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재흠(연세대 감독) 감독이 다시 축구화 끈을 조여 맸다. 정기전 대패의 악몽도 말끔하게 씻었다. 특히 사임을 마음먹고 사표를 던졌던 매우 예민하고 처절한 시기에 보여준 동문들의 눈물겨운 지지와 성원은 오히려 채찍질로 다가서고 있다.
신 감독은 ‘모교에서 휘슬을 잡으며 적자생존의 법칙을 한시도 잊은 적은 없었지만 축구인의 한사람으로 또는 지도자로서 혹시라도 소홀한 점은 없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목소리에서 촉촉함이 흠뻑 배어난 것은 예사로운 대목이 아니다.
사실 연대 출신 축구인들의 성향은 독립군에 가깝다. 특히 고대와 비교해 볼 때 집단적인 성향과 단결력은 매사가 수준 미달이다 해서 독립군들이라는 혹평도 받고 있다. 흔히 한국 축구를 연 · 고대 출신들이 다 말아먹는다는 말을 듣고 있으면서도 막상 연대 출신들은 항상 들러리에 불과한 것이 실제적인 상황이며 협회 요직은커녕 거의 변방에 소수가 머무르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러나 신 감독의 사임설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독립군들의 성향이 확 달라졌다. 신 감독 사임 이후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 평가되던 젊은 지도자 다수가 신 감독의 사표 반려를 거들고 나섰고,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해 모교에 로비를 벌이기보다는 신 감독의 연임을 탄원하는 이적(?) 행위까지 마다하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차기 연세대 감독 우선순위로 손꼽히던 모 고교 지도자의 명쾌한 행보도 관심을 끈다. 이 지도자는 많은 국가대표선수를 육성했고 또 모교에 유망주들을 진학시켰으며, 전국 대회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차기 감독으로 자천타천으로 입방아에 올랐으나 오히려 후보 설을 일축하면서 신재흠 감독의 연임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학 측 모 고위 관계자는 ‘정말 깜작 놀랐다’면서 ‘동문들의 성향이 이렇게 크게 변한 이유를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다’며 ‘특히 젊은 지도자들이 신 선배를 이렇게 불명예스럽게 내보낼 수 는 없다는 전화를 해와 학교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사실 신재흠 감독은 사표가 학교 측으로부터 반려됐다고는 하지만 항시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축구부 창단 100년 만에 사표가 반려된 최초의 현역 감독이라는 점에서 부담도 크고 동문들의 지지와 성원 또한 큰 짐이 되어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곤(울산 현대) 감독은 ‘신 감독의 지도능력은 인정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정기전 대패가 지도자로서 더 없이 좋은 보약이 됐으면 좋겠다’며 ‘동문들의 지지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부지런해지고 더욱 노력하는 지도자가 되길 기대 한다’며 후배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신재흠 감독은 '그동안 팀을 맡은 이후 부단한 노력을 해 오기는 했으나 이번 사태가 더 노력하고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넌지시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 김영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