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교 캥거루스 박남열 감독 인터뷰
후반 막판 이장미 선수의 골이 터지는 순간, 답답했던 가슴이 뚫린 듯 박남열 감독은 두 손을 추켜들며 선수들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침착하게 다음 작전을 지시하는 등 남은 시간을 주시하며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올해 처음 여자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이지만 승부에서 만큼은 베테랑이었다.
WK리그 초대 챔프를 차지한 박 감독은“어려운 상황에서도 우승을 위해 똘똘 뭉쳐 최선을 다해 준 선수들 덕분에 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능력보다 선수들의 노력에 감사해 하며 선수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Q : 초대 챔프에 등극하셨다. 소감은?
# : 선수들이 너무나 잘 해줘서 우승할 수 있었다. 초반에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다소 힘든 경기를 펼쳤지만, 이번 경기가 마지막인 만큼 끝까지 집중해서 자신의 플레이를 했던 것이 주요한 것 같다.
전반을 마치고 선수들에게 힘든 상황에서도 견디고 서로를 의지하며 한몸이 되어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했고, 마지막까지 잘 따라줬다.
Q : 무승부만 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그 부분이 혹시 경기에 영향을 미쳤나?
# :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초반 현대가 너무나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우리의 경기를 펼치지 못한 것이지 무승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어려웠지만, 우리의 플레이를 한다면 분명히 골이 터질 것으로 생각했고, 다행히도 마지막에 기다렸던 골이 이장미 선수를 통해 나와서 우승할 수 있었다.
Q : 리그의 대장정이 끝이 났다. 어려웠던 순간이 있다면?
# : 리그 초반 2무를 하는 등 약간 부진하긴 했지만, 이후 계속 순항을 해서 특별한 고비는 없었다. 다만 챔피언전을 앞두고 치른 전국체전에서 전력상으로도 우리가 우세했고, 경기력에서도 우위를 보였는데도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패하면서 선수들 스스로 자신감을 잃을까 걱정했었다. 챔프전을 코앞에 두고 선수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고 강하게 끌고 나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 같다.
Q : WK리그부터 챔피언 결정전까지 한 시즌을 돌아보면?
# :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아졌고, 부상을 당해도 치료하고 준비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큰 것 같다.
하지만 한 시즌을 치르다 보니 선수층이 얇다는 점은 보강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는데, WK리그가 더욱 안정적으로 정착돼서 여자 축구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으면 한다.
Q : MVP를 차지한 이장미 선수와 쁘레치냐 선수를 평하자면?
# : 이장미 선수는 모든 면을 다 갖춘 훌륭한 선수다. 골 결정력, 패스, 경기를 보는 시야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훌륭한 선수다. 다만 우리 팀의 특성상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다 보니 포지션에 따른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이 안타깝다. 국가대표에서도 미드필드를 보는데 우리 팀에서는 필요한 부분을 다 커버하다 보니 공격수에 가서도 미드필더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등 혼란스러워 할 때
도 있지만, 한 시즌 동안 팀을 잘 이끌어줬다.
쁘레치냐 선수는 훌륭한 영입이라 생각한다. 선수들과의 호흡 면에서도 국내 무대에 대한 빠른 적응력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완벽한 선수다.
Q : 선수시절 우승경험이 있고, 감독이 돼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어느 쪽이 더 기쁜가?
# : 둘 다 기쁜 것에 대한 차이는 없다. 다만 감독으로서의 우승 경험이 처음이다 보니 더욱 기쁜 것 같다. 선수시절에는 내가 열심히 뛰어서 얻은 보답이었던 반면 감독은 시즌 동안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 그들이 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격려해주며 얻은 우승이기 때문에 뿌듯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Q : 올시즌의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내년 시즌을 계획은?
# : 디펜딩 챔프로서 내년 시즌도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확실한 공격수와 미드필더 등을 보강한다면 올 시즌보다 더 안정되고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에서 박희영 선수도 돌아오고, 기존 선수들도 더욱 성숙해졌으니 더 나아지지 않겠나(웃음)
아직 대교 축구가 추구하는 색깔이 확실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년 시즌에는 더욱 완성도 높은 대교 축구를 선보이도록 노력하겠다.
신석주 기자(vision007@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