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 두 차례, 후기 네 차례 선두 주인 바뀌어
시즌을 앞두고 내셔널리그 각 감독들은 리그 판도와 우승팀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각 팀의 전력이 평준화되었기 때문에 어느 팀이 우승할 지 알 수 없다”는 답을 내렸다.
전기리그와 후기리그를 가릴 것 없이 우승팀을 놓고 막판까지 혼전이 계속 이어지면서 감독들의 이같은 대답은 현실이 됐다.
전기리그에서는 인천이 초반 선두권을 달린데 이어 중반 이후부터 강릉이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결국 우승은 김해에게 돌아갔다.
초반 여섯 경기에서 2승 1무 3패로 그저 그런 성적을 기록하던 김해는 나머지 7경기에서 6승 1무를 기록한 끝에 승점 26점을 획득하며 우승을 차지하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냈다.
김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전기리그는 한 게임 한 게임 결과에 따라 각 팀의 순위가 크게 요동치는 혼동의 연속이었다.
각각 2, 3, 4위를 기록한 부산, 인천, 창원이 나란히 승점 23점을 기록한 것을 포함해 2위 부산부터 7위 수원까지 여섯 팀이 고작 승점 2점 이내에 몰려있었다는 것을 보면 얼마만큼의 대접전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후기리그에 접어들어서도 전기리그에 못지않은 선두 다툼이 벌어졌다.
강릉이 초반 선두로 올라섰지만 이내 수원에게 선두를 뺏겼고, 고양이 7라운드부터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에 올랐지만 9라운드부터 수원이 다시 1위를 차지했다.
수원은 근소한 차이기는 하지만 계속 선두를 지켜나가며 후기리그 우승을 굳혀가는 듯 했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해에 통한의 패배를 당하면서 막판 6연승의 뒷심을 발휘한 창원에 후기리그 패권을 내주고 말았다.
불과 팀 당 12경기씩을 치르면서 선두가 네 차례나 바뀌는 대혼전이 계속되면서 연일 격전이 이어졌다.
■ 강릉, 그랜드슬램 달성
올시즌은 강릉으로 시작해서 강릉으로 끝났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3월 남해에서 벌어진 대통령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산뜻하게 시즌을 맞은 강릉은 전기리그에서 5위를 차지한 데 이어 후기리그에서도 3위에 오르는데 만족했지만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통합순위 3위를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일궈낸 강릉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후기리그와 전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창원과 김해에 연이어 매운 맛을 선사하며 창단 10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기쁨을 누렸다.
겨울철 비시즌 동안 경포대 모래사장을 쉴 새 없이 달리고 대관령 고갯길을 넘나들면서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진행했던 강릉은 박문영 감독의 지도력과 나일균, 고민기, 김장현 등 노장 선수들의 투혼,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한 데 어우러지면서 최고의 한 해를 만끽했다.
■ 강팀들 하락세 속 시청팀들 강세 두드려져
내셔널리그 2연패를 달성한 울산을 비롯해 전통적 강호로 군림해오던 고양, 인천, 안산 등이 부진한 모습을 보인 반면 창단한 지 2년 남짓 밖에 되지 않은 시청팀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 한 해였다.
2연패 이후 주축 선수들의 전력 이탈로 어려움을 겪은 울산은 전기리그에서 9경기 만에 간신히 첫 승을 따내며 강팀의 위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지만 전기리그 막판 3연승을 포함해 5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린데 이어 후기리그에서 승점 21점으로 4위를 차지하며 내년 시즌 부활을 예고했다.
전기리그에서 8위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고양은 7월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후기리그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며 한때 선두자리까지 올랐지만 뒷심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승은 물론 4강권에서 멀어져갔다.
고양은 막판 5경기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며 2무 3패의 저조한 성적을 남긴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전기리그 초반부터 선두에 올라 한동안 자리를 지키던 인천은 전기리그에서는 3위를 차지하며 그런대로 성적을 이어가는 듯 했지만 후기리그에서 5승 1무 6패의 기록으로 7위에 그쳤다.
전기리그에서 6위를 차지하며 후기리그 반격의 실마리를 남겨놓았던 안산은 후기리그를 8위로 마감하고 말았다.
창단 2년째를 맞은 김해와 창원은 각각 전기리그와 후기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플레이오프에 오른데 이어 통합순위에서 상위 순위를 차지한 강릉과 수원이 4강에 오르면서 플레이오프는 시청팀들만의 잔치가 되었다.
■ 김영후 빠진 자리 이용승이 메워
2년 동안 내셔널리그를 호령했던 ‘괴물’ 김영후가 K리그로 떠나면서 새로운 주인공의 관심이 모아졌던 득점왕 자리는 이용승(부산)의 차지가 되었다.
K리그 경남에서 뛰다가 올해 부산에 입단한 이용승은 올시즌 22경기에 출장해 16골(경기당 0.73골)을 뽑아내며 득점왕에 올라 새로운 골잡이의 탄생을 알렸다.
이용승은 시즌 막판까지도 강릉의 고민기(28경기, 15골) 수원의 김한원(23경기, 12골) 등과 엎치락뒤치락하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마지막 승자가 되었다.
경남에서 방출통보를 받은 이용승은 부산에 입단하며 다시 몸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던 3월 남해에서 벌어진 대통령배 대회에서도 세 경기에서 5골을 몰아치며 득점왕에 오르면서 리그에서의 활약을 어느 정도 예감케 했다.
이용승은 10월 대전에서 벌어진 전국체전에서도 천안과의 준결승전 2골을 포함해 총 3골로 득점왕에 올라 네 개 대회 중 선수권대회를 제외한 세 개의 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르는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지난해 김영후와 김요한(고양)이 나란히 타이틀을 거머쥔 도움 부문에서는 대전의 왼쪽 윙백을 맡고 있는 김정겸이 24경기에서 10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웬만한 공격수와 미드필더들을 압도했다.
신필중 기자 (pjshin@weeklysoccer.co.kr)
사진 = 고재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