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지동원 나란히 한 골… 배재고에 신승
준우승만 두 번 차지하는데 그쳤던 명문 광양제철고가 마침내 대회 정상에 등극했다.
첫 경기에서 승부차기 끝에 일동고를 힘겹게 물리친 광양제철고는 이후 부평고와 서해고, 재현고, 강릉제일고 등과의 네 경기에서 13골을 넣는 동안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공수조화를 과시하며 4강에 올랐다.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불린 풍생고와의 4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2:1 신승을 거두며 2000년과 2005년에 이어 세 번째로 대회 결승무대를 밟은 광양제철고는 3일 삼척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제64회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난적 배재고를 상대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친 끝에 연장 후반 나란히 골을 뽑아낸 이종호와 지동원의 활약을 앞세워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반 중반까지 박성광과 금교진의 측면돌파를 앞세운 배재고의 날카로운 속공에 밀려 어려운 경기를 풀어나가던 광양제철고는 전반 20분 이후 주도권을 장악한 채 이종호, 지동원, 오영준, 신원탁, 조연선 등이 번갈아 슈팅을 시도하며 배재고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좀처럼 골을 뽑아내지 못하며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후반 7분 수비의 볼을 가로챈 박성광에게 날카로운 슈팅을 허용한 광양제철고는 이내 전력을 가다듬고 다시 공격에 나섰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후반 25분이 넘어서면서 수비에 치중하던 배재고가 다시 공격에 나섰다. 배재고는 후반 26분 광양제철고 진영 한복판에서 얻은 프리킥을 금교진이 직접 때린 슈팅과 공격에 깊이 가담한 정호영의 중거리 슛이 골문을 벗어나면서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배재고는 주도권을 잡고 우세한 경기를 펼치면서도 마지막 패스가 부정확한 모습을 노출했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광양제철고는 후반 막판 다시 공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끝내 골을 뽑아내지 못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연장에 접어들면서 광양제철고는 이종호를 앞세워 더욱 위력적인 공격을 뽐냈다. 연장 전반 1분 프리킥 상황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이종호가 머리에 맞혀봤지만 빗맞으면서 기회를 놓친 광양제철고는 5분 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이호석이 찔러준 볼을 이종호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 옆 그물을 때렸다.
곧바로 반격기회를 맞은 배재고는 오른쪽 페널티에어리어 모서리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박승우가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넘기며 기회를 무산시켰다.
광양제철고는 연장 전반이 끝나기 직전에도 오른쪽 코너킥을 김용손이 올려준 것을 이종호가 헤딩으로 연결한 것이 골대를 살짝 넘겼다.
광양제철고의 우세 속에 0의 균형을 이루던 경기는 연장 후반 들어 급격하게 광양제철고 쪽으로 기울어졌다.
연장 후반 4분 오른쪽에서 얻은 코너킥을 김용손이 올려준 크로스를 반대편 골문에 있던 이종호가 헤딩으로 연결시키며 마침내 첫 골을 뽑아냈다.
선제골을 내준 배재고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배재고는 연장 후반 6분 박성광이 오른쪽 측면에서 땅볼로 연결한 볼을 금교진이 헛발질하며 뒤로 흘린 것을 손재영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때린 슈팅이 광양제철고 골키퍼 김재성의 선방에 막혔다.
위기를 넘긴 광양제철고는 바로 1분 후 상대 진영에서 수비수의 볼을 가로챈 지동원이 수비수 두 명을 순식간에 제치고 골문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해 배재고 골문 왼쪽을 꿰뚫는 쐐기골을 성공시키며 그제서야 우승을 확정지었다.
8강전과 4강전에서 연달아 중동고와 수도전공을 상대로 득점없이 비긴 채 승부차기 끝에 승리를 거두는 등 승운이 따르면서 결승까지 진출, 1948년 3회 대회 이후 61년 만에 우승을 노린 배재고는 거함 광양제철고를 상대로 막판까지 잘 버텼지만 결국 이종호와 지동원을 마지막 순간 놓치면서 아쉬운 눈물을 흘렸다.
이 날 경기에서 쐐기골을 터트린 지동원은 총 8골을 이번 대회에 집중시켜 득점왕에 올라 ‘고교 최고 골잡이’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한편, 결승전이 벌어진 이 날 삼척종합운동장에는 휴가철을 맞아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 등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전을 벌였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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