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부차기 끝에 부경고 눌러 정상
승부차기의 묘미를 만끽하며 기적 같은 우승을 차지한 백암고(이하 백암)가 다시 한 번 백운기의 패권을 차지했다.
백암은 지난달 28일 광양 공설 운동장에서 벌어진 제11회 백운기 전국고등학교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부경고(이하 부경)를 맞아 전.후반 80분과 연장전 20분 동안 득점 없이 마치고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 끝에 4대3의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명실상부한 백운기 절대강자임을 확인했다.
경기는 초반부터 '부경은 공격, 백암은 수비'라는 극명한 경기스타일을 보였다. 백암은 10명이 수비에 치중하고 오로지 김경지 선수 만을 공격에 내세우며 수비를 두텁게 해, 부경의 공세에 대비한 모습이었다.
이날 백암이 내세운 작전에 적잖게 당황한 부경은 중원에서 볼을 돌리며 간간이 기회를 노렸지만 좀처럼 공격을 풀어가지 못했고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전반에 별 다른 소득 없이 끝낸 부경은 후반에는 더욱 세차게 공격에 열을 올렸지만, 오히려 백암의 역습에 실점할 뻔 하는 등 불안한 경기운영을 했다.
백암은 후반 17분에 나온 긴 패스 한 번에 일대일 상황을 만들며 득점에 가까운 기회를 잡았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경기는 부경의 의미없는 공격만 줄기차게 이어져갔다, 결국 양팀은 득점없이 전.후반 80분을 소화했고, 연장전에 돌입했다.
소득없이 공격에서 힘을 뺀 부경이나 수비하면서 지친 백암, 모두 연장전에선 체력적인 한계를 보이며 시간만 흐르길 바라는 듯, 승부차기를 준비하는 것처럼 비췄다. 양팀의 바람대로 연장전도 득점 없이 끝나며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지루했던 경기를 지켜본 관중은 그래도 마지막까지 응원구호를 외치며 우승을 기원했다.
이날 연장전까지 득점이 없던 답답했던 경기는 승부차기 하나로 모두 보상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바로 '러시아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서 가장 극적인 결과를 만든 것이다.
먼저 선축에 나선 부경이 세 명의 선수가 차례로 성공한 반면, 백암은 세 명 중 단 한 명만 성공하며 3:1로, 백암은 부경 한 명의 선수만 성공해도 우승이 확정되는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몰렸다.
운명의 장난인 듯 부경의 네 번째 키커로 나선 조원득이 찬 공이 골대 옆을 스치며 밖으로 나갔고, 백암의 추격의 여지를 심어줬다. 그때도 백암의 우승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왜냐면 백암의 4번째 키커가 득점하며 3:2로 따라붙지만 부경의 다섯 번째 키커가 성공하면 모든 게 끝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승리의 여신은 부경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다섯 번째 키커인 김용진의 슛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면서 백암의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고, 이후 백암이 성공하면서 쉽게 끝날 것 같던 경기가 누가 이길지 모르는 흥미로운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부경은 여섯 번째 키커마저 실축하며, 스스로 무너졌고, 백암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김경지가 성공하며 경기의 종지부를 찍었다. 결국 백암이 기적 같은 4:3의 역전승을 연출하며 백운기를 손에 거머쥐었다.
부경은 다 이긴 경기서 마지막 3명의 선수가 연이어 실축하며, 우승을 백암에게 헌납한 꼴이 됐다.
백암의 김경지 선수는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서 우승을 확정 지었고, 대회 최우수 선수는 물론 득점상까지 차지하는 등 이번 대회의 주연이 됐다.
백암은 백운기에서만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백운기에 다섯 번 출전한 백암은 네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백운기의 절대강자로 군림하게 됐다.
신석주 기자 (vision007@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