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중학 대회인 오룡기 대회 개막을 앞둔 충남축구협회는 초긴장 상황에 빠져 있었다. 허름한 사무실은 온통 전화가 불이 났고 경기에 참가하는 감독들이 찾아와 경기장 사정을 꼼꼼하게 묻기도 했다.

  유병수 충남축구협회 회장은 근심어린 얼굴이 완연했다. 대회에 투입할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장과 임원들이 사재를 털지 않고서는 대회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예산의 태부족인 궁색한 현실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에서 중학대회 중 가장 전통과 명성을 얻고 있는 오룡기가 이토록 절대적인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지만 사정을 알고나서는 이내 수긍이 갔다.

  오룡은 천안을 상징하는 고유명사로써 천안시만의 점유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해서 오룡기는 같은 충남 지역이라고 해도 타 도시에서 유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천안시의 주장이자 원칙이다. 대축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회를 최초로 승인하면서 천안시에서만 개최하도록 승인했기 때문에 타 도시에서 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견고한 입장이다.

  ‘부산 MBC대회’가 뇌리를 스쳤다. 김해에서 열리기 시작한 지가 벌써 몇 해던가. 오룡이라는 고유명사이기에 천안시에서만 개최되어야 한다면, 또 시가 오룡기를 천안의 붙박이 대회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예산과 행정지원도 당연히 뒤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오룡기와 유사한 규모의 전국대회를 유치한 타 도시들의 사정은 어떨까? 중학연맹전은 이미 3억원을 넘어 4억 문턱을 막 넘어서려 하고 있는 실정이며, 고교 대회도 약 50여개 팀이 출전하는 대회도 이미 1억원을 훨씬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정답은 아닐지라도 천안시의 재정적인 지원이 너무 미미하다는 점에서는 재고의 여지가 많다.
 
  천안시의 재정지원금은 총 7000만원. 오룡기에 투입되는 40여명의 전임 심판에 대한 심판비만 해도 약 5000만원 가량의 경비가 소요된다. 결국 남은 2000만원 가지고 대회를 치러야 하는셈이다.
 
  회장과 임원들이 사재를 톡톡 털지 않는다면 참가 팀들에게 물 한병 지원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봄에 열렸던 제주 칠십리배 대회가 주최 측의 냉대와 무관심속에서 치러지면서 지도자들의 강력한 항의와 비판에 직면하게 되고 칠십리배가 아닌 시베리아 대회라는 혹평을 들으며 내년 개최가 자칫 표류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궁금했다.
 
  사실 시의 재정 지원이라는 것은 지나쳐도 무리가 따르겠지만 예산 투입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대회가 잘 돌아가고 또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오룡기를 굳이 타 도로 넘기지 않아도 도내에서도 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나서는 도시들이 많다. 축구 친화도시로 최근 부상하고 있는 부여군도 그 중 하나이다. 천연잔디 구장을 8면이나 조성하는 열의를 보여 부여를 찾은 축구인들로부터 칭송을 듣고 있다.
 
  그런 부여군이었지만 막대한 예산을 쏟아 좋은 인프라를 조성하면서 군이 내걸었던 명분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결국 다양하게 조성한 인프라느 군민들의 혈세이고 그런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 조성한 경기자을 마냥 놀린다는 것은 예산의 낭비이자, 군수의 실정으로 이엊ㄹ 수도 있는 민원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안시는 타도는 물론이고 타 군의 대회 유치를 막고 있다는 것은 의아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충남 축구인들은 천안축구센터 때문에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천안축구센터는 당초 예상했던 총 공사비 약 500억원의 2.5배가 넘는 1500여억원을 이미 쏟아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자체에서 축구 한 종목에 이렇게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자한다는 것은 분명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런 구실로 오룡기 재정지원에 인색하다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잃어버리는 옹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더구나 천안축구센터 안에 충남추구협회으 사무실 입주가 어렵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는 것은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여론이 뜨겁다. 덧붙여 곧 오룡경기장이 철거된다는 사정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깝기만 하다.

  천안축구센터는 분명 시의 재산이겠으나 중부권 축구인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승화시켜야 그 존재 가치가 더욱 더 높아질 것이다. 더구나 센터 설립에 대축의 상당한 재정지원도 있었다는 분명한 사실을 감안한다면 센터 내에 협회 사무실을 제공하는 것으로 끝나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협회의 재정 독립의 구체적인 방안까지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오룡기가 그 전통과 명맥을 유지하면서 더 좋고 아름다운 대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축구인 분만이 아닐 천안시와 시민들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는 깨우침이 피부에 와 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