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인 감독, 취임 20개월 만에 여기에도 명장이 있소 선언
광운대가 10일 오후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9회 전국체전 서울시 예선에서 동국대를 2 : 0 으로 일축하고 전국체전 서울시대학 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광운대 오승인(43) 감독은 이로서 지난 봄 양구에서 열린 대학 춘계연맹전 우승에 이어 서울시 전국체전 예선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모교를 대학축구의 명문으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반석을 쌓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오승인 감독은 박승옥(OB축구회수석부회장) 전 감독의 애제자이며, 이런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면서 감독 취임 20개월 만에 모교를 대학축구정상으로 견인하는 놀라운 지도력을 선보인 것이다.
전국체전 예선 결승경기가 벌어지기 직전에 전국체전 동국대의 참가 자격을 놓고 뜨거운 논란이 벌어지며 약 10여 분 간 경기가 지연됐다.
동국대는 대학연맹으로부터 ‘팀 자격정지 3개월’과 ‘감독 1년간 자격정지‘와 ’모 선수 6개월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받았으며, 공교롭게도 그 징계에 대한 통보를 대학연맹이 10일 오전에 대축에 통보한 시점과 일치하면서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동국대의 징계는 10일 오전부터 그 효력이 발생하는 미묘한 시점이었다.
광운대 고위 관계자는 ‘대축의 유권해석을 받은 후 경기에 들어가라’고 오 감독에게 강력하게 지시를 했고, 서울시축구협회는 대축의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대축으로부터 ‘참가 자격에 문제가 없다’는 통보를 받긴 했으나 논란의 여지는 충분하게 남아 있는 상황.
사실 동국대 측이 대학연맹이 내린 팀 징계에 대해 재심을 요청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이었으나 징계 발생일이 딱 맞아 떨어지면서 논란이 일어날 수 밖 에 없었던 것이다.
광운대 입장에서는 징계 기간 중인 팀과 경기를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란을 잠재운 것은 광운대 오승인 감독의 젊은이다운 패기이자 결단이었다. 오승인 감독은 대학 고위관계자에게 ‘징계에 대한 유권해석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축구인들 간의 믿음과 신뢰가 아니겠느냐’며 고위 관계자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결국 결승 경기는 2시13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결승 경기가 열리는 목동구장에는 광운대 박승옥(전 광운대 교수) OB축구 부회장이 나와 오승인 감독을 응원했다. 박 부회장은 ‘강기욱 전 감독 밑에서 모교를 위해 2년간 무보수 코치로 봉사를 할 정도로 의리가 있고, 모교에 대한 애정이 강하면서도 예의가 올바른 제자이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오승인 감독이 취임하면서 광운대의 전력이 눈에 띄게 급상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강기욱 전 감독이 팀을 맡아 이끌 당시에도 광운대가 약체 팀은 아니었지만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중위권에 머물었던 것이 실상이었다.
강기욱 감독이 ‘프리미어 리거’ 설기현을 배출해 내기는 했지만 팀 성적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으며 전국대회 4강에 단 한번 든 것이 유일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오승인 감독이 취임하면서부터 광운대는 크게 달라졌다. 먼저 팀 분위기가 일신됐고 코칭 스탭과 선수들의 벽이 사라졌으며 선수들의 표정이 눈에 환해졌다.
팀 칼라도 분명해졌다. 경기 패턴이 크게 달라졌으며 종전의 장신 군단 일색의 선수구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강기욱 전 감독이 추구했던 힘을 앞세운 공격 패턴은 세밀한 패스 위주의 정교한 축구로, 장신 공격수를 중앙에 놓고 문전에 집중 투입하던 외곽 크로스 중심의 공격 스타일은 월 패스을 위주로 한 패싱 중심의 세밀한 경기패턴으로 변모했다.
동국대와의 경기에서 광운대 변화는 한눈에 나타났다. 사실 선수 개개인의 특징과 개인 능력만을 놓고 보면 동국대가 약간 앞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광운대는 상대 수비수가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릴 정도로 빠르고 지능적이며 공간을 이용하여 상대 수비수를 돌파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특히 광운대 1학년 생 스트라이커 정승민(강릉농공고 졸)의 활약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광운대 공격의 핵으로 솟아오른 정승민은 절대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으며 선배들과의 호홉도 좋았다. 다만 문제를 한 가지 꼭 지적한다면 결정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슛하는 순간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임펙트 순간에 공만 바라본다는 보는 점이 눈에 거슬렸다.
특히 정승민의 수비 가담능력이 매우 좋다는 점은 설기현을 배출한 광운대의 전통을 그대로 쏙 빼닮았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광운대 경기력의 특징은 전. 후반 경기력이 리듬도 활동도 일정하게 유지했다는 점이다. 수비 상황에서 공격으로 연결되는 조인트 플레이도 탁월했고 중앙 공격의 리듬도 좋았다.
사이드 공격수가 공간을 먼저 점령하고, 상대 수비수가 사이드로 자리를 옮기려는 생각을 못할 정도로 중앙공격수들의 움직임이 왕성했고, 또 사이드에서 중앙에 투입 된 공에 대한 활용성이 뛰어났으며, 특히 공간을 가로지르는 좌우, 중앙을 가리지 않고 침투되는 스루 패싱은 상대 수비수들을 크게 혼란시켰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플레이는 리턴 패스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력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광운대의 리턴은 상대 수비수를 잠시 회피하는 수단이 아니었다는 것이 큰 장점이자 신무기로 나타났다.
현 국가대표팀의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는 ‘그라운드의 모든 선수들을 맥 빠지게 하는 후퇴성 리턴패스’ 와는 그 효용성도 차원도 아주 달랐다.
광운대가 결승전에서 뽑아낸 골은 2골에 불과했지만 동국대 수비수들이 결정적으로 아찔하게 실수한 장면은 7번에 이르렀다. 따지고 보면 수비수들의 실수가 아니라 그만큼 광운대 선수들의 움직임이 능동적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광운대 공격진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결정력 부분은 눈의 가시 같은 부분이었다. 광운대가 더 좋은 팀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할 것이며 이것이 오승인 감독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분석도 나왔다.
광운대의 우승은 절대 우연이 아니었다. 덧붙여 또 한명의 유능한 젊은 감독을 발굴했다는 점도 빼놓을 수없는 희망적인 조짐이다.
광운대가 전국체전 서울시대표로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사실 광운대의 경기력은 중위권에 있긴 했으나 체전대표를 따낼 수 있는 전력은 아니었다.
오승인 감독의 취임 이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또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암시한다. 능력 있는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인인가를 다시금 반추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오 감독은 ‘지도자이기 이전에 축구선배로서, 또 동문으로서 선수들과 모든 부분에 동감과 이해를 같이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일시적인 성적에 집착하는 지도자이기보다는 좋은 선수를 더 많이 육성하고 또 모교를 사랑하고 모교의 명예를 드높일 수 있는 선수를 육성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광운대의 현 전력을 보면 다가오는 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서울시축구협회 변일우 전무는 ‘젊고 유능하며 성실한 지도자가 이끄는 광운대가 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전폭적으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고 강조했다.
- 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