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강 PO 외국인 심판 국제 협력 사업의 일부일 뿐”
“올시즌 경기 더 빨라져... 강한 체력 바탕으로 정확한 판정할 것”
심판은 축구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지만,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보다는 항상 그늘에 가려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90분을 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비지만 아무리 잘해도 본전이고, 가끔은 선수나 지도자, 구단 관계자들에게 엄청난 항의를 받는 것도 모자라 일부 팬이나 관중들이 무심코 내뱉는 욕설도 들어야하는 험난한 직업이기도 하다.
이런 현장 심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이들을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심판 위원장의 몫이다. 36명의 K리그 심판들의 수장인 이재성 K리그 심판위원장을 만나 지난해 K리그와 올시즌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Q. 심판위원장으로써 지난해 K리그를 되돌아본다면?
- 2005년부터 10년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앞선 위원장들이 못다 이룬 것 들이 있었는데 심판위원장을 처음 맡게 된 지난해 어느 정도 결실이 맺어진 것 같다.
K리그를 사랑하는 마음에 경기장을 찾고 또 중계로 경기를 보는 팬들과 매니아들을 위해서라도 선수들은 프로로써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선수들이 일부러 경기를 지연시키는 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려고 했었다.
그 결과 선수들의 경기 지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됐고 추가 시간에도 많은 골이 터지면서 통계나 데이터 면에서 더욱 성숙된 K리그가 된 것 같다.
Q. 지난해 심판 판정과 관련된 문제가 예년에 비해 줄었는데 비결이 있나?
- 심판들에게 원칙을 지키라고 했고, 심판들을 배려하고 존중해줬다. 식구처럼 탄탄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Q. 경남과 서울 경기가 판정 번복으로 인해 35분이 지연되는가 하면 이청용 선수가 주심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불미스러운 일도 다소 있었는데?
- 심판을 총괄하고 있는 심판위원장으로써 안타까운 일이다. 경남과 서울 경기에서는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이 그 순간 운동장에서 결과를 얻으려다보니 그런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위해 심판 입장에서 빨리 경기를 재개시켰어야했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이청용 선수가 경기 중에 주심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고 주장했는데 이청용 선수가 나중에 해당 심판을 찾아와 사과를 했지만 많은 상처를 받은 그 심판이 사과를 받지 않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하겠다.
Q.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정작 K리그에 몸담고 있는 심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굳이 꼽자면 6강 플레이오프 이후 외국인 심판들이 주심을 맡게 된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심판들이 주심을 맡은 것은 단지 10년 프로젝트 안에 있는 일본, 호주, 중국 등과의 교류사업의 일환이었을 뿐인데 일부 언론이나 팬들의 눈에는 ‘한국인 심판들이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외국인 심판이 중요한 경기에서 주심을 맡게 되었다’는 식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우리 심판들도 충분히 플레이오프와 같은 큰 경기에서 주심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Q.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면 심판위원장으로써 다소 입장이 난처할텐데?
- 지난해 라운드마다 벌어진 7경기를 모두 녹화해서 두 번씩 총 14경기를 모니터링하면서 ‘심판들로 인해 승부가 바뀌었다’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제로로 만들려고 노력했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나름대로 공정하게 판정을 한다고 하지만 이기는 팀과 지는 팀이 나뉘어지다보니 불만이 생기는 것 같다.
이 과정에서 심판은 무엇을 고쳐야하는지,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판정을 내려야 할지 등을 우리 위원회에서 교육과 연구 등을 통해 나아질 수 있도록 전력투구할 생각이다.
Q. 2009년에는 어떻게 심판위원회를 이끌 생각인가?
- 올해도 10년 프로젝트에 맞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할 생각이다. 판정 가이드라인이 정해졌고, 국제 교류 사업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숙원사업이기도 한 심판 아카데미를 완성시킬 계획이다.
Q. 올시즌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한국인 심판이 경기를 맡는가?
- 심판위원장으로써 그런 중요한 경기들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지난해까지는 우리가 보다 높은 완성도를 갖기 위해 그들에게 배운다는 입장으로 한발 물러서서 겸허하게 받아들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심판 문제는 없을 것이다. 최근 몇 년간 플레이오프에서 외국인 심판들이 주심을 맡았는데 오히려 이를 당연하게 생각한 팬들이 ‘올해는 왜 외국인 심판이 경기를 맡지 않느냐’고 물어올 것이다.
피나는 훈련과 노력을 통해 올해 치러질 255경기를 한 게임 한 게임마다 전력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임할 것이다.
Q. 작년에 비해 판정에 있어 강화된 부분이 있다면?
- 크게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겠다. 첫째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경기 시간을 지연하는 행위이고, 두 번째는 판정에 대한 항의다. 세 번째는 심한 반칙과 난폭한 행위이고, 네 번째는 심판을 속이려는 시뮬레이션 동작이다. 마지막으로는 오프사이드인데 이 다섯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처하겠다.
Q. 보다 정확한 판정을 위해 심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
- 체력이다. 체력이 준비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시즌이 시작되기 전 K리그가 속도전으로 변화를 할 것이라 예상했는데 현실이 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경기 흐름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욱 체력적인 부분에 힘을 쏟아야 한다.
선수들과 공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심판도 당연히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접근성을 가지고 보다 정확한 판정을 할 수 있다. 특히 올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시뮬레이션은 가까운 곳에 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지난해 월 1회에 걸쳐 9회 실시한 체력훈련을 올해는 두 차례 더 늘릴 것이다.
Q. 시즌 개막이 한 달 보름 정도 남았는데 계획은?
- 우선 21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15개 구단을 순회하면서 2009년 판정 가이드라인과 경기 수칙에 대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며 스케줄이 다 나온 상태다.
이번 주만 해도 강원을 시작으로 전북이 훈련하고 있는 목포와 성남이 훈련하고 있는 광양을 방문할 생각이다.
다음 달 대부분의 구단이 해외로 전지훈련을 가게 되는데 그동안 심판들은 체력훈련과 비디오 등을 활용한 토론식 교육을 통해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