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조촌초 승부차기 끝에 초등부 정상 등극
금석배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신흥강호 정명고가 무서운 기세의 홈팀 군산제일고 마저 집어삼키고 우승을 차지하며 4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정명고는 지난달 28일 월명종합경기장에서 벌어진 2009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 고등부 결승전에서 전반에만 세 골을 뽑아내며 3대1로 군산제일고에 승리를 거두고 처음 출전한 금석배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달 26일 벌어진 4강전에서 명문 한양공고와 이리고를 물리치고 결승 무대에 오른 정명고와 군산제일고(이하 제일고) 두 팀의 대결은 접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일찍 승부가 갈렸다.
토요일에 결승전이 열린데다 경기장에서 바로 지척에 있는 지역 팀 제일고가 결승에 오르면서 경기가 벌어진 월명종합경기장은 경기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수많은 관중이 들어차 있었다.
본부석 맞은편을 그득하게 채운 제일고 동문들은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징과 꽹과리 등을 동원해 결승 무대에 오른 후배들을 열렬하게 응원했다.
홈팬들의 일방적이다시피한 응원 속에 시작된 경기는 중반으로 넘어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슈팅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한동안 이어지는 듯 싶었지만 균형은 오래지않아 깨지고 말았다.
기선을 제압한 팀은 상대를 향한 일방적인 응원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축되지 않은 모습을 보인 정명고였다. 정명고는 모처럼 공격 기회를 잡은 전반 26분 흘러나온 볼을 페널티에어리어 밖에 있던 이상원이 왼발로 그대로 슈팅을 시도한 것이 그대로 골 망을 갈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제일고는 실점 직후 성수곤과 주광선의 슈팅으로 바로 반격을 해봤지만 무위에 그쳤고, 패스 연결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등 전열이 급격하게 틀어지는 모습을 보이며 주도권을 정명고에 내주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경기를 펼치던 정명고는 후반 35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제승이 올려준 볼이 바운드 된 것을 조대건이 골로 연결하면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두 골을 뽑아내며 완벽히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한 정명고는 전반 종료 직전 이우빈이 찬 볼을 잡은 임진욱이 논스톱 슈팅으로 또다시 골을 뽑아내며 순식간에 점수 차를 세 골 차로 벌리는 데 성공했다. 한양공고와의 4강전에서 세 골을 뽑아냈던 정명고의 막강 화력이 다시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하프타임을 통해 전열을 정비한 제일고는 후반 시작과 함께 나온 주광선의 슈팅과 후반 5분 성수곤의 헤딩슛으로 거센 반격에 나섰다. 계속 위협적인 공격을 펼치던 제일고는 후반 6분 이리고와의 4강전에서 혼자 두 골을 넣으며 팀을 결승에 올린 주광선이 박수용이 찔러준 볼을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받아 한 차례 컨트롤 한 후 왼발로 골을 뽑아냈다.
전반에만 세 골을 내주는 동안 잠잠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제일고 응원단도 그제서야 다시 응원을 재개했다.
제일고의 일격에 허를 찔린 정명고는 이후 수비에 역점을 두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주광선의 골로 추격에 불을 댕긴 제일고는 후반 10분과 13분 성수곤과 주광선이 슈팅을 시도해봤지만 이미 두텁게 쌓인 정명고의 수비벽을 쉽사리 넘지 못했다.
정명고의 수비에 막혀 20여 분간 이렇다 할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며 아까운 시간을 보내던 제일고는 후반 31분 경기 내내 잠잠하던 김동환의 슈팅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골로 연결되지 않았고, 4분 뒤인 후반 35분에도 김동환의 슈팅이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결정적인 찬스를 번번히 살리지 못한 제일고는 정명고의 역습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후반 내내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던 정명고는 후반 36분 제일고의 볼을 가로채 순식간에 역습을 전개했고, 발빠른 조대건이 왼발로 슈팅까지 연결해봤지만 추가 골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겨우 한 숨을 돌린 제일고는 다시 공격을 재개하는 듯 싶었지만 후반 38분 장민채가 상대 수비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볼과는 상관없이 거친 파울을 해 퇴장을 당하면서 추격의 여지를 완전히 상실하고 말았다.
결국 경기는 정명고의 승리로 끝이 나면서 양 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처음 출전한 금석배에서 정상을 차지한 정명고는 2005년 10월 벌어진 무학기 이후 4년 만에 우승의 기쁨을 누린 반면 10년 만에 전국대회 정상에 도전한 제일고는 아쉽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같은 날 수송근린공원에서 벌어진 초등부 결승전에서는 전북조촌초(이하 조촌초)가 전남해남동초(이하 해남동초)를 승부차기 끝에 힘겹게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전, 후반 50분 동안 득점 없이 팽팽히 맞선 두 팀은 10분 간의 연장에서도 끝내 골을 뽑아내지 못하고 결국 운명의 승부차기를 맞이한 결과 조촌초가 6대5로 승리를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양 팀에서 각각 8명씩의 키커가 나선 두 팀의 승부차기는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드라마처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기 충분했다.
양 팀 모두 첫 번째 키커와 두 번째 키커가 성공시키며 2대2로 맞선 상황에서 조촌초의 세 번째 키커로 나선 문주영의 슈팅이 힘없이 해남동초 골키퍼 김영준의 품에 안기면서 드라마는 시작되었다.
해남동초는 세 번째 키커로 나선 김충호와 네 번째 키커로 나선 라홍현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4대3으로 앞선 채 다섯 번째 키커의 순서를 남겨두고 있었다.
조촌초의 키커로 나선 임영욱의 슈팅이 아슬아슬하게 골로 이어지면서 4대4 동점상황을 이뤘지만 여전히 해남동초가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언종이 오른발로 시도한 슈팅이 생각지도 않게 골포스트 왼쪽으로 빗나가면서 서바이벌 승부로 이어졌다.
조촌초 여섯 번째로 나선 조인호가 슈팅하기 무섭게 해남동초 골키퍼 김영준이 왼쪽으로 몸을 날려 막아내면서 해남동초가 다시 유리한 고지를 밟게 됐지만 윤건이 왼발로 찬 슈팅이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한참 비껴가면서 승부가 계속 이어졌다.
두 팀 모두 일곱 번째 키커가 성공한 가운데 승부는 결국 여덟 번째 키커의 순서에서 갈리고 말았다. 조촌초 키커 윤서호가 침착하게 성공시킨 후 해남동초의 키커로 나선 장우석의 발끝을 떠난 볼이 골키퍼 정면으로 날아가는 듯 싶더니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면서 드라마 같은 승부의 마침표가 찍어졌다.
승부가 결정되면서 경기장은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변했다. 힘들게 우승을 차지한 조촌초 선수들은 기쁨에 겨운 눈물을 흘렸고, 승부차기에서 두 번이나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잡고도 결국 패하며 준우승에 그친 해남동초 선수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부임 9개월 만에 조촌초를 정상에 올려놓은 안대현 감독도 우승이 오랜 동안 믿기지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편 이날 초등부 결승이 벌어진 수송근린공원에도 주말을 맞아 많은 학부모들과 관계자들이 경기장을 찾아 성황을 이뤘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