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뜻한 날씨-축구시즌 본격 시작! ‘그들만의 리그’ 열전 돌입
25년 전통과 역사, ‘최강 아마추어’ 강서구 화곡1동 축구팀
따뜻한 봄날이 다가오면서 운동복을 입고 운동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생활체육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축구도 마찬가지다. 이른 새벽시간부터 모여 '그들만의 리그'에 열중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해가 진 늦은 시간에도 경기장에 라이트를 켜고 '공차기'에 집중하는 마니아들이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새 마음 새 뜻으로 축구화 끈을 바짝 조여 매는 '동네축구의 달인'들의 눈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본격적인 축구시즌을 맞아 '가장 열기가 높은 동네축구‘로 각광을 받고 있는 생활체육 축구팀을 찾아 취재에 나섰다. 바로 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 1동 축구팀이 그 주인공이다.
* 동네축구의 힘
강서구는 동(洞) 중심으로 생활체육 축구팀들이 구성된 것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사실 요즘 생활체육 축구팀들은 지인들이 모여 거주지와 큰 상관없이 '클럽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강서구는 다르다. 생활체육으로 축구가 도입된 이후부터 줄곧 같은 동네의 주민들이 팀의 중심축을 잡아 왔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국축구연합회 최종업 이사(60)는 강서구 팀들에 대해 거침없이 '동네축구'라는 표현을 썼다. 흔히 말하는 '수준이 낮다'는 뜻의 동네축구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동네축구의 진정한 힘'이 강서구 생활체육 축구팀들의 가장 큰 매력이자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강서구에 총 20개 팀이 있다. 기본적으로 같은 동네의 주민들이 한 팀을 이룬다. 때문에 모든 팀들이 결속력이 좋고, 팀워크 또한 매우 뛰어나다. 생활체육의 가장 큰 의미는 스포츠를 통해서 심신을 단련하고, 사회적으로 단합을 도모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강서구 팀들은 훌륭한 생활체육 축구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종업 이사는 강서구 팀들 가운데서도 자신이 회장을 역임(16대) 했던 화곡 1동을 '최고의 팀'으로 주저 없이 뽑았다. 오랫동안 팀으로서 잘 단합되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고, 전통과 역사에서도 최고라는 설명이다. 그는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최길수 대한축구협회 고등연맹 부회장을 비롯해 김종혁 최연소 국제심판(27세) 등 화곡 1동에서 배출한 축구인들도 상당수다. 화곡 1동 축구팀은 분위기와 실력 면에서 모두 최상급이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 동네축구 최고의 명문
강서구의 20개 팀 가운데서 화곡 1동 축구팀은 전통과 역사에서 가장 화려하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1984년 60명의 적지 않은 인원으로 정식 창단한 화곡 1동 축구팀은 현재 110명이 소속되어 있는 대규모 축구팀이 되었다. 나이별 인원수의 밸런스도 잘 맞춰져 있다. 30대부터 60대까지 각 연령대에 20~30명의 회원들이 균형 있게 자리를 잡고 있다. 고 연령대로 갈수록 인원이 줄어드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모든 연령대에 인원이 고루 분산되어 있다.
올해 화곡 1동 축구팀을 새롭게 이끌게 된 임경우(42) 회장은 스스로를 '동네축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팀은 '동네축구'를 확실하게 실시하면서 생활체육의 의의를 더해가고 있다. 동네에서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공을 함께 차면서 더욱 친해지고 있다. 물론 마음이 통하다 보니 '팀워크'도 매우 좋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랫동안 회원으로 뛰면서 팀과 함께 하다가 올해 23대 회장이 된 임경우 씨는 화곡 1동 축구팀을 '즐거움 그 자체'라고 표현했다. 이웃사촌, 동네 형과 동생들이 모여 함께 축구를 하면서 즐거움은 배로 하고, 괴로움은 반으로 나눠 가진다는 것. 그는 이런 팀의 회장이 된 것을 '행운'이라고 강조하면서, 회장으로서 축구팀에 '즐거움'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네의 친구나 가족 같은 어른 및 동생들과 계속해서 축구를 함께 한다고 생각해보라. 우리 팀은 언제나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 회장이 되었다고 거창한 목표를 내세울 생각은 전혀 없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회원들이 항상 즐겁게 공을 차고 축구를 통해 더욱 친해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화곡 1동 축구팀 회원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미소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60대 월드컵이 있었다면...
