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지난 8일 2010-2011 FK리그 서울광진구풋살클럽과 예스구미FC의 경기가 열리고 있는 용인실내체육관.

“뒤로! 뒤로!” 파란 눈의 한 선수가 약간 어눌한 발음에도 불구하고 큰 소리를 외치며 팀 동료에게 상대방의 움직임을 알려주고 있다. 이 어눌한 발음의 주인공은 FK리그 1호 용병이자 예스구미FC의 선수인 브라이언 넵(Brian Knapp)이다. 올해 한국나이로 28살이 된 미국 뉴욕출신 브라이언은 고교시절까지 축구선수로 활약한 경력이 있다.

한국에 영어강사로 오게 되면서 대구 아마추어 풋살클럽인 오성FC에 들어간 브라이언은 풋살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었다. “뉴욕에 있을 때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실내축구를 종종했는데 한국으로 오게 되면서 오성FC에 들어와 풋살을 꾸준히 했다. 그러다 이번 시즌 전 예스구미FC로 들어오면서 FK리그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브라이언의 FK리그 입성의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FK리그에 외국인 선수가 처음이어서 구단 등록은 이미 예전에 마쳤지만 대한축구협회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시즌 시작 후 두 경기 동안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봐야했다.
그러던 중 지난달 30일 대한축구협회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지난 7일 용인FS와의 경기에 첫 출전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 구미는 용인에 역전패 당했다.

“첫 출전한 경기에서 역전패를 당해 너무 속상하고 아쉬웠다. 처음이라 긴장도 많이 하고 적응이 안 돼 힘들었다”며 그 때를 회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8일 구미는 광진과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렀는데 이날 브라이언은 2골 2도움을 올리며 팀의 시즌 첫 승을 올리는데 앞장섰다.

브라이언은 경기 전 “팀이 승리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득점을 올리는 것보다 어시스트를 많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했는데 그의 말처럼 팀 동료에게 도움을 주는 동시에 자신도 골을 기록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팀 동료들은 브라이언을 어떻게 생각할까. 구미의 주장 원민열은 “매우 활동적이고 공간활용을 잘하며 쉽게 패스를 내줄 수 있는 친구로 배울 점이 참 많다. 선수들과도 잘 어울리며 즐겁게 풋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눌한 억양으로 봤을 때 팀 동료들과의 의사소통이 어려울 것 같아 슬며시 물었더니 “구미에 온지 약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까지 한국말이 익숙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듣는 것은 문제없다. 웃으면서 손짓, 발짓하면서 훈련하고 있다. 의사소통이 풋살을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다”고 브라이언은 답했다.

FK리그 최초의 용병으로서 풋살의 매력에 대해 묻자 의외로 간단명료한 답이 나왔다.
“풋살은 신체조건을 많이 따지는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나처럼 키가 작아도 또는 체격이 다소 왜소해도 풋살을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단 두 경기에 출전한 브라이언은 어느새 FK리그의 터줏대감처럼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의 말에서 어느 누구보다 풋살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가득해보였다. 고국을 떠나 멀리 타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풋살을 통해 한국과 한국인을 알아가고 있는 브라이언의 얼굴에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2010-2011 FK리그가 오는 14일 2라운드에 돌입하게 되는데 구미의 브라이언이 시즌이 종료할 때까지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도 FK리그를 보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 같다.

글, 사진=양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