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비뉴 타입, 카카 타입
6개월 간격을 두고 우리는 축구 선수에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 쪽은 자신이 세계 최고의 선수라고 믿는 선수가 있는 반면 다른 쪽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인 선수다. 지난 스토브 리그 한 달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유럽 축구계는 다시금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우리는 호비뉴 타입과 카카 타입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호비뉴는 차세대 유망주로써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에 입성했었다. 전형적인 브라질 천재로 창의적이고 빠르며 발기술이 좋은 그는 오래지 않아 레알의 주전이 되었다. 모든 이들이 호비뉴가 위대한 선수로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지난 여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설이 한창이던 때 호비뉴가 호날두를 영입하기 위한 소모품이 될 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나돌았다. 이 루머가 사실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실 호비뉴와 레알의 관계가 훨씬 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안 그래도 자신의 재계약 요구가 수차례 거부당한 것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던 호비뉴는 이러한 루머마저 들려오자 마침내 인내심의 한계에 이르고 말았다. 결국 그는 스스로가 레알을 떠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로 이적하고 말았다.
호비뉴를 둘러싼 싸움에서 맨시티가 첼시를 물리치고 승리했고 호비뉴의 이적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장 놀라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두 클럽을 비교해보면 첼시가 단연 명성에서 앞서는 것이 사실이며 스콜라리 감독이라는 거물을 막 영입한 참이었다. 하지만 호비뉴는 맨시티가 제안한 16만 파운드의 주급(프리미어 리그 최고 액수)를 선택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사람들은 호비뉴가 돈 때문에 맨시티로 이적했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갈락티코 시대가 남긴 교훈이 있다면 엄청난 돈으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모아놓는다고 해서 최고의 팀이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맨시티도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재 맨시티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1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강등권과의 차이는 고작 4점뿐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클럽이 너무나 많은 돈을 다루는 바람에 기반이 되는 팬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스타 선수 영입과 입장권 가격 상승으로 팬들은 점점 경기를 보기 힘들어지고 있으며 맨시티는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레알처럼 역사가 깊은 클럽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으며 팬들은 클럽이 명성만큼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맨시티와 같은 클럽이 구단주의 재산만으로 선수들을 유혹하는 것은 상당히 요원해 보인다.
카카는 이번 잔류결정으로 축구에 이태리의 유명한 스포츠카 페라리나 몇몇 숫자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선수의 자존심과 긍지가 바로 위대한 선수로 성장하는 디딤돌이 되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이적료와 주급을 제안했음에도 카카는 오랜 친구들과 남는 길을 선택했다.
비록 선수들이 무료로 구단에 봉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선수 경력에서 어느 시점이 되면 돈이 우선순위에서 물러나고 명예와 역사가 더 큰 가치를 가지게 되는 시점이 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여전히 맨시티는 다른 스타 선수들을 노리고 있지만 축구 팬이라면 카카가 보인 본보기가 축구에 오래 살아있기를 바랄 것이다. 축구는 역사와 전통이 담긴 스포츠이기에 사람대신 돈이 우리의 우상을 대신한다면 그처럼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이주환 기자 (enterdelete@hotmail.com)