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토토 배당금을 노린 승부 조작이 한국 축구계의 뿌리를 좀먹고 있다. 승부 조작 시도는 프로와 아마를 가리지 않고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실제 상황. K리그를 비롯해 내셔널리그와 챌린저스리그의 상당수 선수들이 승부 조작에 깊숙하게 가담하고 있다는 소문의 실체가 이번 사건으로 낱낱이 확인된 셈이다.
축구 경기장에서 자행되는 승부 조작은 이미 만연된 상황. 그러나 한국 축구를 뿌리 채 병들게 하는 현상은 또 있다. 바로 ‘스포츠 토토 복권 과다 구입 현상’이 그것이다. 프로와 실업 대학 선수 상당수가 매주 대박을 노리며 복권에 올 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주중 주말 경기를 앞두고 프로구단에 동료와 선 후배를 둔 대학·실업선수들은 전화로 승부를 예측해본다며 이 구단 저 구단으로 전화를 해대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는 볼썽 사나운 그림인 것이다.
지난해 축구계에 큰 충격을 줬던 경기대 선수 2명의 숙소 외출 중에 벌인 강도, 강간 사건도 스포츠 토토 과다 구입이 주원인으로 밝혀졌으며 복권 과다 구입으로 인해 사채에 시달리던 선수들이 결국 강도 행각을 벌이게 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줬으나 전국적으로 만연된 스포츠 토토 복권 과다구입 현상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부 선수들의 경우라고 볼 수도 있으나 그 실태는 심각하기 짝이 없다. 일부 선수들은 복권 판매처 4~5곳을 돌면서 매주 많으면 30만원, 적어도 20만원 상당을 구입하면서 매월 약 100만원 가까운 거액을 복권 구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 대학 감독은 “모처럼 숙소를 점검하다가 특정 선수의 가방에서 스포츠 토토 복권이 한 뭉텅이가 나와 깜짝 놀라 금액을 눈대중으로 대충 계산해보니 400만원이 넘었다”면서 쓴 입맛을 다셨다.
또 다른 모 대학 감독은 “숙소 인근 주민의 귀띔을 듣고 숙소를 점검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학부모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심각한 실태를 전달하면서 신신당부를 했다”며 “프로에 진출한 선배들에게 안부를 묻기 위해 통화를 자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토토 예상평을 듣기위해 매주 수 십 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창원지검 특수부(이성희 부장검사)는 24일 대전시티즌 박 모 선수와 광주FC 성 모 선수를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 했다고 밝혔다. 대전에서 미드필더로 활동한 박 모 선수는 대구 모 대학 출신으로 울산과 상무를 거쳐 올해 대전에 입단한 장신 미드필더로 장래가 유망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광주의 성 모 선수는 부산 모 대학출신이며 인천에서 올해 광주로 이적한 선수이며 신장은 작으나 순발력이 좋아 장래가 촉망받고 있다.
박 모 선수와 성 모 선수는 승부 조작의 대가로 1억 원과 1억 2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어 축구계에서 영원히 추방 될 운명에 놓여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다른 구단의 현역 선수 10여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수도권 구단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지난 5월 6일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끓은 윤기원(전 인천 GK)도 승부조작 사건과 무관치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해 검찰의 수사가 프로 축구계 전체로 확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사실 승부 조작 세력은 축구계에 이미 뿌리를 내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본사는 지난해 8월 국내 언론으로서는 최초로 승부 조작 세력의 실체를 보도했다. 본사의 단독 보도로 그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본사가 확인한 국내 최초의 승부 조작 세력은 중국인 10여명을 포함한 약15명. 이들은 점 조직화 되어 있으며 자금 동원과 선수 포섭을 맡은 모 씨가 핵심 인사. 모 씨는 K대 운동부 선수 출신으로 학연을 이용하여 축구계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는지는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승부 조작의 원조 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심쩍은 감정을 감출 수가 없다.
현역 프로 선수 2명이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축구계 전체가 온통 충격에 빠졌으나 대축과 프로연맹 등에서 조금만 더 관심과 신경을 썼다면 이번 사건은 충분하게 예방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앞선다. 더구나 박 모 선수의 지인의 말은 더욱 가슴을 파고든다. 모 인사는 “박 모 선수가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면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그 원인이 스포츠 토토 복권 과다 구입으로 인한 산더미 같은 빛 때문이라고 알고 있다”고 강변했다.
프로연맹 심판위원회(위원장 이재성)의 대처법을 감안하면 아쉬움은 더 짙어진다. 프로 심판위는 본보가 올해 초 “축구계 스포츠 토토 복권 과다구입” 이라는 실태를 집중 보도하자 이재성 심판위원장은 곧 전체 프로 심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했다.
즉, K리그를 진행하는 프로심판들의 스포츠 토토 복권 구입은 부정행위이며, 이를 어길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는 조치에 동의한다는 각서를 제출받으며 철저한 예방교육을 시행한 것이다.
사실 프로 심판뿐만 아니라 프로 선수들의 스포츠 토토 복권 구입은 부정행위. 그러나 복권 구입이 부정이라는 인식은 거의 결여되어 있는 것이 현실. 대축과 연맹 차원에서 전 선수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시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사안이긴 하나 일선 지도자 보수 교육 등을 통해서라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시행한다면 선수들의 복권 과다구입 등은 어느 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뜻있는 인사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아시아의 일부 국가들이 승부 조작으로 인한 팬들의 신뢰 추락과 승부조작으로 인해 피파의 징계를 받아 결국 축구 변방으로 밀려난 사례를 굳이 끄집어 내지 않더라도 대축과 프로연맹의 승부 조작에 대한 특단의 대책수립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뜨겁다.
김영근 기자
사진=이기동 기자(위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