인터뷰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을 때, 또 한 명의 화곡 1동 생활체육 축구팀 회장이 등장했다. 4대와 5대 회장을 연속해서 역임한 이상목 씨(64)가 가세한 것. 현재 전국축구연합회 경기부회장인 그는 화곡 1동 축구팀에 대한 칭찬에 열을 올리면서 찬사의 말을 이어갔다.
이상목 경기부회장의 이야기 가운데 가장 귀를 쫑긋 세우게 하는 것은 바로 강서구에 속해 있는 '60대 이상 회원들의 수준 높은 축구 실력'에 대한 이야기였다. 만약 60대 이상 월드컵이 열렸다면, 우승도 가능했었을 것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 그 만큼 60대 이상 노년층의 축구에 대한 열정과 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60대 회원들은 매주 구 전체적으로 따로 모여서 훈련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환갑을 넘긴 나이지만, 실력은 상당하다. 지속적으로 축구를 함께 하면서 체력과 기술을 갈고 닦아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70대 팀들이 따로 훈련할 곳이 생겨 화제가 되었다. 오는 7월부터 구 차원에서 만들고 있는 경기장에서 70대 회원들이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며 노년층의 축구 열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화곡 1동 축구팀이 정식으로 창단된 지 올해가 25년째. 이상목 경기부회장과 최종업 이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화곡 1동 축구팀에서 활동했고, 또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내는 한 목소리. "우리는 아직 뛸 수 있고, 뛰고 싶고, 잘 뛸 수 있다."
* 불타는 그라운드를 원한다
화곡 1동 축구팀의 전, 현 회장들에게 "생활체육 축구팀들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들은 곧바로 이구동성으로 "운동장이 더 필요하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화곡 1동을 비롯해 강서구의 팀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이 매우 높지만, 운동장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쉽다는 반응들이었다.
먼저 임영우 회장이 말을 꺼냈다. 그는 "회원들이 대부분 월정초등학교에서 훈련과 경기를 치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작다. 풋살구장보다 조금 큰 정도라 6~7명이 한 팀이 되어서 경기를 펼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주말 경기에 40명 정도가 참가하는데, 경기장이 작다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며 운동장 확보에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이어 최종업 회장은 "정식 경기가 아니면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좁은 운동장에서도 회원들이 정말 즐겁게 축구를 즐긴다. 하지만 더 좋은 조건이 마련된다면, 축구가 생활체육으로서 더욱 발전하지 않겠는가"라며 아쉬운 목소리를 드높였다.
축구는 국내에서 생활체육으로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폭을 더 넓혀 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열정에 상응하는 시설과 발전 계획 등은 아직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대한 열정을 펼칠 수 있도록, 운동장 확보와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생활체육 축구인들은 그들의 열정을 마음껏 발산할 ‘불타는 그라운드’를 원하고 있다.
* 생활체육이 진정한 스포츠다
"생활체육 축구 인구는 엘리트 체육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말 많다. 비록 실력은 뒤떨어지지만, 그들의 열정만은 '최고'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사회적인 관심도는 너무나도 떨어진다."
인터뷰 말미에 이상목 경기부회장이 단호한 어조로 말한 내용이다. 실제로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축구 사랑'을 실천하며 심신을 단련하고 있는 사람들이 3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주말이면 웬만한 학교 운동장은 축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찰 정도다. 이상목 경기부회장의 말처럼, 생활체육 축구의 뜨거운 열기에 비해 사회적으로 낮은 관심도와 홍보 부족이 진한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그는 끝으로 방송과 언론이 생활체육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국가대항전이나 프로 스포츠도 물론 중요하지만, 일상생활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인들의 생활체육에 대한 소식들이 꾸준하게 전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래야 스포츠의 진정한 의미가 새겨지면서, 스포츠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그라운드에 나서 고함을 지르며 공을 차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모습에서 '축구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승부에 얽매이지 않고 심신을 두루 단련할 수 있는 ‘생활체육’ 이야말로 진정한 스포츠다."
심재희 기자(shimjaehee@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