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 구분 없이 한 가지 목표에 매진
프로구단의 다양한 지원과 투자가 절실

동국대(총장 김희옥)가 올해 대학 축구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맹장 김종필 감독이 이끄는 동국대는 올해 U리그에서 3위를 차지했고 태백 대학선수권대회에서는 2년 연속 우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하면서 강자의 면모를 여지없이 과시하며 올해 대학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국대는 올해 참가한 각종 전국대회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다. 또한 전국체전에서는 동메달을 움켜쥐었다.

울산 학성중과 대축 청소년 전임지도자를 거쳐 (주)신우전자 감독을 역임한 김종필 감독은 모교인 동국대로 돌아오면서 전임 김용해 감독의 뒤를 이어 지휘봉을 잡은 이래 파죽지세로 대학 무대를 휩쓸고 있는 것이다.

동국대는 전 국가대표 안효연 이후 대표 급 선수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명문의 맥이 끓기는 듯 했으나 김진현 (일본 세레소오사카 GK) 등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를 배출하면서 예전의 화려한 명성을 되찾고 있다.

김진현 등은 김용해 전임 감독이 스카우트한 선수들이기는 하지만 현재 동국대 재학생들 중에는 대어급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올해 동국대의 스카우트는 거의 풍작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청소년 대표선수가 3명이나 포진해 있다.

올해 동국대 스카우트의 결실을 감안하면 팀 칼라가 더욱 공격적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신입생 거의가 공격적인 팀 칼라의 선봉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김종필 감독은 동국대의 칼라를 ‘싸움 닭’ 이라고 강조한다. 매 경기 어느 팀을 만나더라도 수비를 하는 경우에도 항상 기습 공격을 염두에 둔 수비 전술을 시행한다고 강조한다.

공격을 당한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기습을 생각하지 않는 팀은 없겠지만 동국대는 상대 공격수들을 특정 지역으로 몰아가면서 기습을 감행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어 김 감독의 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김 감독은 운동 시간의 50%를 공의 컨트롤 연마에 집중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어떤 경우에서 든 공을 자기 팀으로 만들 경우 동료 공격수에게 연결하는 시스템에 중점을 둔 훈련을 시행하는 것이다.

올해 동국대는 창단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으나 김종필 감독은 전혀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아쉽다는 안색이 더 강하다. 김종필 감독에게 내년 구상을 들어봤다.

Q. 올해 대학 축구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뒀는데? 
- 고맙다.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사실이나 내용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었다는 것이 기록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국대를 결승 문턱에서 이긴 팀이 다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을 되돌아보니 아쉬움이 더 커진다. 홍익대와 아주대가 동국대에 승리한 후 우승을 차지한 것에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다.

Q. 기나긴 지도자 수업을 받았는데 한국 대학 축구의 현실을 평가한다면?
- 처음 모교 감독으로 오면서 대학 축구계는 좀 편할 줄 알았다. 그러나 대학 축구는 전쟁터라는 것이 솔직한 현재의 심정이다. 문턱만 넘어서면 전쟁터다.

대학은 프로를 지향하는 유망 선수들의 대기실이다. 그러나 프로 현실의 벽이 너무 높고 난해하다. 프로의 현실 인식이 뒤떨어진다. 프로 선수의 최대 공급처인 대학을 너무 홀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대부분의 대학 감독들이 공유하고 있다.

사실 대학에서 좋은 선수를 육성하기위해서는 프로의 다양한 지원과 투자가 절실하다. 프로가 대학으로 부터 좋은 선수를 공급받겠다면 대학에서 일정 기간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마땅하다.

재정 지원도 별로 없고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대학에서 심혈을 기울인 선수를 빼가려고 만 한다면 대학에서 축구부를 유지할 이유가 무엇인가.

프로에서 시행하는 드래프트를 좋다 나쁘다 하기 이전에 과연 선수들의 몸값을 턱없이 올린 집단이 누구인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국내 유망주와 용병 간의 몸값 격차를 보면 프로가 아마추어를 얼마나 업신여기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해 타 스포츠 종목을 들먹이고 싶지는 않지만 ‘샐러리 캡’ 제도라도 도입해서 용병에 대한 지출의 일정 부분을 아마추어 육성으로 돌려야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김종필 동국대 감독은 팀 연습 시간에 경기장을 떠난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일부 대학 감독들이 팀 운동 시간에 뒷짐만 지고 경기장을 서성이거나 연습 시간에 골프장에 가 있는 지도자들이 태반인 현실과는 전혀 다르게 운동 시간 내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제대로 알려면 연습 시간에 결장할 수 없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여 반문한다.

 김 감독은 현대 축구를 논하면서 ‘수비와 공격이 따로 없다’고 규정했다. 그것과 차원은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위해서는 감독과 선수의 구분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운동시간에 감독과 선수가 혼연일체가 되어야 경기장에 섰을 때 그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김종필 감독의 지도 철학의 핵심인 셈이다.

올해 대학 무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동국대. 그 이유를 이 한마디에서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김영근 기자
사진=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