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 폐지론’ 급부상, 차기 이사회 격론 예상


전국 16개 시·도 축구협회장들이 협의체 결성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0일 오후. 16개 시·도 축구협회에 공문이 한 장 날아들었다.

 공문을 발송한 인사는 서정복 전남축구협회장(축구협회 감사)으로 확인됐다.

 서정복 전남축구협회장은 공문에 회칙과 규약을 첨부하여 발송했다. 서 회장은 ‘지난 5월 중순 각 시·도 협회장들과 결성체 구성에 관하여 원칙적인 합의를 봤으며 자신이 주도적으로 회칙과 규약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 회장의 말 그대로 이해한다고 해도 우리 축구계 정서를 감안해 볼 때 이토록 신속하게 결성체를 추진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례적으로 빠른 추진이 아닐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시·도 협회장들 간에 어떤 이유에서든 결성체 구성에 관해 충분한 공감대가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서정복 회장이 기안한 것으로 알려진 회칙의 중요 대목을 살펴보면 ‘회장 임기는 2년으로 하며 부회장을 2명으로 하고, 부회장 중 전국체전 개최지의 지역 회장을 당연직 부회장으로 한다’고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서정복 회장은 ‘사실 지난 1월 회장 선거 직후 상당수의 시도 회장들이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를 강력하게 밝혀왔다’면서 ‘모임의 성격과 규약 등이 정리된 만큼 곧 16개 시·도 협회장협의회(가칭)를 출범 시키겠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 축구계의 풍토를 감안해 볼 때 16개 시·도 협회장들이 결성체를 출범시킨 사례도 없었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협의회 결성과 추진에 주도적으로 동력을 보탠 것으로 알려진 모 협회장은 ‘정치권에도 시장, 군수 협의회가 있으며 각 시 도의 이해를 조정하고 각 지역의 균형발전에 견인차 역을 맡고 있지 않느냐’며 ‘정치권의 분권 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협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관해주는 것이 시대적인 추세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시 도 협회장들도 그렇지만 시·도 협회 소속원들의 밑바닥 정서도 심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중연 회장 출범 이후 협회의 역점 사업인 리그제를 최일선에서 시행하면서도 실질적인 재정 지원은 물론이고 책임만 있고 권한도, 혜택도 없다는 불만이 극도로 팽배해 있다.

 더욱 시·도 협회장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는 대목은 시·도 협회와는 다르게 초·중·고 대학연맹 등은 리그제 시행의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으며 연맹 등에는 상당한 특혜를 주고 있다는 불만과 정서가 극도로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도 협회장들은 자신의 지역 등에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진 전국 대회를 7~8월의 방학기간에만 개최하도록 한정시키고 그것에 더해 전국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도록 강요하면서 참가팀까지 축소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며 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7월에 시행될 대회의 현황을 살펴보면 시·도 협회장들의 불만이 피부에 확 다가선다. 

 7월 중순에 열리는 대구 시장기와 부산 협회장기 등은 참가 팀이 반 이상으로 확 줄어들어 버렸다.

 한때 참가 팀이 120여 팀에 달해 ‘대회에 참가하려면 로비를 벌여야 참가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대구시장기는 올해 40개 팀으로 마감했고, 부산 협회장기는 26개 팀으로 마감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각 시·도의 난감한 현실과는 전혀 딴판으로 초, 중 연맹전은 거의 300개 팀에 육박하면서 대회 개최지로 받는 대회 유치금이 거의 5억원대에 육박하고 있어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고 있다.

 모 협회장은 ‘조중연 회장이 초·중·고에 리그제를 정착시키겠다고 한다면 모든 전국 대회를 완전 폐지하고 연중 내내 리그제를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제 시 도가 팔을 걷어붙이고 육성하는 팀을 근거로 한 연맹이 무엇 때문에 존재해야 하는지를 냉철하게 검토해야 할 때가 왔다’면서 ‘모든 전국대회와 함께 연맹전도 폐지하는 조중연 회장의 용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협회장도 ‘각 시·도 협회에 리그제를 맡겨 놓으면서 주말도 없이 연중 8개월간이나 갖은 곤욕을 다 치르고 있는 반면 초·중·고 대학연맹 등은 협회의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자치 단체를 대상으로 선수들을 볼모로 한 억대 돈벌이를 하고 있다면 그것이 과연 대축의 공정한 행정이며 형평성에도 맞는 처사냐’는 지적을 토해냈다.

 7월 중 모습을 드러낼 ‘시·도 회장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는 서정복 전남 회장이 유력하다. ‘시·도 회장협의회’가 어떤 성향과 노선을 추구 할 것인지는 다가오는 정기 이사회를 전 후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안상현 기자
김영근 기자 (ceo@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