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종, 회장 선거출마 전격 포기 선언


제51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강력하게 표명했던 강성종 (43) 경기도 축구협회장 겸 민주당 국회의원이 전격적으로 출마 포기를 선언했다.
 
  강 회장은 16일 신문로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의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축구협회의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선으로 치러졌던 각 산하 연맹 선거에서도 선거 제도를 둘러싼 잡음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파문과 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일부 낙선자가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 신청과 회장 직무정지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예고되어 있는 상황에서 협회장에 출마하겠다고 공언했던 강성종 경기도 협회 회장이 ‘협회 고위직에 있는 인사들이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다’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전격 사퇴하면서 자칫하면 축구협회는 큰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구나 야당소속의 현역 2선 국회의원이 협회 선거의 공정성과 불합리성을 강력하게 성토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협회의 위상에도 적지 않은 타격과 변화를 몰고 올 여지가 짙어 보인다.
 
  강 회장은 당초 출마를 공식선언하며 자신의 공약을 밝히고 대의원들에게 지지를 당부하려고 했던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회견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다소 무거운 표정을 지어보인 강 회장은 의자에 앉자 준비해 온 유인물을 배포했다.
 
  강 회장은 다소 상기된 안색으로 “눈이 와서 하늘빛이 회색이 되었는데 오늘 제 마음과 같다. 모든 일에는 앞으로 나서야 될 때가 있고 멈춰야 될 때가 있다. 항상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보다 마무리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고 첫 마디를 시작한 후 “저는 선거 출마 포기를 선언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대한축구협회의 선거제도와 경쟁 후보의 추천서 확보를 저지하기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횡포 앞에서 정정당당한 경선으로 ‘스포츠맨십’을 기대했던 것은 너무나 순진한 저의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강 회장은 “경선 과정을 중립적으로 관리, 감독해야 할 집행부 임원들이 저를 추천해 주기로 한 대의원들에게 후보 추천을 포기하라고 집요하게 압박하는 것은 후보 등록을 봉쇄하여 경선을 무산시키려는 비열한 책동이 아닐 수 없다”며 “허울뿐인 경선제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현 집행부의 탈법적 행태를 용인하는 것이므로 경선 중단과 출마 포기라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현 집행부에 유리하도록 선거 제도를 마음대로 만들고 뜯어고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불합리한 정관과 규정들을 하루 빨리 개정하고, 현직에 있는 협회 사무처 임직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는 잘못된 관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축구협회 선거제도와 행태가 존속되는 한 한국축구의 도약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강 회장의 질의 · 응답 내용

Q. 출마 포기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 16개 시·도를 돌면서 변화와 통합에 대해 대의원들의 뜨거운 욕구를 들었다. 그러나 협회의 경선제도가 굉장히 불공정하고 불합리하며 폐쇄적이다. 그래서 나를 지지해주시는 대의원 분들께 더 이상의 부담이 될 수 없었다. 선거 2주 전인 9일 이사회를 통해 선거 정관을 변경하고, 후보 등록 기간을 12일에서 16일까지로 제한한 뒤 그동안 받은 추천서를 인정하지 않고, 넘버링이 된 추천서(협회의 인준 하에 대의원이 보내준 추천서) 이외에는 인정할 수 없다는 폐쇄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정성을 지켜야 할 현 집행부에서 부회장단, 이사, 직원들이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현 집행부 출신인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을 하고 다니며 추천서를 받기도 했다.
 
  또 그동안 내가 추천서를 받았던 후보들에게 강압과 강요를 서슴치 않았다. 이런 체제하에서는 선거에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고, 이런 부정적인 행위 등에 대해 확실한 시정 요구를 하면서 내 스스로 출마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Q. 후보 등록에 필요한 대의원 2명의 추천서는 얻었나?

-  얻었다. 협회는 그 분들에게 끝없는 강요를 했다. 마지막까지도 저한테 강압과 강요를 해왔다. 폐쇄적인 극소수의 대의원들이 하는 투표이기 때문에 후보에 대한 검증제도 등 도 도입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후보의 정견이나 토론도 철저하게 봉쇄되어있다. 매사가 폐쇄적이다보니 야합, 단합, 밀실, 줄 세우기 등 구태의연한 모습으로 선거가 흐르고 있다. 모든 데에는 공정한 룰이 있고 법칙이 있지만 법칙과 룰과 상식에서 벗어난 이런 선거에서 나 스스로가 먼저 출마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축구협회가 다시 한 번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Q. 대의원들로부터 넘버링 된 추천서를 받았나?

- 그 전에 받은 것이다. 넘버링이 된 것도 연락하면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지역이 있다. 그렇지만 그 분들이 부담감을 느껴 심리적으로 불안해하고 어려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런 선거를 계속 이어간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추천서는 자발적으로 받는 것이지 조건부나 강압에 의해서 강요에 의해서 싹쓸이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협회가 조직적으로 인맥을 동원해서 (경쟁)후보들을 강압하고 추천서를 싹쓸이 하는 것이 통합과 변화와 화합을 얘기하는 축구협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나.
 
  정관 변경은 총회 인준을 받아야한다. 회장 선거만큼 중요한 정관의 변화가 이사회에서 다 끝낼 수 있고 총회 인준도 필요 없는 이런 선거 제도가 관행적으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큰 아픔을 주었다.

Q. 출마 포기로 끝나는 것인가?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인가?

-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지지한다는 것은 말할 수 없다. 투표 당일 세 명중 한 명은 무조건 당선이 되는데 난 당선되는 분께 “정말로 축구협회를 위해서 잘 부탁드린다”고 말하고 나머지 두 분에게는 “당락에 상관없이 인정하고 축구협회의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뒤에서 지원해주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다.
 
  두 분 중 한 분이 당선되겠지만 “축구협회에 발전을 위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폐쇄적이 아니라 열려있고, 국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축구협회가 될 수 있도록 해주시고 당선되지 못하신 분도 인정해주시고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세 명 중 가장 먼저 선거를 마무리하지만 누구의 편을 들 생각은 갖고 있지 않다. 축구발전을 위해서 축구인으로써 제 역할로 돌아가 저한테 주어진 기간 속에서 발전을 위해서 함께 협력할 것이다.

  강성종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친 후 “축구는 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며, 서로간의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하는 경기인 만큼, 신뢰받을 수 있는 협회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16년 동안 협회는 양적, 외적으로 많은 발전을 했지만 포스트 정몽준 시대에는 질적 발전과 내실의 발전이 필요하다. 두 분의 후보께서 말로만이 아닌 화합과 소통이 이루어져 누구나 함께 할 수 있고, 상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협회를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강 회장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회장 선거에 대한 정관은 작년 1월 17일 있었던 대의원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결정된 내용이며, 작년 11월 28일 열린 이사회에서 세부 규정만 통과됐을 뿐, 9일 있었던 이사회에서는 감사보고에 대한 내용만 다루어졌고, 그 자리에는 강 회장도 참석했다”며 전적으로 부인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