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동의 둔촌 중(교장. 김군배)은 고교 감독들로부터 ‘별난 축구부’ 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당연하게 이강옥 감독도 비슷한 별명을 듣고 있으며 내일의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인재 산실의 교장’ 쯤으로 불린다.
이강옥 감독을 쭉 지켜보면서 학원 축구계에 진정한 지도자상이 어떤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성적 만능제일주의로 치닫고 있는 풍토를 반추해볼 때 미래를 위한 지도자상을 어떻게 평가하고 육성. 지원해야 하는지는 깊이 고민해봐야 할 같다.
둔촌 중은 지난 2005년 이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국대회에 참가해서도 고작 해봐야 예선통과이거나 16강 문턱에서 보따리는 싸야하는 성적 등이 고작이다.
그러나 배출하는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전혀 딴판이다. 이강옥 감독이 배출한 유망주들은 수두룩하다.
먼저 19세 청소년대표선수였던 유병수(홍익대)와 최성근(언남고) 등은 차세대 대표선수로 평가되는 유망주들이다.
이 감독은 거의 매년 청소년대표선수를 꼭 탄생시켰으며 올해도 그런 여지없이 전통을 이었다. 중학축구 최고의 GK라는 평가는 듣는 대어 엄문기를 또 배출해냈다.
엄문기는 현재 15세 대표선수. 신장 186Cm의 장신이면서도 스피드는 필드선수를 능가하고 발재간도 뛰어난 만능 엔터테이먼트 형의 선수다. 천안 오룡기에서 만난 엄문기는 1cm가 더 컸다고 수줍은 듯 말했다.
이승희 15세 코치는 엄문기에 대해 ‘차세대 한국축구의 수문장으로 성장할 대어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엄문기 선수를 스카우트하기위해 전국의 고교 클럽 팀 스카우터들은 둔촌 중으로 끝없이 몰려들었다. 이 감독은 마음 놓고 핸드폰을 켤 수 없을 정도였다고 엄살을 떨었다. 계속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수업 준비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엄 선수를 스카우트하기위한 당근책인 지원금도 당연하게 천정부지로 뛰었다. 모 팀에서는 프로 1순위를 능가하는 지원금을 제시했다. 또 다른 수도권 팀에서는 둔춘 중의 3년치 훈련지를 제시하면서 집요한 유혹의 손길을 뻗쳤다.
이강옥 감독은 엄문기의 진로 때문에 모교(서울체고)와 축구계 지인들로부터 이렇게 저렇게 오해를 받고 상당하게 시달렸으나 끝내 풍생고로 방향을 잡았다.
이 감독과 조관섭 감독과의 인연은 매우 깊다, 동향선배기도 하지만 평소 존경하는 축구 선배이기에 단호하게 풍생고로의 진학을 결정했다.
실제적으로 공립학교인 둔춘 중은 재정이 매우 궁핍하고 척박해서 이 감독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내년이면 교직 순환근무로 인해 학교를 옮겨야 하는 처지이기에 좋은 재정형편을 만들어 놓고 후배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참이나 망설였다.
그러나 팀을 이어받을 정윤기 코치가 이런 스승의 의지를 읽고 엄문기의 풍생고 진학에 전폭적으로 동의하면서 이 감독은 심적 부담도 덜게 되며 결단이 더욱 빨라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엄문기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곳이 풍생고이고, 또 제자의 장래를 위해인성이 좋은 것으로 축구계의 평이 자자한 조관섭 선배에게 보내야 한다는 판단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학원축구에서 좋은 선수가 있어야 감독이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거의 정설. 그러나 이강옥 감독은 또 다른 경험에 몸을 떨다. 특히 유망주로 평가되는 제자의 진로 문제로 학연에 얽힌 동료나 선. 후배 사이에 벌어지는 갖가지 해프닝과 근거 없는 구설수 등에 시달리고 보니 ‘유망주가 꼭 보배만은 아닌 것 같다’ 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오룡기 예선에서 참패를 해 보따리는 싼 패장답지 않게 해맑은 웃음을 보인 이강옥 감독은 ‘크게 질수록 선수의 인성은 더 잘 다듬어 지고, 승부욕도 더욱 깊어지는 것 같다’면서 경기를 마치고 인사를 하러온 엄문기에게 ‘2골이나 먹었어, 골 많이 먹어서 배부르지’ 하고 놀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제자의 어깨를 뜨겁게 포옹했다.
한사람의 지도자가 우리 축구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둔촌 중의 이강옥 감독은 몸으로 또 진솔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천안에서 - 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