자축구의 발전 가능성과 필요한 점은?

- 여자 축구에 들어 온지 8년이 조금 넘었는데 예전과 놓고 보면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다. 사실 최근 들어 각 연령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이슈화 되고 많은 투자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정말 열약한 환경 속에서도 각 계 각층 지도자들의 여자축구를 위한 열정과 노력이 없었으면 이러한 발전이 있기 힘들었다고 본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 그러한 지도자들의 열정과 자신의 노력을 더해 좋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Q. 올 시즌 목표는?

- 사실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지난해 멤버가 너무 좋아 매 경기 3학년 위주로 경기에 나섰다. 골고루 조금씩 2학년 선수들에 기회가 갔어야 했는데 그 부분이 조금 아쉽다. 우승에 대한 욕심이 없는 지도자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우승에 대한 욕심은 항상 끊임없이 가지고 있다. 올해 우승을 차지하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치르고 싶고 선수들의 기량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게 만드는 것이 1차적인 목표다.

Q.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나는 항상 선수들에게 사람으로 살아가는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의 됨됨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운동을 하는 시간이던 공부를 하는 시간이던 그 시간만큼은 정말 주어진 일에 올인 해야 한다고 말한다. 꿈과 열정을 가지고 노력을 하는 선수만이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다.

한종훈 기자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