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연맹 딴죽 걸기 유소년연맹 발끈


유소년연맹(회장 김휘)과 대학연맹(회장 변석화)의 영역 다툼이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다.

  대학연맹 변석화 회장은 (주)험멜의 사주. 유소년연맹 김휘 회장은 토착 브랜드 키카의 사주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대학과 유소년 분야에서 양 사의 브랜드는 거의 독점적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사업자이기도 하다. 이 두 메이커가 차지하고 있는 마켓쉐어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 사는 자연스럽게 회장의 절대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는 카르텔을 근거로 황금분할 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초 이런 황금분할에 금이 가는 사태가 벌어졌고 자칫하면 스포츠메이커 간의 ‘포성 없는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에서 다툼의 단초를 제공한 측은 대학연맹이 분명하다. 의도적이었던 우연이었던 간에 대학연맹이 유소년연맹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포성 없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각 연맹은 카르텔을 정체성의 근거로 한다. 결국 이 카르텔을 근거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으며, 연맹의 최대 수입원은 소속 학교를 끌어 모아 지방자치 단체 등에 각종 대회를 유치해주면서 거액의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 수입이 각 연맹 예산의 약90%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학원 축구계의 실상이다. 지난해 대학연맹은 970.000.000원을, 유소년연맹은 1.166.531.770원을 각각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연맹이 올 초 이런 암묵적인 경계선을 훌쩍 넘어선 것에 대해서도 분석이 분분하며 월선 행위가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였는가에 대해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변석화 회장은 지난 98년부터 매년 연말에 유소년리그를 시행하고 있다. 시기는 동계방학 기간인 12월 초부터. 명분은 스토브리그였다. 그러나 대학연맹은 올해 초 작년부터 미뤄왔던 스토브 리그를 2월로 잡았다. 그러나 시기가 유소년연맹의 춘계연맹전과 시기가 묘하게 맞물렸다.

  전북축구협회가 개최하는 금석배와도 시기도 중복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상황은 실타래가 꼬이듯 복잡하게 꼬여버렸다.

  유소년을 대상으로 한 3개 대회가 동일시기에 거의 맞물려 돌아가면서 유소년연맹전 참가 팀은 27개 팀이나 줄어들어 버렸다. 더구나 유소년연맹의 주춧돌이나 다름없는 서울 팀 중에서 24개 팀이 험멜 코리아기로 발길을 돌려버리자 유소년연맹의 위상과 자존심에도 큰 생채기가 날 수밖에 밖에 없었다.
 
  전북축구협회가 주최하는 금석배에도 파편이 날아들었다. 금석배에는 초등학교 39개 팀 만이 참가했다. 전북축구협회는 대회 마감일까지 각 지역의 팀들을 유치하느라고 애간장을 태웠고, 대축에도 지원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 편성과 대회 진행에도 애로사항이 적지 않게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소년연맹과 전북축구협회가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다. 유소년연맹이 금석배에 참가 신청을 한 광주의 모 초등학교를 칠십리배로 유도하면서 양 측은 약간의 감정 다툼도 없지 않았다.

  유소년연맹과 전북축구협회는 험멜 코리아 유소년리그 개최로 인한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연맹을 ‘공동의 적’ 쯤으로 인식하는 공감대가 조성된 것이다. 

  유소년연맹의 모 핵심 지도자는 ‘대학연맹이 주최하는 시기에 맞춰 대학 팀들을 초청하는 대회를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론을 펼쳤다.

  또 다른 지도자도 ‘지난 대학연맹 선거에서 드러난 것처럼 변석화 회장의 안티세력 만 대충 몰아도 약30개 팀은 참석할 것 같다’며 ‘대학연맹전과 시기를 맞춰 스토브리그를 만들자’면서 일전불사를 외치기도 했다.
 
  지난 대학연맹 회장선거에서 이용수 캠프에서 활동했던 모 대학 감독도 ‘축구를 놓고 험멜과 키카의 땅따먹기 영토 전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며 ‘연맹 회장 이전에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것 같다’고 쏘아 붙였다.

  전북축구협회도 불편한 내색이 완연했다. 모 고위간부는 ‘어떤 식으로든 전북축구협회 차원에서 유감을 표명 하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대학연맹 변석화 회장의 입장은 어떨까. 변 회장은 ‘매년 유소년리그를 벌이다가 작년에 미뤄오던 대회를 서울의 핵심 지도자들이 스폰서를 요구해 지원한 것뿐이다’며 ‘오해받을 일이 절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연맹이 이 대회를 개최하면서 단 한 푼의 수익을 올리는 것도 아니고, 유소년축구 발전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사재를 털어 대회를 개최한 것뿐이다’며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협회는 양 연맹의 감정 다툼에 대해 팔짱을 끼고 침묵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연맹 측에 대해서는 마땅치 않은 안색이 없는 것이 아니나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유소년연맹과 금석배는 협회의 승인을 받은 공식대회. 그러나 험멜코리아 유소년리그는 그 자체는 협회의 승인을 받지 못한 비공식대회이다. 그렇다고 해서 방학기간 중에 개최된 대회에 대해 협회가 가타부타 할 근거조차도 없는 것이 사실이기에 협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기식으로 관전만 하고 있는 양상이다.

  협회의 모 고위 관계자는 ‘공식대회와 겹치는 시기를 피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원론적 언급 정도로 입장을 정리하고 지나갔다.

  험멜과 키카의 ‘포성 없는 전쟁’이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지에 대해 누구도 섣부른 예측을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관점은 스포츠용품 사주들이자 각 연맹의 회장을 맡고 있는 특정 인사들에 대해, 신성한 학원 축구를 볼모로 삼아 영토 확장과 돈벌이에 만 치중하고 있다는 대다수 축구인들의 공통 인식과 반발 정서가 날이 갈수록 팽배해 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근 기자(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