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 월드컵구장에서 열린 봉황그룹 결승전은 한국 중학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멋진 한판의 경기였다. 서울의 전통적인 강호 동북은 우세한 미드 필더진을 앞세워 부평동중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동북이 전반에 퍼부은 슛 만 11개, 부평의 골대를 강력하게 흔든 슛도 3개나 됐다. 슈팅의 수치만 따진다면 7 : 3으로 동북의 일방적인 공격 흐름이었다.
부평동중은 전반 공격을 기습으로 거의 일관했다, 상대 공격수들이 워낙에 강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첫 골은 부평동중이 먼저 뽑았다.
동북이 지나치나 싶게 공격에 치우치며 약점을 드러내자 그 정곡을 찔러 기습 골을 뽑아낸 것이다. 전반 22분, 부평의 홍순관(13번)이 동북 왼쪽 모서리에서 반대편 골문을 향해 쏜 슛이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며 동북 골 망을 크게 흔들었다. 홍순관의 위치는 거의 사각이었지만 이외로 슛은 강력했고 방향도 좋았다.
동북은 느닷없는 실점에 당황하면서 슛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전반은 그렇게 끝났다. 그러나 역시 찬란한 전통은 절대 무시할 수 없었고 위기 순간에 더욱 힘을 발휘했다.
지난 4월 까지만 해도 동북중은 장명진 감독이 맡고 있었다. 그러나 4월 말에 개인사정으로 팀을 떠났다. 팀을 맡은 김재신 현 감독은 그 선수들을 그대로 맡아 시스템만 바꿨다.
부평동중은 후반에 들어서며 수비력을 견고하게 보완하며 버텼다. 벌써 후반은 약 1분을 남겼다. 이판사판의 심경인 동북 선수들은 한여름의 거센 소나기처럼 가열찬 공격을 퍼부으며 부평동중 골대를 3번이나 흔들었다. 그러나 좀처럼 만회 골을 터지지 않았다.
동북 응원단에선 안타까운 탄성이 터져 나왔고, 반대로 부평동중 응원단은 승리를 확신하며 팡파레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인제일 주심이 시계를 들여다봤다.
그 때, 동북의 히어로 이경창(11번)이 부평의 오른쪽 외곽을 파고들다가 그대로 오른발 슛을 날렸다. 순간 부평동중 골 망이 크게 흔들렸다. 종료 30초를 남기고 기적 같은 동점 골이 터진 것이다. 난세가 영웅을 만든다고 했던가.
작은 영웅 이경창의 기적 같은 동점 골에 늙은 동북 동문들도 눈시울을 붉혔고 축구팬들은 축구의 재미와 기적에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어야 했다.
이후 동북은 추가 골을 터트리며 3 : 1로 승리하며 대망의 봉황그룹 우승을 차지했다.
동북중 박준경이 대회 MVP에 올랐고, 중동중의 권창훈은 6골을 넣으며 득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