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선수 출신 장학생 - 하 얀 -
운동과 다른 진로 사이에서 고민을 하다가 많은 방황을 하고 있는 유망주들이 많은 이 때 대학 1학년 재학중에 축구를 그만두고 군 제대 후 뒤늦게 학업에 매진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미국 유명 대학에 편입한 하얀 씨(28)는 ‘축구선수도 공부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그 역시 운동을 그만 둔 이후 적지 않은 방황을 했었지만 오로지 축구인 특유의 끈기와 노력만으로 장학생에 선정되기도 했다.
본인의 표현대로 비록 ‘실패한 축구선수’였을지 몰라도 축구가 아닌 학업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그를 29일 서울 압구정동 모처에서 만나 얘기를 들었다.
Q. 축구를 그만두고 학업에 전념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 난 축구선수로써는 사실 실패한 사람이다. 부상으로 몸도 좋지 않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한양대 1학년 때 축구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전공과목마저 없어져서 그 후 3~4년간 방황을 했다.
풍생고 재학 시절 조관섭 선생님께서 ‘축구를 하면서도 공부에 대한 부분을 놓치지 말라’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나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Q. 학창시절에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기 때문에 시작이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되는데?
- 축구를 하면서 정규 수업을 거의 받지 못했기 때문에 수학 등 많은 과목에서 제대로 된 기초조차 없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 부족한 부분들을 따라잡기가 너무나 힘이 들었다.
하지만 축구인이라는 긍지와 의지, 체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하다보니까 공부만 해오던 친구들과의 격차를 많이 좁힐 수 있었다.
Q. 부상 말고도 운동을 그만 둔 다른 이유가 있었나?
- 축구인으로써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그렇게 좁은 길이 아닐 수 없었다’고 막연하게 생각이 됐다. 프로 선수가 되는 것 자체부터가 일단 너무 힘이 들고, 프로 선수가 되더라도 33~34세면 대부분 선수 생활을 마감해야 한다.
선수 생활 마치고 지도자의 길을 걸어야하는데 경기마다 스트레스를 받으시던 감독, 코치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축구가 ‘내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Q. 제대 후 다시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어려웠을텐데?
- 육군사관학교에서 생도들을 대상으로 축구를 가르치는 조교로 군복무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공부에 대해 큰 뜻이 없었는데 제대 후 ‘무엇을 하며 살까?’ 고민하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먼저 형이 공부를 하고 있던 미국으로 건너가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그 때서야 철이 든 것 같다.
Q. 낯선 곳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외로움도 많이 느꼈을 것 같은데?
- 클럽활동으로 축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극복할 수 있었다. 축구를 하다 보니 친구들도 많이 생겼고, 성격도 외향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Q. 한국에서는 올해부터 초, 중, 고 주말리그가 시행됐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왜 지금에서야 됐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미국 같은 경우에는 공부와 운동 모두 잘하는 사람으로 육성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다. 어느 정도 성적이 되지 않으면 운동부에 가입조차 할 수 없다.
이제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시행착오도 많고 많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Q. 전 과목 A학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성적을 관리하는 비결이 있는가?
- 비결이라고 할 것은 없다. ‘세상에 나보다 무식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는 것도 없었고, 효율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방법조차 모른다. 그저 체력만큼은 자신이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남들 두 시간 공부할 때 열두 시간 공부하는 것이다.
Q. 조관섭 총감독이 학창시절에 어떤 충고를 해줬는가?
- 선생님께서는 공부에 대한 끈을 놓지 않게 해주셨다. 선생님은 축구 이외에 내가 갈 수 있는 다른 길을 보게 해주신 분이다. 지금도 굉장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가끔 전화를 드리는데 통화 시간이 길지는 않지만 항상 나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으신다. 더 잘돼서 찾아뵙고 싶은 생각이 든다.
Q. 운동과 다른 진로 사이에서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 많은 후배들이 한 가지에만 치우치지 말고 시도조차 하기 전에 실패를 먼저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축구인의 자부심과 끈기를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 나는 ‘축구를 안했다면 과연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축구인들은 잠재력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목표를 확실 히 정하고 열심히 한다면 다른 진로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현재 학업을 계속 이어가는 입장이지만 최종 목표가 있다면?
-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기는 이르지만 현재 경영학도들이라면 누구나 꿈을 꾸는 뉴욕 비즈니스 스쿨과정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학업을 마치게 되면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맨하튼에서 일하고 싶기도 하고 스포츠마케팅이나 에이전트 일을 해보고 싶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