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접전 속 안산에 힘겨운 승리


2008 내셔널리그 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전까지 내놓으라하는 강호들을 차례로 격파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결승무대에 오른 대전한국수력원자력(이하 대전)이 결국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대전은 지난 18일 양구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결승전에서 안산할렐루야(이하 안산)와의 결승전에서 전, 후반과 연장전 등 120여분 동안 여섯 골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벌인 끝에 3대3으로 비기며 승부를 가리지 못했지만 승부차기에서 3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처음으로 선수권 대회 우승을 거머쥐었다.

  전반 4분 조주영의 슈팅으로 포문을 연 대전은 계속해서 공격적인 경기운영을 펼치면서 경기의 주도권을 장악한 채 안산을 강하게 압박했지만 전반 7분 이수민의 슈팅이 골 옆 그물을 때린데 이어 이승현과 하용우의 슈팅이 계속해서 나왔지만 골문을 모두 외면하면서 쉽사리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위기 뒤에 기회’라고 했던가?

 대전의 세찬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면서 걷어내는데 급급하던 안산이 단 한번의 찬스를 성공시키며 되레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28분 대전 진영 오른쪽에서 상대 수비가 머뭇거리던 틈을 타 공을 가로챈 이충희가 찔러준 볼을 골에어리어 오른쪽에서 받은 박한웅이 오른발로 반대편 골문 쪽으로 차 넣으면서 득점에 성공했다.

  선제골을 얻은 안산은 전반 30분 홍지인이 시저스킥으로 추가골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공세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불의의 일격을 당한 대전은 계속 공격 기회를 만들어봤지만 동점골을 얻지 못하고 한 골 뒤진 채 전반을 마무리했다.

  전반 30분 박영근을 투입하며 동점골을 노린 대전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하용우를 빼고 김석만을 투입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골은 안산의 몫이었다. 안산은 후반 7분 왼쪽측면을 돌파한 임성호가 페널티에어리어 부근까지 치고 올라가면서 연결해준 크로스를 달려들던 오기재가 가볍게 밀어넣으면서 스코어는 2대0으로 벌어졌다.

  경기 양상은 급격하게 안산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두 골의 리드를 등에 업은 안산이 여유있는 경기 운영을 펼치며 승부를 굳히려는 움직임을 보인 가운데 경기 시작부터 좀처럼 공세를 늦추지 않던 대전은 안산의 측면을 공략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다소 맥이 빠진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대전은 포기하지 않고 후반 30분 왼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조주영이 올려준 것을 반대편 골문 앞에 있던 박영근이 헤딩으로 귀중한 만회골을 뽑아내며 뒤늦은 추격에 나섰다.

  대전의 만회골은 한동안 잠잠하게 진행되던 경기는 다시금 불을 뿜기 시작했다. 대전은 빠른 공수전환을 펼치며 적극적으로 동점골을 노렸고 안산은 노련미를 갖춘 플레잉코치 이성길을 투입하면서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펼침과 동시에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간격을 좁히며 한 골을 지키기 위해 애썼다.

  대전은 계속해서 공세를 펼쳐봤지만 겹겹이 둘러싼 안산의 수비를 뚫지 못하고 아쉬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시간에 쫓기던 대전은 후반 정규시간이 지나고 추가시간으로 주어진 3분마저 거의 끝나갈 무렵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면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하프라인 근처에서 길게 찔러준 볼을 왼쪽 측면에서 받은 박영근이 크로스를 올린 것을 달려들던 김석만이 왼발로 밀어넣으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또 한번 배종우 감독의 교체카드가 빛을 발한 셈.

  연장에 들어서도 양 팀은 한 골씩을 주고받으면서 치열한 공방전을 이어나갔다. 연장 전반 8분 류종찬이 길게 던져준 공을 중앙에 있던 박영근이 백헤딩으로 연결해 준 것을 이수민이 다시 머리로 골을 성공시키면서 대역전극을 연출하는 듯 했다.

  그러나 승부를 결정짓기에는 너무 일렀던 것일까? 채 7분이 지나지 않은 연장 전반 15분 정재윤이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성길이 페널티에어리어 정면에서 왼발로 골을 터뜨리며 안산이 한 골을 추가하면서 다시 승부의 균형을 맞췄다.

  연장 후반에서 서로 골을 뽑지 못한 두 팀은 결국 운명의 승부차기로 우승팀을 가리게 되었다.

  120분간 숨막힐 듯한 혈전을 벌였던 두 팀이지만 정작 승부차기에서는 너무나 쉽게 희비가 엇갈렸다.

  안산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대전의 수문장 강성일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기가 막힌 '선방쇼'를 연출했다.

  안산의 첫 번째 키커 이성길이 왼쪽 모서리로 강하게 찬 볼을 몸을 날리며 막아낸 강성일은 또다시 왼쪽을 겨냥한 조두일의 슈팅을 막아냈다.

  승부차기에서 두 번의 킥을 연속으로 막아내는 일은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볼 수 있는 일.

  하지만 강성일은 안산의 세 번째 키커 이광희가 오른쪽 모서리를 향해 찬 슈팅마저 막아내는 선방을 보이면서 승부차기에서 팀이 승리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수문장 강성일의 연이은 선방 속에 대전은 키커로 나선 조주영과 이수민, 정웅이 차례로 성공시키면서 단 세 명의 키커만이 슈팅을 했음에도 승리를 거머쥐었다.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연달아 막아내며 결승전 MVP에 오르는 등 이번 대회에서 계속된 선방으로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부터 계속해서 경기 MVP를 독식한 대전의 골키퍼 강성일이 대회 MVP에 선정되었고 6골을 득점한 강릉의 황성주는 득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