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늘어나면서 처음 취지에 어긋나 아쉬움”


매섭게 몰아쳤던 한파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 19일. 서울 은평구민체육센터 축구장에서는 은평 FC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은평 FC 선수들은 20일부터 남해에서 열리고 있는 7：7 축구대회 출전을 앞두고 안봉기 감독의 지휘 아래 두 시간 넘게 훈련을 펼쳤다.

 소년의 집(현 알로이시오초)에서 20년간 감독 생활을 거쳐 협회 심판위원장을 지내다  지난 2005년 5월 창단 이후부터 팀을 이끌고 있는 안봉기 감독은 패스부터 연습게임까지  직접 선수들과 함께하며 세심하게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Q. 6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데 처음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 은평구는 원래 축구에 대한 관심이 약한 지역이었다. 그러다 2005년 한참 TV를 통해 슛돌이가 방영되면서 유소년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남궁윤석 구의원께서 “은평구에도 슛돌이를 창단해보자”고 말씀하셔서 본격적으로 팀 창단이 논의됐는데 거기에 도움을 드리고자 시작했다.

 처음에는 유치원생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같이 아주 어린 친구들만을 대상으로 하려고 했는데 점점 어머님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연령대가 늘어났다.

 4학년까지는 어느 정도의 회비를 내면서 운동을 하고 있고, 5 · 6학년의 경우 구청에서 유니폼 등을 지원해주고 있다.

Q. 훈련은 보통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 개인 상황에 따라 주 1회 운동을 하는 선수들과 주 3회 운동을 하는 선수가 있다. 매주 수요일은 은평구립운동장에서 훈련을 하고 주말에는 증산중 운동장을 활용하고 있다.

 연령별로 훈련하는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른데 유치부는 공을 가지고 놀이를 한다는 수준에서 훈련이 이뤄지고 1, 2학년은 몸에 중심을 이동시키는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3, 4학년의 경우 패스와 드리블 위주로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데 킥은 관절 부위에 부상을 우려해 별도로 훈련을 시키지 않고 있다.

 체력훈련을 별도로 시키지는 않고 볼을 가지고 노는 걸로 대체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니 만큼 유연성을 저마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별도의 유연성 훈련을 잘 안시키는 지도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선수들이 커가면서도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느끼고 스스로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훈련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많이 시키고 있다.

Q. 클럽팀을 운영하면서 고충이 있을텐데?
- 처음에는 아이들이 놀면서 즐기는 축구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클럽팀이 늘어나면서 대회가 늘어났다. 대회가 늘어나게 되면서 일부 학부모들의 기대치가 높아져 ‘엘리트처럼 매일 훈련을 하자’고 하시지만 처음 방향과는 달라지는 부분이고, 대표선수나 프로선수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어느 정도 선천적으로 정해진다고 생각하고 있다.

 주 2~3회 훈련해도 매일 운동을 하는 선수들과 결국은 상위 클래스에서는 비슷하다는 생각으로 주 3회 훈련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선수로써의 성장을 원하며 매일 운동을 하는 엘리트 팀으로 떠나는 선수들이 많다.

Q. 엘리트와 클럽을 모두 경험했는데 차이점은?
- 내가 감독으로 있으면서도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면 공도 못만지게 하면서  정신적으로 무장을 시켰지만 클럽팀은 즐긴다는 개념이 있기 때문에 승패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

 선수들도 지고 나서 금방 다시 장난도 치고 그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는 엘리트 팀에 상대가 될 수 없지만 선수들을 압박하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Q.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할 법도 한데?
- 축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아이가 6개월이나 1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원하는 대로 따라와 줄 때 보람을 느낀다.

 각 연령대에서 같이 출발해서 잘하는 애들을 봤을 때는 기분이 좋은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의 경우 지도자로써 굉장히 속이 상한다.

 패스 동작을 빨리 익히는 애들을 한 단계 높은 연령층에서 훈련을 받게 하고 싶어도 다른 아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런 우수한 선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클럽에도 상비군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Q. 구의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 서울 시내 25개 구청이 모두 엇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다.

 축구 저변확대를 위해 구청에서 나를 시간 강사로 발령냈다. 선수들 옷과 장비, 운동장 사용료 등이 지원되고 있다.

Q. 올해부터 주말 리그에 출전하는데?
- 지금 5학년이 되는 선수들부터는 1학년 때 부터 2~3회씩 꾸준히 운동을 해온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올해 경험을 쌓으면 내년에는 여느 팀과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긴다는 것보다 그 팀들과 상대해서 쉽게 무너지는 모습만 보이지 않는다면 우려를 하고 계신 학부모님들도 이해를 해줄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운영을 할 생각이다.

 올해는 우선 왕중왕전 진출을 목표로 삼을 생각이다. 지금 2학년들이 지난해 비록 큰 대회는 치르지 않았지만 져본 적이 없고 3·4학년 선수들도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가면 갈수록 더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Q. 학원팀과 클럽팀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학원팀에서 오래 하다가 클럽팀에서 또 감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서로 이해 관계와 방법이 다를 뿐이지, 훌륭한 선수를 육성한다는 목표는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측 지도자들간의 화합과 단결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철학이 있다면?
- 소년의 집 감독을 할 때도 운동에만 집중하다 낙오되어가는 학생들을 봐왔고, 기대만큼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선수도 많이 봐왔다.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아이들이 장차 어떤 사람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축구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축구선수로, 공부를 잘하는 선수들은 축구 관련 행정가로 성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표선수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축구와 관련된 다른 일을 하는 것도 무척 좋을  것이다.

 운동을 했던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이론을 알기 때문에 행정 업무를 더 잘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현재 협회 김주성 국제국장이 그런 경우인데 얼마나 그 과정이 어려웠겠는가? 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런 업무를 했으면 좋겠다. 공부와 운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비교적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직 클럽에 중등부가 없어서 엘리트 팀에 두 명을 보냈는데 “너희들이 엘리트 팀에 가서 적응을 잘해야 밑에 후배들에게도 길이 열린다”고 당부했다.

 다행히도 기본기와 중등 축구에서 요구하는 기술들을 잘 갖추고 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내 아들도 이 팀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반장을 맡으며 항상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아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내 자식부터 공부와 운동을 열심히 해야 주 2~3회 운동해도 훌륭한 선수가 되고 선수가 아니더라고 사회에서 나름의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내 철학이 다른 학부모들에게 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열심히 공부하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